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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레짐 체인지' 폭풍속 선장 없는 한국호

손철 뉴욕특파원





미국이 8년 만에 맞는 정권 교체가 심상치 않다. 공화당 대선 경선 시절부터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그렇다 치려고 했는데 그가 워싱턴 정치를 갈아엎을 작정으로 새 행정부를 아웃사이더 일색으로 꾸렸다.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안보 라인은 군 출신의 강성 매파가 장악하고 외교 수장은 미국이 사실상 ‘적성국’으로 간주해온 러시아를 친구로 두고 승승장구해온 미 석유 메이저 최고경영자(CEO)가 꿰찼다. 급작스러운 ‘레짐 체인지’를 연상할 만큼 사안이 심각하지만 국내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어이없는 막장 스토리들이 끝 간 줄 모르면서 중대한 국제 정세의 변화가 상당 부분 묻히거나 의미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듯하다.

단적으로 말해 잊혔던 전쟁이 다시 공공연히 입에 오르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2인자였던 리처드 아미티지는 지난 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북핵 문제를 풀 유일한 해법은 북한의 레짐 체인지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야 레짐 체인지가 정권 교체 정도지만 북한에서 이 표현은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산전수전 다 겪은 외교관인 아미티지가 모를 리 없다. 북핵 해결에 무력 대응을 거론하는 것은 워싱턴 정가에서 이제 1~2명의 외교·안보 전문가에 그치지 않고 유력 싱크탱크들이 트럼프 정부에 제시하는 해법들 중 하나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을 정도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이탈리아의 개헌투표안 부결 속에 트럼프 정부가 출범도 전에 친러시아 행보로 외교정책의 일대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쟁의 목소리는 이웃 중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 중국에 고율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 불사를 외친 트럼프 당선인이 37년간 도도히 흐르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중국을 단지 떠보는 정도가 아니었다. 트럼프는 냉전 시대의 앙숙인 러시아와 어깨동무하고 주요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의 도발이 계속되자 중국은 핵무기와 국방비 확대를 준비하면서 대만 침공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인공섬에는 미사일 배치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일본 정부는 14일 1조원 이상의 방위비 추경을 편성해 내년 3월까지 미사일 방어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대전의 불행한 역사로 치달을 수 있는 미중의 전면전은 지금도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두 강대국이 으르렁거리는 자체로 한반도의 위기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미중 가운데 한 곳만 기침을 해도 감기에 걸리는 한국 입장에서는 독감 정도를 이겨내는 것으로 끝난다면 차라리 다행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직 경험 없이 평생 석유사업을 하다 17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구로 지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을 국무장관에 지명하며 국제 질서 재편에 나서자 유럽 각국은 긴장하고 있다. 11년간 재임하며 검증된 리더십을 보여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유럽 최강대국 독일이 불안한 시선으로 미·러와 미중 관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탄핵 정국에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됐고 엘리트 관료들이 모인 청와대 비서실은 무용지물이 됐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과소평가하고 국가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일의 중요성에 작은 흠도 낼 생각은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총리를 비롯해 현직 장·차관들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너무도 위중하게 변화무쌍하다. 국가적 리더십 실종 상황에서 국회와 내각의 각 분야 수장들이 존중과 소통의 협치로 무너진 리더십을 즉각 다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해졌다. 안팎으로 난세인 시대에 대선주자들이 대권에만 몰두해 책임 있고 유연하게 행동하지 못한다면 최순실보다 나라와 국민에게 더 큰 불행이 될 것이다.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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