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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추진 과연 잘 될까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확대가 궁극적 목표<br>기업가치 제고 전망되지만 향방은 불투명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시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이 갖는 의미와 예상 시나리오를 알아본다.

▲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지난 2016년 11월 29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를 포함해 가능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두루 검토해보겠다는 의미”라며 “전략·운영·법률·세제·회계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편 방안이 거론되지 않았음에도 시장에서는 인적분할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열리기 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개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고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이 가고 싶어하는 방향이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그동안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웠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9%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3.49%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역시 각각 4.2%와 7.5%, 1.3%에 그친다. 삼성그룹 오너가와 계열사 지분 전체를 합쳐도 20%에 미치지 못한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외국계 펀드 등 외부 세력이 반대 의견을 개진하면 제대로 맞서기 어렵다. 5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을 고려하면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주식을 사 모으기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비싸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 지분 1%를 늘리는 데 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분을 직접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인적분할이란 어떤 회사를 자회사(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와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로 쪼개는 것을 말한다. 기존 주주는 보유 지분율대로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동일하게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기존 삼성전자 지분 1%를 가지고 있던 주주의 경우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1%씩 얻게 된다. 이렇게 분할되는 과정에서 특히 ‘자사주’의 성격이 바뀐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의 주식을 가리키는 것으로 의결권이 없는 게 특징이다. 회사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오너가 경영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가 없다. 하지만 회사가 둘로 쪼개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사가 쪼개지는 과정에서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의 자산을 소유하게 된다. 사업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도 여기에 포함돼 함께 넘어온다. 지주회사가 확보한 사업회사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살아난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12.78% 가지고 있다. 인적분할이 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해 12.7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적분할 이후에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주식을 맞바꾸는 주식 스왑 과정을 거친다. 공개 매수를 통해 오너 일가와 계열사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주식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주식과 교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지주회사의 신규 지분에 기존 지주회사 지분을 더하면 오너 일가는 기존 삼성전자 지분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6개월의 검토기간을 언급한 만큼 인적분할 등의 작업은 2017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2017년 5~6월 정도에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적지 않은 작업이 필요하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을 비롯한 자산배분을 해야 하고, 관계사 보유주식에 대한 정리, 세금문제 등도 대두된다. 여기에 현재 기업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라는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부담이다. 만일 이 법이 제정될 경우 지배력 강화에 필요한 자금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삼성전자보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된 이후의 삼성전자 기업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지주회사로 몰아줄 현금과 자사주 물량 때문이다. 현재의 삼성전자 시가총액에는 현금성 자산과 자사주 가치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지주회사가 될 삼성전자에 현금성 자산과 자사주를 몰아주게 되면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상헌 연구원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 사례를 보면 기업가치가 분할 이전보다 쪼그라든 사례는 5%도 안된다”며 “95% 이상은 기업가치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각각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의 합병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만 검토하고 있다”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토하지만 현 시점에서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대한 검토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험을 한 차례 한 상황에서 또 다시 급하게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합병을 추진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당분간 삼성전자는 위에서 설명한 과정을 거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지주회사 전환 완료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기지개를 켰다는 점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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