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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6> 감정의 배출구를 찾아라. 은밀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2030 여성을 위한 최명화 대표의 직장생활 가이드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사례1

김 과장은 조용한 편이다. 가장 빨리 출근하는 성실함이 돋보이고 좀처럼 찡그리는 얼굴빛도 보이지 않는다. 다소 느린 업무 처리로 팀장에게 지적도 많이 받고 새로운 업무가 배정된 후 후배들과의 마찰이 종종 목격되기도 하지만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거의 못 봤고, 다른 사람의 말에 늘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조용히 맞장구를 친다. 사내에 싫어하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김 과장을 따르는 후배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인격수양이 잘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렇게만 일관성이 있다면 나름대로 훌륭한 경쟁력이다. 그런데 문제는 술자리에서 만취가 되면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평소 어렵게 구는 팀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울분을 토한다. 후배들에게 섭섭했던 마음을 격한 감정에 실어 내뱉는다. 술자리 일이니 세세히 따지지 않고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김 과장은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그의 침묵은 더 이상 인격수양의 결과가 아닌 이중적 인격 파탄의 상징이 된다. 주변에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그의 침묵은 더욱 깊어만 간다.

#사례2

평사원인 최미영 씨는 싹싹하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고 긍정적인 태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이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먼저 손을 드는 적극성이 눈길을 끈다. 부서 막내로 이런저런 잡무가 많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다. 힘들지 않냐는 선배들의 질문에 밝게 웃으며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어려움을 살펴주려는 선배들에게도 이 정도면 괜찮다며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어쩌다 상사에 대한 가벼운 흉이라도 보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선 일절 입을 열지 않는다. 억울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개선이 필요한 업무 관행도 사방에 널려 있지만 모르는 건지, 안 보이는 건지, 그녀는 착한 콩쥐 신드롬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런 그녀가 별 것도 아닌 일에 울음을 터뜨린다. 그것도 사람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팀장 면전에 대고 터지는 울부짖음이다. 정확히 어떤 지시가 그녀를 이토록 서럽게, 혹은 억울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평소 아무런 불만이 없어 보이던 그녀였기에 이러한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주위 사람들이 달려와 달래고 위로해 주지만 돌아서며 떠오르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믿고 큰 일을 맡길 수는 없는 사람이겠구나!’

직장은 매우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다. 나와 매우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아무도 나를 사랑해 줄 이유가 없는 곳, 한 가지 이윤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위계집단인 것이다. 그런 곳에서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며 희로애락을 맞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잘 지내고 싶고 동료나 상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다. 후폭풍이 적지 않은 만큼 비극적이며,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기에 더욱 비극적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고 각 개인이 처한 환경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지점은 평소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돌출되는 행동이라는 점이다.

직장은 매우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이다. 나와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아무도 나를 사랑해 줄 이유가 없는 곳, 오직 한 가지 이윤 추구를 위해 모인 위계집단인 것이다. 그런 곳에서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며 희로애락을 맞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잘 지내고 싶고 동료나 상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쉽지 않은 노력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어렵고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인간은 매우 약한 존재이다. 의지적으로 헤쳐나가고 이성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동시에, 나약하고 형편없이 감정에 치우쳐 엉망이 되어 버리기도 하는 존재다.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갖고 살고 싶지만, 노력과 의지만으로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 아니기 때문에 부처는 우리에게 자비를 강조하고 예수는 사랑을 가르치러 이 땅에 오신 게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일로 트집을 잡고 억지 논리로 나의 일을 방해하는 상사는 꼴도 보기 싫다. 몸이라도 아파서 회사를 그만 두었으면 하고 바라는 동료도 두 세 명은 꼭 있다.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불경하거나 옳지 않은 것이 아닌 매우 건강하고 당연하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억누르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기만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억지로 스스로를 몰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부적절한 타이밍과 상황에서 자기의 감정이 터져 나오게 된다. 술 먹고 실수를 하게 되고 모든 사람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스스로의 감정을 보살피지 않고 너무 엉뚱하고 과분한 주문을 스스로에게 요구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감정을 보살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엉뚱한 방출이 없다. 회사는 나의 감정을 여과 없이 보이는 곳이 아니다. 정제되고 단정하게 규율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악하고 변덕스럽고 요망하기까지 한 나의 구질구질한 감정을 잘 관리해 주어야 한다. 꽁꽁 눌러 싸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주변에 믿고 떠들어 댈 만한 사람을 한 두 사람 두기를 권한다. 나의 감정을 여과 없이 공유하고 내가 마음껏 험담을 해도 깔깔거리며 흔쾌히 맞장구를 칠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이미지투데이


나만의 ‘감정적 배출구(emotional outlet)’를 갖기를 조언한다. 주변에 믿고 떠들어 댈 만한 사람을 한 두 사람 두기를 권한다. 나의 감정을 여과 없이 공유하고 내가 마음껏 험담해도 깔깔거리며 흔쾌히 맞장구를 칠 사람을 곁에 둘 필요가 있다. 자리가 파하면 언제 그런 이야기를 들었냐는 듯 깨끗이 잊어주고 그 다음날 내가 팀장 앞에서 온갖 아부를 다하며 충성을 보여도 혀를 차며 나를 이상하다 여기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절대 말을 전하지도 않거니와 자신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온갖 갈등을 과장하여 나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절대 연맹’이어야 한다. 내 입장에서는 감정의 배출구이지만 상대에게는 직장 내 가십 소재를 얻는 자리가 되면 안 된다. 비슷한 직급의 회사 동료가 가장 좋은 선택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외부의 친구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서로 환경을 이해하려면 비교적 자주 그런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 털어내고 미안할 정도로 주변 흉을 보면서 나를 달래고 일으켜 세워주어야 한다. 부끄럽지 않은 행동이고 더 큰 낭패를 막는 훌륭한 방어 전술이다.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 직장에서 원하는 자리에 오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길고 어려운 여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하디 약한 우리의 본성을 외면하지 말고 가장 적절하고 현명한 방법으로 보살펴 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을 다해 내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낼 감정적 배출구를 갖는 일. 길고 긴 당신의 여정에 꼭 필요한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 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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