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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극단은 결코 답이 아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

안보는 美, 경제는 中에 의존

일방편승땐 치명상만 입을 뿐

무책임한 이분법적 사고 벗고

北까지 공존할 대안 제시해야





박근혜 정부에서 졸속 처리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국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매체들은 앞다퉈 각 대선후보들에게 사드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고 있다. 사드 찬성이면 보수, 반대면 진보 이런 식이다. 더 나아가 보수는 친미파, 진보는 친중파로 프레임을 만들어 나간다. 피아를 구분하는 기준마저 되고 있다.

미중 역시 이러한 프레임이 나쁘지 않다. 미국 측에서 문재인이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미동맹은 약화될 것이라는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진용이 갖춰지면 미국에 편승하라는 압력은 더 노골화될 것이다. 중국은 야당의 국회의원들을 집중 초청해 사드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사드 문제의 졸속 결정에 책임이 있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월10일 방미해 마이클 플린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국 내 사드 배치 이행을 재확인했다. 불필요한 중국을 자극하는 언사도 빼놓지 않았다.

새로운 국제질서는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질서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트럼프가 과연 극적인 타협을 실현시킬 리처드 닉슨 같은 인물일지, 아니면 기존 국제질서의 판을 아예 바꾸려 하는 로널드 레이건일지 아직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후자의 경우는 과연 성공할지도 알 수 없다. 중국은 옛 소련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진핑 시기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정치경제 질서 내에서 머물려 하지 않는다. 중국은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14억에 달하는 독자 시장을 중심으로 완결된 시장 체제를 구성해나가고 있다. 대외무역의존도를 급격히 줄이고 있어 아마 그 수준은 미국과 곧 유사하게 될 것이다. 중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의 틀은 이미 구성해놓았다. 자체의 규범과 규칙을 가지고 주변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려 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독자적인 논리에 따라 국제관계를 재편하고자 하는 동인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 취약하지도 않을뿐더러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직면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의 단일 우주가 아니라, 두 개의 상이한 우주가 우리 주변에서 서로 크게 부딪치면서 그 파편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누가 더 강한가를 논의하면서 편승하려는 사고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그 어느 파편을 맞아도 우리에게는 치명상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안보·경제적 내구성은 그리 강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핵심이익은 국민의 물리적 생존을 담보하는 안보이익과 국민을 먹여 살릴 경제·민생 발전 이익을 포함한다. 이 둘을 위계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21세기 국제정치 환경에서 타당하지 않다. 안보의 기초는 경제이고 경제역량 없이는 국방이나 한미동맹도 지탱할 수 없다.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한국의 안보이익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경제이익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우리를 먹여 살려줄 수만 있다면 미국에 편승하면 되고 중국이 우리의 안보를 보장할 수만 있다면 중국에 편승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강대국은 자신의 이익에 맞춰 우리를 대할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일방에 대한 편승은 우리의 답이 아니다. 일방의 편승을 내포하는 어떠한 주장도 무책임한 것이며, 현 한국이 당면한 상황의 심각성과 변화하는 미중 관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험한 길이라도 우리는 미중이 다 동의할 수 있는 사드 문제 처리안을 찾아내야 한다. 북한을 억지하고 미군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해소하고 한미동맹이 결국 중국을 겨냥한 지역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중국의 우려도 해소해줘야 한다. 미중은 모두 북핵에 반대한다. 미중 일방과 갈등의 구조가 아니라 대북 공조체제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새 정부 아래에서는 더 나아가 북한도 설득해 공존을 기반으로 모두가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미중 어떤 쪽을 선택하는 그 순간 우리는 참담한 결과를 다 떠안게 돼 있다. 이분법적인 인식으로는 어렵다. 그것은 강대국들이 요구하는 행태다. 일부 주요 매체들은 이미 이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이 초불확실성과 완벽한 폭풍우의 전야에서 보다 치열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 절박하고 난감한 상황을 통찰할 지혜를 지니고 기존의 안일한 ‘경로 의존적’ 방식이 아닌 새로운 타개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를 뽑을 수 있어야 한다. 이분법적 극단은 결코 답일 수 없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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