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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실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돼야 제대로 풀린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대·중기 간 임금격차 점차 커져

성장성 있는 일자리도 줄어들어

산별·단체교섭 효력 확장제 등

임금결정구조 근본적 개선 필요





지난 2016년 청년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전과 같이 빠른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성장만 하면 일자리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인데 청년의 취업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아직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못한 것이 높은 청년실업의 근본적 배경이다. 청년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 취업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타박하기도 하는데 이런 훈계는 경제 성장에 따라 임금도 크게 오르던 시기의 향수에서 나오는 과거 패러다임의 하나이다.

이와 같이 높은 청년실업의 근본적 원인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일자리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 과거에는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와 임금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현격한 차이를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경제가 역동적이던 과거에는 입사했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일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를 제외하면 그와 같은 기회도 많지 않다. 게다가 대기업에 들어가도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300인 이상 고용하는 대기업 일자리의 20%는 기간제 비정규직이고 20%는 사내 하청이나 용역 등의 간접고용이라는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 통계는 현재의 어려운 노동 시장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일자리가 없는 것은 아닌데 과거에 비해 일자리 간 격차가 커져 당장 양질은 아니더라도 성장잠재력이 있는 일자리조차 줄어든 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령화가 지속돼 청년인구가 줄더라도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거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격차 확대로 양질의 일자리는 언제나 소수일 것이고 이들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청년들의 진입 경쟁은 늘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그간 인식되지 않아 정책 입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은 늘 중요한 정책 의제로 다뤄지고 있으나 상황의 개선은 늘 요원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기존의 정책들은 범위가 너무 협소하거나 당사자의 선의가 없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상황을 바꾸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원·하청 기업 간 공정한 거래의 실현을 위해 초과이익공유제 등 몇몇 제도가 제안되고 있으므로 지면 제약상 여기서는 그동안 별로 거론된 바 없는 임금 결정과 관련해 한 가지 문제만 언급해보려 한다. 임금 결정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원청기업인 대기업이 하청기업인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황까지 살필 이유가 전혀 없다. 정부는 직무급·성과급 확산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호봉제(연차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시스템)를 비판하지만 기업 안에서 결정되는 임금 결정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직무급·성과급 전환만 주장해서는 기업 간 문제인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문제를 풀 수 없다. 유사한 직무로 기업 규모별로 크게 다른 임금을 받는 것은 호봉제 때문이 아니라 임금 결정 자체가 기업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노동조합조차도 하청 기업 근로자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선진 산업국가 대부분은 기업 내 결정을 보완하는 또 다른 임금 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시스템이 없지만 산업별 임금교섭, 단체교섭 효력확장제도 등 여러 제도적 형태로 기업 간 임금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들 제도가 임금격차의 확대를 막는다는 실증분석 연구도 존재하며 낮은 임금격차가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을 원활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을 비판하지만 기업 내 노조는 기업 내 정규직 종업원만 걱정하면 된다. 노조가 산업과 경제 전체를 걱정하게 만들려면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 기업을 넘은 단위에서 이뤄질 수 있게 교섭구조를 보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금기시돼 있지만 여러 선진 산업국가들에서 이러한 보완적인 임금결정 구조가 격차의 지나친 확대를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은 자신의 생존만이 목적이기 때문에 기업에 맡겨놓아서는 기업 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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