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증권  >  

[600조 국민연금 운용역의 좌절] 전주 이전·특검수사로 뒤숭숭...운용역 '엑소더스' 폭풍

"큰판서 일한다" 자부심에 낮은 처우에도 버텼는데
삼성물산 합병 논란·정부 간섭 탓에 능력 발휘 제약
팀·과장급 227명 중 100여명이 이직 계획·고민중
방치땐 조직 와해...기금운용체계 등 개편 서둘러야

[600조 국민연금 운용역의 좌절] 전주 이전·특검수사로 뒤숭숭...운용역 '엑소더스' 폭풍
“다음 달 전주 이전 후 6개월 안에 계약이 만료되는 기금 운용역 숫자만 50명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들의 엑소더스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올 상반기까지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조직이 와해될 만큼 위험한 상황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 대체투자실에서 근무하다 민간 금융사로 이직한 선임(팀장급) 운용역 A씨는 최근 뒤숭숭한 친정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오는 2월 전주 이전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던 운용역들의 이탈이 최근에는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기금본부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지면서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큰물에서 논다’는 자부심과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한다는 사명감에 민간 대비 20~30% 적은 보수를 받더라도 당당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이직을 결심한 운용역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이미 떠난 사람들은 그렇다고 쳐도 현재 남아 있는 운용역들 가운데서 경험을 쌓고 때가 되면 나가겠다는 잠재적 이탈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자산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흔들리고 있다. 민간기업의 고액 연봉을 뿌리치고 이직할 만큼 선망의 조직이었지만 전주 이전과 삼성물산 합병찬성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지난 1999년 조직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2015년 10명에 불과했던 기금본부 이직자는 전주 이전을 앞둔 지난해 30명으로 불었다. 신년 들어서도 8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기금본부 안팎에서는 이미 나간 사람을 포함해 선임(팀장)·책임(차장)·전임(과장) 등 100명이 넘는 운용역들이 이직을 계획하거나 고민 중이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현재 기금본부의 운용인력이 227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동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체투자 인력들의 이탈은 더욱 뼈아프다. 분기 혹은 매년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한 주식·채권과 달리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등 대체투자는 투자 발굴에서부터 집행·회수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당 5~6년 이상이 걸릴 만큼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최근 3개년(2013~2015년)간 국내외 대체투자 수익률은 10.6%로 전체 수익률(4.7%)을 두 배 웃돌며 기금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성과가 좋은 만큼 대체투자 운용역들은 투자은행(IB)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다. 최근 1~2년 사이 해외대체투자 실장을 역임한 2명이 잇따라 떠났다. 해외인프라팀장과 국내인프라팀장도 민간으로 이직했다. 국내 투자의 실무를 담당했던 전임·책임 운용역 4명도 최근 사표를 내고 삼성증권·삼성생명·맥쿼리인프라·이지스자산운용 등으로 각각 옮겼다.

팀장급 운용역인 B씨는 “기금은 오는 2043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지만 연금지출액이 징수 보험료보다 많아지는 시기는 훨씬 앞선 2031년에 도래한다”며 “투자기간이 긴 대체투자의 속성을 고려하면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고작 5년 남았는데 인재들이 계속 유출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주 이전과 삼성 합병 논란은 운용역 집단 이탈의 불쏘시개였을 뿐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위는 전문 계약직이지만 공공기관인 탓에 상급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지휘를 받고 공단의 내부감사,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 등 운용역으로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제약돼 있기 때문이다. 관료주의에 갇힌 답답한 조직이라는 의미다. 채권운용실에 10여년 근무하다 최근 이직한 C씨는 “조직 출범 이후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 비정상적인 기금운용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공염불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닫혀 있는 조직에 쌓여 있던 불만이 전주 이전과 삼성 합병 논란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D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