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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가야]<3>‘내꺼인듯 내꺼아닌’ 그 작품,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해설서)

“ 千鏡子”

미술계 희대의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그 이름 석자. 바로, 천경자.

그 시절 모든 여성이 동경했던 신여성의 선두자였던 그는 1991년 뜻하지 않은 ’요물’이 갑자기 등장하면서부터 안그래도 굴곡진 그의 삶이 저 아래 낭떠러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일명 ‘미인도’다.

미인도의 위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랜 기간 세상을 뒤흔들더니 지난 12월 19일, 검찰의 ‘진품’ 발표로 인해 또다시 미술판이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수많은 ‘썰’들이 난무하고 있는 문제적 그림 ‘미인도’, “제 자식을 애미가 못 알아 볼 리가 있느냐”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긴 채 한을 품고 떠난 천경자 화백, 작가가 진품이 아니라는데 대체 왜 ‘그들’은 진품이라는 주장하는 걸까. 이번 이작가야에선 작정(!)하고 2회분에 걸쳐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의 모든 것을 파헤쳐봤다.

▲영원한 나르시시스트를 꿈꿨던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한국의 수채화 분야에서 독창적인 화풍을 이끈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화백(1924.11.11 ~ 2015.8.6)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위치한 시립미술관.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1993년 돌연 절필 선언을 한 천경자 화백은 자식 같다는 작품 93점을 이 곳 서울 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그를 한국에서 볼 수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온기와 손길이 남아있는 작품들은 여전히 이 곳에서 상설 전시로 볼 수 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필기체로 흘겨 쓴 ‘千鏡子’라는 금빛 글씨가 떡하니 붙어있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글자를 못 읽어서(?) 천경자 전시실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웃픈(!) 후문도 들린다. 이번 상설 전시에서는 최근 몇 년간 미공개 되었던 작품을 중심으로 대략 30여점의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천경자 화백은 주로 여인의 인물상을 즐겨 그렸는데 이는 정한(情恨)어린 스스로의 모습을 끊임없이 투영한 것으로 그가 살아 생전 ‘나의 분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40년대 시절, 뭇 여성들의 동경 대상이기도 했던 천경자 화백은 신문물을 받아들이는데 빨랐으며 당시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을 보여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도 천 화백만의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거나 보색계열로 끊임없이 덧칠하는 등 독특한 화법을 구사해 한국 수채화계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25년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미인도 위작 논란

위작 논란이 불거진 일명 미인도 작품.


이처럼 화려한 삶과 그림으로 모두의 워너비(?)였던 그. 아무리 미술 문외한이라고 해도 ‘천경자’ 라는 이름은 들어봤다(?)고 할 정도로 세간에 다시금 이름을 떨친 사건이 발생한다. 이름 하여 미인도 위작 논란. 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미인도’라 칭하는 이 그림이 세상에 나오자 천화백은 즉각 ‘위작이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진실 공방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6년 다시 부활해 세상을 다시 한 번 들었다놨다. 지난 12월 19일 검찰이 수사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했기 때문. 하지만 검찰의 발표 즉시 국립현대미술관측과 ‘위작’임을 주장하는 유족 및 공동변인단측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여기서 또 하나 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 감정단이 검찰의 수사 발표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1월 4일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사실상 위작으로 판단한 것이다. 참고로 이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숨어있던 인물화를 찾아낸 것으로 해외토픽 등에서 주목받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지난 9월 19일 입국해 일주일 가량 특수 카메라로 ‘미인도’를 비롯한 천 화백의 작품들을 분석한 결과임을 덧붙였다.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드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미스터리,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로 얻은 놀라운 수확(?)이 있다면 미인도의 최종 출처가 김재규(1926~1980) 전 중앙정보부장의 집이었다는 사실이다. 박정희 정권의 심복이자 동시에 역적이라 불렸던 김재규가 미인도의 최종 소장자로 밝혀지면서 미인도 위작 논란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자세한 히스토리는 여기)

하지만 정작 이 그림의 주인이라고 추정하는 천화백이 눈을 감기 직전까지 강력하게 위작임을 주장했음에도 여전히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참 의문스럽다.

“그림 그리는 나가 아니라 허는데 지들이 머땀시 기어이 맞다는 이유가 머당가?” 미인도 위작 논란이 거세질 쯤 한 중국집에서 지인과 함께 고량주를 마시며 한껏 격앙된 전라도 사투리로 남겼다는 마지막 말, 과연 25년 이상 지속되어 온 미인도의 진실공방이 2017 정유년엔 밝혀질 수 있을까.

※이작가야 4회에선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과 함께 숨은 이야기들이 계속됩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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