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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국민연금의 재발견…애물단지서 황금알로

이사장 구속수사에 임원들 출국금지…공단 내부 분위기 ‘초상집’

아이러니하게 가입자는 급증, ‘저금리시대 이만한 노후보장 없다’

납부 보험료 총액보다 생애기간 연금으로 평균 30~160% 더 받고

수익률 6.1~10.7%로 으뜸…시중에 있는 다른 어떤 상품보다 높아





요즘 국민연금공단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기관의 수장인 문형표 이사장이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데다 수뇌부들 역시 각종 조사와 출국 금지 조치로 행보에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국장 출신의 이원희 국민연금 기획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공단을 이끌고는 있지만 일상 업무만 소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공단 상급기관인 복지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개최 일정이 지난 해부터 계속 미뤄졌고 현재는 언제 열릴 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직원들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업무 수행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아이러니는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국민연금의 인기가 더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체 가입자수 추이로는 확인할 수 없다. 국민연금 가입이 1999년 4월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가입자는 매년 늘어나 현재 약 2,200만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이다. 다만 임의가입자와 추가납부(추납) 신청자 추이를 보면 국민연금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의무가입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고자 자발적으로 가입한 임의가입자는 2016년 1월 24만6,558명에서 10월 29만879명으로 증가했다. 국민연금 급여를 연금 방식으로 받기 위한 최소가입기간(10년)을 채우기 위해 역시 자발적으로 추납을 신청한 사람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 해의 경우 9만574명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해 11월 30일 추납 대상자를 경력단절 전업주부 등 무소득배우자로 확대하자 이후 38일간(2016년 11월 30일~2017년 1월 6일) 무려 2만6,465명이 추납을 신청했다.

국민연금은 공단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해 국민연금에 입사한 김모씨는 요즘 고모, 이모 등 일가 친척들에게 국민연금 가입을 권유하느라 혈안이다. 상급자가 시켜서가 아니다. 공단에 취직한 이후 국민연금과 시중에 있는 개인연금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보니 국민연금이 수익률 등의 면에서 월등하게 나아서였다. 김씨는 “입사 전에는 국민연금 제도가 이렇게까지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지 미처 몰랐다”며 “회사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국민연금에는 무조건 가입하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니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국민들로부터 냉대받았던 국민연금이 최근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왜일까. 정재욱 보건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2004년쯤 ‘앞으로 기금이 고갈되면 낸 보험료조차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등의 ‘국민연금 8대 비밀’이 인터넷 등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 되면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운동이 일기도 했었다”며 “하지만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납부한 국민연금을 못 받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오해는 대부분 해소됐다. 이후 서서히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고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만한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수익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도 국민연금이 각광 받고 있는 한 요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0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소득구간별로 평균 6.1~10.7%이다. 개인연금의 평균 공시이율(3.6~4.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반면 개인연금의 공시이율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떨어졌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실제 2016년 3·4분기 기준 생명보험협회가 제공하는 총 483개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을 합산해 평균을 내본 결과 -4.0%이었다.

자료=국민연금연구원




수익비를 놓고 보면 보다 이해가 쉽다. 수익비는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 대비 생애 기간(수급 연령 이후 20년 가정) 동안 수급하게 되는 연금총액 비율이다.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 박사는 “국민연금의 가입시기 및 기간, 납부금액 등에 따라 개인별로 수령연금액이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대략 낸 돈 대비 받는 돈의 비율은 1대 1.8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에 비해 수익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 소득구간별 수익비는 1.3~2.6배에 달한다. 낸 돈 뿐만 아니라 30~160% 정도를 추가로 더 받는다는 얘기다. 반면 개인연금의 수익비는 상품 종류와 관계없이 1을 초과하지 않는다. 민간회사가 설계 및 판매하는 개인연금은 운영 및 마케팅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게 국민연금연구원의 설명이다. 개인별 국민연금 납부액 및 예상 수급금액은 국민연금 내연금 알아보기(www.nps.or.kr/jsppage/csa/csa.jsp)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료=국민연금연구원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개인연금뿐 아니라 시중은행 예금금리, 부동산 임대수익률보다도 높다. 지난 해 기준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1%대 수준이다. 서울의 오피스텔 평균 임대수익률은 약 5%였다. 지방으로 가면 수익률이 더욱 떨어짐은 물론이다. 예금금리가 4~5%에 이르고 임대수익률은 10%대까지 기대할 수 있었던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주식시장도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지난 해 개장일부터 폐장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33%였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수익성이 좋은 이유는 우선 제도 초기 보험료율 대비 급여 수준을 높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제도 개혁으로 이 수준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부담 대비 급여가 더 높은 상태다. 또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인상된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수급기간이 늘어날 수록 그만큼 받는 총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입기간 내 장애가 발생하면 장애연금, 가입기간이나 수급기간 중 사망 시 유족에게 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손해 볼 일도 없다.

복지부와 공단은 국민연금이 최근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재테크 수단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한다. 정재욱 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많이 가입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 보다는 1명이 받는 연금액을 2명이 쓰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위해 ‘1인 1연금’ 갖기에 나서고 있는 결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 분석만 갖고 최근 국민연금 열풍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수급 연금액 비중) 인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도입 초기 9%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원래 70%였던 소득대체율은 매년 단계적으로 낮아져 2028년 최종 40%로 조정된다. 하지만 적어도 소득대체율은 더 이상 떨어뜨리기 힘들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정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40%의 소득대체율은 마지노선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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