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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기업 갑질에 국내 중기 속수무책

에핏라이트, 日JDI와 1년째 분쟁중
JDI 자회사, 구두 발주 후 서명 미루다
계약해지 일방 통보…에핏 23억 날려
"국외기업과의 분쟁 정부 매뉴얼 필요"

국내 중소기업들이 국내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해외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도 ‘을’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 중기업계에 따르면 백라이트유닛(BLU) 등 디스플레이 부품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인 에핏라이트는 일본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제조 대기업 재팬디스플레이(JDI)와 1년째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에핏라이트는 2014년 11월부터 JDI의 자회사 대만디스플레이(TDI)에 부품을 납품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에핏라이트는 2015년 2월 TDI 구매담당자로부터 ‘축하드립니다. 에핏라이트가 5.5인치 백라이트 부품의 공급자로 선정됐습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TDI는 에핏라이트와의 거래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임직원들이 공장 실사를 나오고 예상 생산물량(Forecast) 자료까지 보내줬다. 통상 예상 생산물량계획을 받은 부품 공급 업체들은 그에 맞춰 양산을 준비한다. 에핏라이트는 이후 공식적인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지만 TDI는 계약서 서명을 차일피일 미뤘다. 에핏라이트는 불안했지만 중국 공장에 클린룸과 생산 장비를 설치하고 금형을 개발했다. 근로자도 200여명 추가 채용했다. 중소기업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인 23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하지만 TDI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 무산을 이유로 내세워 납품을 받을 수 없다고 일방 통보해 왔다. 설상가상으로 TDI는 모회사인 JDI로 흡수합병됐다. 에핏라이트는 모회사인 JDI가 대신 정식 계약을 체결하거나 투자금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JDI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강찬호 에핏라이트 부장은 “우리도 계약서 작성 전에 투자를 한 것에 대해 일부 책임이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결국 그 수주는 놓칠 수 밖에 없다”고 억울해 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JDI 공식 창구를 통해 에핏라이트 사례와 관련한 대응방안에 대해 문의했지만 “개별 거래 내용에 대해 타사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에핏라이트는 국내 중소기업 지원센터에도 문의를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에핏라이트가 문의한 중소기업청 비즈니스지원단은 수출입 관세 등 정책적인 부분만 상담이 가능하다고 답했고 중소기업법률지원단 9988도 변호사 비용 지원 밖에 할 수 없다며 실질적인 구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해외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갑질’을 당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분쟁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동반성장위원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정을 할 수 있지만 해외 대기업과의 분쟁에서는 정부가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전문가는 “에핏라이트의 사례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구제받기 어렵고 대상이 해외 기업이라 정부가 섣불리 나서기도 어려워 가장 악질적인 상황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해외 기업과의 분쟁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고 중소기업들도 해외 대기업들의 구두 발주는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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