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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씨의 #그래도_연애] 당신의 SNS 연애전선은 안녕하십니까

#떠오르는 흥신소 SN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매일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만 세 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카카오톡으로 밤 사이에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는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감상한다. 점심 시간 커피 한 잔과 함께 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린 글들을 훑어본다. 아주 평범하고도 나 또래에게는 당연한 일상의 모습이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진에 울고 웃으며 ‘좋아요’ 혹은 ‘화나요’를 누르던 그 공간이 어느 순간 족쇄로 다가올 줄 꿈에도 몰랐다!!!!

1일1페북남: 서경아, 너 구 남친 연애하나 봐

이서경: 어?

1일1페북남: 페이스북에 여자친구랑 찍은 사진 올라왔더라. 이것 봐봐.

이서경: … (도대체, 너는 나의 무슨 반응을 원하는 거냐???)

미스에이가 부릅니다. “Shut up~ boy”




취업 준비하던 시절, 스터디에서 만나 나보다 먼저 취업에 안착하면서 시원하게 나를 찼던 비정한 그 남자다. 6개월 정도 만나면서 별다른 감정 없는, ‘그렇고 그런’ 연애를 했다.

‘X 남친’ 중 하나일 뿐인 그를 망각(기억도 아니고 추억도 절대 아닌!!!) 속에서 끄집어낸 건 지금의 남친이었다.

그와 아직 페친을 맺고 있는 나의 친구들을 통해 그의 페이지를 들어가 본 모양이다.(그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이나 할 것이지 ㅠㅠ)

매일 페이스북에 한 개 이상 메시지를 올리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남친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1일1페북남: 서경아, 너가 보기에 이 여자 어때? 내가 봤을 땐 너보다 훨씬 못생긴 거 같아. 걔는 너랑 헤어지고 후회하겠다. 그치?

이서경: 응…(다소 어색한 미소가 흐르며) 그런가? ^^

#와이파이를 타고 사랑은 현재진행형?



생각해 보니 이 남친과의 인연은 SNS에서 시작했다. 우리 사랑의 오작교는 다름 아닌 140자 이내 짧은 글이 중심인 ‘트위터’였다. 그가 올린 트윗들을 보면서 ‘어쩜 나랑 이렇게 똑같은 생각을 할까’ 공감 지수가 마구 솟아오르면서 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9시간 전

“우디 앨런은 달달한 영화도 참 잘 만드네. 꿈은 꿈일 뿐이라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 잊을 수 없다”

(나도 이 영화 마지막 장면 완전 좋아했는데? 나랑 취향이 비슷한가봐~~)

5시간 전

“신림역 나베굿집. 일본식 전통 나베와 생맥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 또 가고 싶다”

(어?! 나도 가봤던 가게야, 소~~름!! )

30분 전

“회사에서 하루종일 일하다가 퇴근할 때 되면 ‘소모품’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다들 이런 기분 어떻게 극복하나”

(나도 지금 딱 이 기분인데…우리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지?)



너는 Shoot! Shoot! Shoot! 나는 훗! 훗! 훗!


같은 영화,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걸 SNS를 통해 알고 서로에게 트윗을 남기면서 우리의 사랑은 시작됐다.

주변을 둘러보니 SNS로 연애를 시작하는 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사진을 자랑하는 서경 씨의 대학 친구 ‘인스타연예남’은 이렇게 말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사진을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싶으면 쪽지를 보내. 저번 주말에는 쪽지 주고받던 여자를 실제로 만났는데 인스타 속 느낌이랑 달라서 그냥 한번 만나고 끝났어. 잘 돼서 사귀는 친구들도 있는데 아직 나는 사귀어 본 적은 없네.”

#시작합니다, 연애가 (SNS) 중계



SNS가 사랑을 이어주는 ‘큐피드의 화살’이기도 했지만 가끔 연애 전선의 방해물로 전락하는 순간도 있다.

전 남친의 페북 속 일거수일투족을 전달했던 1일1페북남과는 페이스북에 ‘연애중’임을 표시하는 것을 놓고 싸웠다.

1일1페북남: 아니 페이스북에 같이 ‘연애중’ 표시하는 게 왜 싫은 거야?

이서경: 나는 좀 그래. 회사 사람들과도 친구로 연결돼 있는데 굳이 그걸 표시하는 건 싫다구~~~

1일1페북남: 너가 회사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다니길래 그래? 회사 사람들한테 남자친구 없다고 다니는 거 아니야?!!(이런 멘트는 전형적인 ‘의처증’인데 ㅠㅠ)

이서경: (할 말 다소 잃음ㅠㅠ)그건 아니고~ 나중에 연애중인 것 표시 안 하면 회사 사람들이 헤어졌냐고 묻는 것도 귀찮잖아.(최대한 친절한 멘트로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지~ 흑, 진땀 난다~)

1일1페북남: 너는 나랑 헤어질 생각까지 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 윽박지름! 요건 무슨 시추에이션????? ;;;)

이서경: (우리의 연애가 무슨 스포츠 중계냐구요? 이 말은 차마 입 밖으론 안 나왔다)

이럴 땐 답을 알려주소서...


#하루 30분이라도 페북 말고 전화하자!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IT전문포털 ‘디지에코’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는 하루 평균 페이스북을 33.6분, 인스타그램을 30.3분, 트위터를 18.9분 이용한다고 한다.

SNS가 일상생활의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를 잡자 연애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최근에는 커플 전용 SNS까지 나왔다. 커플 사이 비밀 대화를 나누고 사진까지 공유할 수 있는 앱은 사용할 땐 편리했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때부터 ‘처치 곤란’ 수준이다.

남친과 헤어진 후 모든 SNS에서 탈퇴했다는 나의 베프 ‘오프라인녀’는 “나중에 헤어지고 나니 커플 전용 SNS에 올린 사진과 글들이 가장 가슴이 아프더라. 서비스를 탈퇴하고 앱을 지우려니 추억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어. 그래도 어쩌겠지. 어차피 헤어진 남남인데 ㅠㅠ”라고 말했다.

서경 씨 한숨이 절로 나온다.

“휴 … SNS에 올리기 위해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야. 차라리 씨버 러버(가수 김흥국이 라디오에서 ‘Cyber Lover’를 읽은 말)가 더 편할 거 같아! ㅠㅠ”



/와이파이연애중인기자 sed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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