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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패러다임 바꿀 '금속 3D 프린터' 시대 온다

핵심 기술 'SLM' 특허 만료로 보급 확대 계기 마련<BR>우주·항공·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 혁신' 촉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1세기 연금술로 불리는 3D 프린터가 여러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초창기 기술들이 그렇듯 거품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점차 적용 범위를 늘려나가며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외에도 금속 등 다양한 소재들을 출력할 수 있게 되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금속 3D 프린터의 활용도는 매우 넓다. 최근 금속 3D 프린터 관련 기술 특허가 풀리면서 급속히 보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금속 3D 프린터 기술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해 말 국내 금속 3D 프린터 제조 기업인 ‘인스텍’이 초대형 금속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금속 3D 프린터 제품을 독일과 러시아에 수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인스텍이 수출한 금속 3D 프린터 제품 ‘MX-Grande’는 최대 가로 4미터, 세로 1미터, 높이 1미터 크기의 초대형 금속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다. 인스텍은 러시아와 독일에 5건의 금속 3D 프린터 수출 성과를 올렸다. 고가의 특수 금속분말을 사용하는 기존 금속 3D 프린터와 달리 인스텍 제품은 일반산업용 금속 분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데다 다양한 합금분말까지 사용할 수 있어 가공소재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이 때문에 인스텍에 세계적인 우주항공 기업과 러시아 등 각국 정부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금속 3D 프린터는 사용처가 무궁무진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금속 3D프린터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던 초창기 3D 프린터와 달리 다양한 금속 재료를 가공해 원하는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다. 금속 3D 프린터는 금형 없이 부품을 만들 수 있어 제조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기존 제조 공정으론 만들기 어려운 복잡한 부품도 생산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2016년 7조 원 정도인 전 세계 3D 프린터 시장 규모가 오는 2018년에는 1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속 3D 프린터가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다.

금속 3D 프린터의 핵심은 ‘선택적 레이저 용융(SLM· Selective Laser Melting)’ 기술이다. SLM은 금속 분말을 도포한 뒤 선택적으로 레이저를 조사해 분말을 녹인다. 이 과정을 반복해 분말을 쌓아 올리고 부품을 만들어낸다. SLM 기술은 현재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금속 3D 프린터 제품의 80%는 SLM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SLM 방식을 이용한 금속 3D 프린터는 정밀도는 높지만 특허로 묶여 있어 가격이 비싸고 대중화가 쉽지 않았다. 그랬던 SLM 특허가 2016년 12월로 만료됐다. 특허 기간이 끝남에 따라 가격경쟁력을 갖춘 금속 3D 프린터가 급속히 보급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업체들이 특허를 사용해 제품화 경쟁에 나서면 기존 수억 원대였던 금속 3D 프린터 가격이 수천만 원대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제품 생산 수준에 머물렀던 SLM 방식 금속 3D 프린터는 향후 자동차와 항공기, 선박, 의료용 부품 등 제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항공기 엔진처럼 정밀도와 무결성이 중요한 부품의 경우, 금속 분말로 얇은 층을 쌓아 만드는 3D 프린팅 제조방식이 적합하다. 기존 제조방식은 내부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각 과정마다 CT(컴퓨터 단층촬영)로 투과 영상을 촬영해야 했지만, 3D 프린터 방식을 활용하면 재료를 쌓아 올릴 때마다 불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텍이 만든 금속 3D 프린터 ‘MX-Grande’.


높은 항공·의료 분야 활용도
금속 3D 프린터 기술은 주로 우주항공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금속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고성능 로켓 엔진의 연소 실험에 성공했다. 엔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터보펌프와 연료분사장치, 밸브를 금속 3D 프린터로 만들고 조립해 연소 실험을 한 건 그 때가 세계 최초였다. 미 항공우주국은 기존 로켓 엔진에 비해 부품을 단순화하고 제작 기간도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터보펌프의 부품 수는 기존 엔진보다 45%나 적었고, 보통 1년 가량 걸리는 연료 밸브 제작 기간도 몇 개월로 단축됐다.

보잉사는 이미 항공기에 들어가는 2만 개의 부품을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에어버스도 2016년부터 다양한 금속 부품을 제작해 자사 항공기에 장착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도 ‘수퍼드라코(SuperDraco)’라 불리는 엔진의 연소실 부품을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제조업체 GE는 제조업 혁신을 위해 3D 프린터 분야에 1조5,000억 원을 쏟아 붓는 통 큰 행보를 보이고 있다. 3D 프린터 분야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에 나서기도 했다. 창사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타트업이라 평가받는 GE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GE는 2016년 9월 총 14억 달러에 유럽 3D 프린터 업체 두 곳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회사는 스웨덴 ‘아르캠’과 독일 ‘SLM솔루션’으로, 금속 3D 프린터 분야 글로벌 강자들이다. GE는 두 회사의 금속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상업용 제트엔진 연료 노즐 등 항공기 부품 생산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 3D 프린터는 금형 없이 부품을 만들 수 있어 제조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GE는 2020년까지 약 4만 개에 달하는 제트 엔진 연료 노즐을 금속 3D 프린터로 제조할 계획이다.

GE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10년 간 금속 3D 프린터를 약 1,000대 구입할 것” 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30억~50억 달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금속 3D 프린터는 GE 핵심 부품 제조장비로 확실히 자리매김 할 전망이다. GE는 이미 2010년부터 3D 프린터 관련 분야에 약 15억 달러를 투자해 의료기기와 항공기 동력 터빈 제작에 3D 프린터를 이용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한 GE의 항공기 부품이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기도 했다. GE는 높은 고도의 낮은 기온과 강력한 공기 흐름으로부터 센서를 보호하는 온도 센서 덮개를 금속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분말 상태의 코발트·크롬 합금을 분사한 뒤 레이저를 쏴 설계 도면대로 덮개를 융합했다. 이렇게 하면 덮개를 이음매 없이 한 덩어리 금속으로 만들 수 있다. 여러 개 금속 조각을 조립해 만들던 과거에 비해 비용이 줄어들고, 부품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도 단축된다.




금속 3D 프린터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모습을 재현한 그래픽.


금속 3D 프린터 기술 확보 나선 한국
금속 3D 프린터 기술은 의료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금속 3D 프린터를 통한 환자맞춤형 보형물 개발기술을 활용하면 인체의 복잡한 뼈를 환자 개인에게 맞게 정밀하게 복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환자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3D 프린터 기술로 제작된 금속 보형물의 사용을 승인했다. 금속 3D 프린터로 만든 티타늄 소재 두개골과 흉곽이 실제 인체 수술에 적용됐다. 이정찬 서울대학교병원 의공학과 교수는 “교통사고 등 외부 충격에 의한 두개골 결손을 금속 3D 프린터로 만든 보형물로 대체할 수 있다”며 “환자의 결손된 두개골과 동일한 모양과 기능을 갖는 보형물을 금속 3D 프린터로 만들면 기존 수술시간(7~8시간)보다 빠르게(1~3시간) 진행할 수 있어 환자 회복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쎄이는 국립암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환자맞춤형 인공 발뒤꿈치뼈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금속 3D 프린터를 도입해 의료용 보형물을 만든 국내 최초 사례다. 환자맞춤형 발뒤꿈치뼈는 메디쎄이가 보유하고 있는 금속 3D 프린터를 활용해 인체에 이식 가능한 금속 보형물 재료인 티타늄 재질로 제작됐다. 환자의 CT(컴퓨터 단층촬영) 영상자료를 기반으로 한 3차원 복원기술을 통해 결손 부위에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정밀하게 디자인했다.



신훈규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3D프린팅 인쇄전자연구센터장은 금속 3D 프린터가 의료분야에 적용될 경우 일반 제조공정에 비해 100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용 금속 3D 프린터 기술의 확산을 위해선 티타늄 이외에 인체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와 함께 금속 3D 프린터의 단점인 속도, 가격,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3D 프린터는 현재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금속 분말 등 원자재의 가격이 비싸고, 공정이 끝나도 열처리나 표면 마감 등 후처리가 필요한 것이 단점”이라며 “3D 프린터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1개를 만들던 1,000개를 만들던 단일 생산비용이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초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료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고성능 금속 3D 프린터와 소재개발 융합 연구단(Metal 3D Printing·이하 M3P 연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금속 3D 프린터의 경쟁력은 생산성과 정밀도, 기능 구현도에 달려있다. 소재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소재의 다양성도 필요하다. M3P 연구단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M3P 연구단은 2018년 9월 15일까지 활동한다. 총 연구개발비는 261억 원, 참여 인력만 122명에 이른다. M3P 연구단은 항공·의료 분야 등에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 관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프린터 생산성 향상은 한국기계연구원이 맡았다. 기존 금속 3D 프린터 속도의 5배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밀도 역시 한국기계연구원이 수행한다. 기존 금속 3D 프린터보다 정밀도를 5배 이상 높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기능 구현도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진행한다. 소재는 재료연구소가 맡아 수행하는데 기존 금속 3D 프린터용 소재 가격의 절반 이하로 낮추는 것이 주요 임무라 할 수 있다.

2018년까지 M3P 연구단이 일정에 맞게 금속 3D 프린팅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 여러 가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신개념 금속 3D 프린터의 원천기술을 마련할 수 있다. 이창우 M3P 연구단장은 “그건 선진국 기술 수준을 단시간 내에 추격해 세계 시장에서 기술우위를 선점하고 다양한 적용분야를 발굴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예컨대 인공 무릎 등은 고령화 사회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분야로 금속 3D 프린터를 통해 제작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1. 금속 3D 프린터는 의료 분야에 활용도가 높다. 2. 메디쎄이가 금속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발뒤꿈치뼈의 3차원 랜더링 모습. 3. 미 항공우주국이 금속 3D 프린터로 만든 로켓 엔진의 연소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4. 스페이스-X가 금속 3D 프린터로 만든 로켓 엔진 부품.


시장 활성화에 힘써야 할 때
독일과 미국은 30여 년 전부터 금속 3D 프린터 기술을 확보해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한국의 금속 3D 프린터 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기업들의 이해도도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개발해도 판매할 곳이 없다”며 “중국이나 인도가 제조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금속 3D 프린터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국내 금속 3D 프린터 제조 업체 ‘센트롤’은 해외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금속 3D 프린터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반 3D 프린터 업체들도 신규 제품 개발을 포기하거나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선 더 이상 판로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기업이 고가 3D 프린터 구입을 꺼리고 있는데다 정부조달 시장까지 축소됐다. 실제로 지난해 나라장터의 3D 프린터 입찰공고는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3D 프린터 구입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쪽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면서 “정부 연구기관 등 필요한 곳은 이미 구입을 마쳤고, 학계 등 교육용 시장도 생각만큼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정부의 3D 프린터 지원책도 업계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6년 11월 3D 프린터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장비·소재 등의 성능과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가이드라인을 통하면 국산 3D 프린터 제품의 신뢰성을 입증하고 저품질 외산 장비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표준은 마련됐지만 정작 표준에 부합할 수 있는 국내 업체가 3~4곳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표준화를 위해 또 다른 투자를 해야 하는 처지라 할 수 있다.

3D 프린터 표준화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3D 프린터 표준화는 필요하지만 산업 성숙도를 고려할 때 조급한 것이 사실이며, 자칫 규제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시장 표준화보단 강소기업 육성, 해외진출 방안 마련, 선진기술 융합 등 국내 3D 프린터 산업육성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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