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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와치 -온라인 재능마켓 뜬다] "축가 해주실 분" "홈피 짜드려요"...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유경제

"발품 안팔아도 되고 가격도 마음에 쏙"

생활에 유용한 '알짜 거래' 갈수록 확산

중개업체 등록자수만 20만명 넘어서

업계 1위 '크몽' 회원 11만명 달해

SKT·사람인도 잇따라 시장 입성

송금후 연락두절· 폐업 등 주의해야





# 결혼식을 앞둔 강모씨는 신부에게 멋진 노래를 선물해주고 싶지만 음치여서 고민이 많았다. 지인에게 부탁하자니 마땅한 사람이 없거나 사례를 해야 할 것 같아 부담이 됐다. 그러다 강씨는 재능장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6만원만 받고 축가를 불러주겠다”는 대학생 최모군을 소개받고 한시름 놓았다. 대학 실용음악과 재학생인데다 후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믿음이 생겼다.

# 작은 사무실을 얻어 수제 잼 판매를 시작한 전모씨는 최근 재능마켓에서 알게 된 아마추어 제작자로부터 20만원에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퇴직금으로 회사 운영하기도 빠듯한데 전문가에게 수백만원을 지불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재능마켓을 통해 제작자와 직접 상의하고 상세 페이지 등 원하는 기능만 선택할 수 있어 편리했다. 특히 가격도 합의가 가능해 마음에 들었다.

물건이 아닌 개인의 재능을 온라인을 통해 파는 ‘탤런트 자영업자’ 전성시대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개인의 능력과 용역을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거래하는 ‘재능마켓’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관련 중개업체에 재능을 팔겠다고 나선 등록자들이 20만명을 넘어섰다. 5년 전 재능마켓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재미 삼아 이뤄지던 거래가 최근에는 사무적 능력은 물론 실생활에 유용한 ‘알짜’ 재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능 거래는 ‘재능 등록→구매 신청 및 예치금 지급→협의 및 최종 승인→수수료 제외 후 최종 송금’ 과정을 거친다. 먼저 재능 보유자가 홈페이지에 본인의 능력을 등록하고 희망가격을 게시한다. 다음으로 이용자가 구매를 신청하고 중개업체 계좌(안전결제)로 구매액수만큼 송금한다. 등록자와 구매자가 최종적으로 의사를 확정해야 거래가 체결된다. 이때 합의하에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거래가 체결되면 중개업체는 증거금에서 15~20%의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금액을 판매자에게 송금한다.

발품을 팔지 않고도 필요한 재능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다. 앱이 출시돼 있어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재능거래를 시작한 업계 1위(B2B 기준) 기업 ‘크몽’의 월간 방문자 수는 32만명에 달한다. 연간 거래액은 약 100억원으로 이 가운데 20% 이상이 수수료 매출로 잡힌다. 전체 매출에서 수수료 비중은 86% 정도이며 나머지는 상품 광고 등이다. 2위는 ‘오투잡’으로 크몽과 더불어 전체 시장의 90%(랭키닷컴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두 업체의 총 가입자 수는 20만명 이상(크몽 약 11만명)이며 등록 상품은 1만6,000건(각각 8,000건)을 웃돈다.

재능 카테고리는 디자인, 번역, 문서작성, 자기소개서 첨삭, 마케팅, 콘텐츠 제작 및 편집, 컴퓨터, 생활서비스 등으로 나뉜다. 점유율 상위 업체들을 보면 판매 상품은 8,000개까지 된다. 가격도 5,000원에서부터 수십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박현호 크몽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5달러에 재능을 사고파는 이스라엘의 ‘파이버’에 착안해 5,000원으로 재능을 거래했다”며 “처음에는 모닝콜, 연애상담, 욕 들어주기처럼 소비자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는 간단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비즈니스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종류에 따라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거래가 늘면서 전문 재능 판매인 혹은 투잡족(두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는 30대 남성 이정민씨는 오투잡에서 부업으로 디자인 재능을 판매하며 월급 수준의 수익을 추가로 올리고 있다. 개인의 명성을 쌓으며 억대 판매자가 된 경우도 있다. 크몽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 재능을 파는 ‘소셜헬프코리아(socialhelpkorea, 활동명)’의 누적 매출액은 2억3,432만원에 육박한다. 블로그·모바일 검색 상위 노출 재능을 파는 ‘이핫(ehot)191’ 역시 누적 판매액이 2억원을 넘는다.



SK텔레콤의 ‘히든’ 개요. /사진제공=SK텔레콤


이처럼 거래 수요가 높아지자 대기업도 재능마켓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재능공유 플랫폼인 ‘히든’을 선보였다.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500여명과 200여개의 스타트업(신생벤처)이 히든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다. 이용자를 여럿 확보한 창작자에 ‘마스터’ 지위를 부여하고 마스터는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박재현 SK텔레콤 T밸리 단장은 “히든은 정보가 부족하고 네트워크가 부족해 사업화하기 힘들었던 개인의 재능을 발굴하고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크루팅 업체 사람인은 2015년 10월 오투잡을 인수하며 재능마켓 시장에 진출했다.

온라인에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거래사기처럼 피해사례도 종종 생긴다. 기준이 모호해 취소·반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중개업체들의 취소·반품 불가 조건을 보면 ‘시간 경과 등에 의해 재능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처럼 애매한 경우가 많다. 번역·첨삭·문서작업 재능을 주문했을 때 단순 변심일 경우 취소가 어렵다. 대부분 중개업체 차원에서 판매자와 소비자 간 갈등을 해결하지만 분기마다 한두 건씩은 전자상거래 분쟁위원회로 넘어간다.

온라인 사업이다 보니 회사가 소리 없이 문을 닫아 피해를 보기도 한다. 현재 60여개의 사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나 제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10곳 남짓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4분기까지만 해도 재능장터가 16개로 파악됐지만 현재는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몇 군데인지 파악되지 않는다”며 “상위 업체 네다섯 군데 정도만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이나 목소리만으로 사주를 봐준다는 판매자의 말을 믿고 입금했다가 연락이 두절된 사례도 있다. 중개인이 증거금을 맡는 안전거래 제도가 있는데도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거래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재능마켓에서 미흡한 재능을 제공한 이에게 경고 혹은 제명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판매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서작성 재능을 판매하는 문영찬씨는 “고객에게 들어보니 자기소개서 작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와 소스를 제공했는데 중간에 연락이 끊겨 마감기한까지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며 “거래 시 구매후기와 평점·거래횟수를 꼭 확인하기를 당부드린다”고 조언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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