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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만 커지는 '미술품 유통법'

문체부 입법관련 공청회 열었지만
업계 법률조항마다 조목조목 반박
'특수성 고려못한 규제' 시각 여전
"화랑 70% 매출 5,000만원도 안돼
시장활성화 지원이 우선" 지적도

논란만 커지는 '미술품 유통법'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 제정 공청회가 28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려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디자인과 신은향(맨 왼쪽)과장을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안(이하 미술품 유통법)’ 제정과 관련해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술계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기에는 칼끝이 정조준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의 ‘진품’ 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거운 천경자 ‘미인도’ 진위 공방, 위조범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내 그림 맞다”고 주장하는 이우환 위작 유통 논란 등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품 유통법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법안은 △화랑업 등록제 △미술품 경매업 허가제 △기타 미술품 판매업의 신고제 △미술품 계약서·보증서 교부 의무 △미술품 거래 이력 관리 의무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 설립 등을 골자로 한다.

논란만 커지는 '미술품 유통법'
입법예고에 맞춰 지난 28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법률 조항 하나하나가 ‘뜨거운 감자’임을 보여줬다. 미술시장의 투명성 및 공정거래 확보라는 해묵은 과제를 위해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업계는 이를 시장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규제’로 보는 입장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 미술시장의 열악한 상황이 제기됐다.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3,903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고 하나 작은 시장이다. 매출 상위 10개 화랑이 전체 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총 423개 화랑의 71%(300개)가 연매출이 5,000만원 미만이었다.

폐업위기의 군소화랑들이 “마치 산소호흡기를 단 환자에게 건강을 이유로 무리한 운동을 시키는 것 같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미술시장 투명화에 앞서 미술품 유통이 산업이라 할 만큼의 시장을 형성했는지 되짚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우선”이라며 “화랑업 등록요건과 미술품 이력제에 대해 시장 특수성을 감안한 구체적 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논란만 커지는 '미술품 유통법'
천경자의 ‘미인도’의 진위 공방 등 문란한 국내 미술품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이 ‘미인도’가 진품임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또한 이번 특별법의 결정적 동인이 된 ‘감정’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시장상황에서 감정이 과연 생업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유럽 같은 문화 기반이라야 ‘세잔 전문가’ ‘반고흐 전문가’로 직업을 삼을 수 있지만 국내 실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성록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회장은 “감정협회 회원이 30명 안팎에 불과하고 그 중 ‘감정업’을 생업으로 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감정은 무오(無誤)한 영역이 아니라 논박 가능한 ‘소견서’ 내지 ‘의견서’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게 아닌데 민·형사 책임을 지우는 것은 미술품 감정 위축과 기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AAA, 프랑스 CNES, 영국 옥스포드 감정 등 선진국은 감정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제시한다.

그간 쟁점이던 ‘화랑과 경매의 겸업금지’ 조항은 이번 법률안에서 ‘상생협약’으로 대체됐다. 대신 경매업자는 자신이 실시하는 경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소유하는 미술품을 경매에 올릴 때는 고지하도록 했다. 다만 경매업이 작가나 화랑을 통한 1차 거래 후 재거래 되는 ‘2차시장’이라는 업계 통상적 정의가 누락된 점도 지적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의 법률안을 내년 1월23일까지 입법예고 하고 3월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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