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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나노 초분자 젤' 세계 첫 개발...의약·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활용 길터

정종화 경상대 교수

스마트 초분자 젤 제조법 활용

외부자극에 강한 소재 만들어

자기조립 성질 갖는 것도 장점

고체 성질 수천배 이상 늘리고

제작공정은 액체보다 쉬워져

'맞춤형 디바이스' 개발도 가능

정종화(왼쪽) 경상대 화학과 교수가 경상대 연구실에서 연구진과 함께 초분자 젤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상대




고체도 액체도 아닌 젤(gel) 물질은 지난 1910년대 처음 발견됐다. 이후 한 세기가 지났지만 활용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젤을 구성하는 분자의 상태가 일정하지 않은 탓에 실용화가 쉽지 않았다. 과학의 발전은 젤의 이용에 활로를 터줬다. 지난 20여년간 화학계에서 10억분의1m(1나노미터·1㎚) 크기에 이르는 초미세 세계를 다루는 ‘나노과학’이 급발전한 덕분이다. 2개 이상의 분자 집합체인 초분자화학이 부상한 것도 젤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 행사도 젤의 과학에 주목했다. 나노 초분자 젤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공로로 정종화 경상대 화학과 교수를 2월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정 교수가 개발한 젤은 외부의 강

초분자 젤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 산도의 정도(a는 pH=5, b는 pH=6, c는 pH=7)에 따라 초분자 젤의 물성이 달라진다. 산도가 높아질수록 초분자 젤의 기계적인 물성이 커진다. pH=7의 경우 신축률(온도·습도 기타 상태의 변화에 따르는 재료의 길이 변화율)이 70% 정도였으며 약 45헥토파스칼(hPa) 정도의 외부 힘을 가했을 때 절단됐다. /사진제공=경상대


한 자극에도 형상이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췄다.

정 교수는 소프트 나노 소재인 스마트 초분자의 젤 제조법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유기물 초분자 젤의 약한 기계적 물성과 압력·빛 등 외부 자극에 형상이 변형되는 불안정을 극복할 수 있는 나노 초분자 젤을 개발한 것이다. 쉽게 말해 고체가 아닌 이상 젤은 물질의 성질이 쉽게 바뀌고 거의 액체에 가깝다 보니 점성(유체의 끈끈한 정도)이나 탄성(변형된 물체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 같은 성질을 갖기 어려웠지만 이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푸딩과 같은 소재를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 푸딩은 외부에서 기존보다 7,000~1만배 강한 힘을 가해도 모양은 물론 물성이 변하지 않는다. 특히 자기 조립의 성질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기 조립이란 분자 간의 약한 힘에 의해서 초분자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소프트 초분자 젤을 정 교수가 처음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정 교수의 성과는 기존 소프트 초분자 젤보다 고체 같은 성질을 수천 배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제어가 고체보다는 어렵지만 물보다는 쉬운 소재 제작 공정을 찾았다. 정 교수는 “결정성 소재, 즉 물성이 뚜렷한 소재는 많이 만들어봐야 1~2g 정도밖에 안 되지만 우리 연구소에서 제작한 소프트 초분자 젤은 시료만 있으면 한 번에 100~200g을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 초분자 젤로 이뤄진 나노 소재를 원하는 양만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 초분자 젤은 획기적인 약 전달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알약을 물과 함께 먹는 이유는 약을 물에 녹여서 흡수시키려는 것”이라며 “알약이 아닌 젤 형태의 소프트 초분자 젤로 만든다면 약을 복용할 때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젤은 고체보다 용해도가 높은데다 몸에서 흡수되는 속도 역시 빨라 훌륭한 약 전달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정 교수는 하천을 오염시키는 벤젠 등과 같은 유해성 화합물을 초분자 젤이 흡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보편화로 ‘최대 숙제’로 떠오른 배터리에서도 스마트 초분자 젤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보통 배터리가 액체로 된 전해질을 사용해 액체 배터리를 쓰는 것은 고체보다 액체가 전도성이 높아 보다 더 높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인데 자칫 액체 전해질이 바깥으로 새어나오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 교수는 “최근 발생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열 사태 배터리는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크기를 줄이다 보니 발생한 것인데 전해질을 젤 형태로 바꾸면 훨씬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액체의 대체재인 고체 배터리는 전도성이 낮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인데 액체와 물성이 비슷하면서 전도성도 비슷한 젤 타입은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측정이 더 필요하겠지만 (젤 타입이) 액체 전해질만큼의 전도성을 띠는 것으로 현재까지 판명됐다”고 자신했다.

정 교수는 향후 초분자 젤의 구조와 점성·탄성 등 기계적인 물성의 특징이 더 연구된다면 ‘개인 맞춤형 나노 디바이스’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올해 지금까지 발견한 것 외에 산업적인 활용도를 발견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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