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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장하성"기업들 배만 불리는 경제성장 모델 바꿔야"

IMF외환위기 기점으로 경제성장-국민 소득 괴리 심화
법인·소득세 인상 통한 재분배정책 현실적 한계 많아
제대로된 성장 하려면 분배 확대에 정책 초점 맞춰야

[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장하성'기업들 배만 불리는 경제성장 모델 바꿔야'
장하성(왼쪽) 고려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민은 어떤 한국경제를 원하고 있는가?: 좌표와 지향점’ 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유시민(가운데) 전 장관, 사회를 맡은 김인준 서울대학교 교수와 입장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분명 경제는 성장했는데 국민의 소득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소비의 주체도 아닌, 아름다움의 효용을 느낄 수도 없는 기업들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대부분 가져갔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장하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열린 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1전체회의에서 ‘국민은 어떤 한국 경제를 원하고 있는가?:좌표와 지향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솔직히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간의 괴리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990년부터 1997년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은 70.7%였고 가계소득의 누적 실질증가율은 63.2% 수준이었던 반면 1997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성장률은 104.4%로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은 68.4%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결국 가계살림이 나아지지도 않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는 소득 없는 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을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같은 기간 다른 대부분의 나라도 성장의 과실이 가계에 돌아가지 않았고 불평등이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경제성장률 대비 가계소득 증가율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57.9%로 41.7%의 일본보다 높다. 경제 대국 중 하나인 독일 역시 60%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체감도는 이들 국가와 차이가 크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과 독일은 가계소득이 크게 늘지 못한 중요한 이유가 정부의 복지지출”이라며 “결국 국가가 2차 분배의 역할로 가계의 충격을 줄여주는 반면 우리는 그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가계소득이 경제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원인으로 장 교수는 경제 시스템의 분배 역할이 고장 났다는 점을 꼽았다. 생산의 주체인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임금을 통해 가계로 돌려주지 않고 쌓아둔 돈을 투자로 집행하지도 않아 추가적인 일자리도 생겨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경제성장과 가계소득, 고용이 함께 가지 못한 이유를 산업구조 측면에서 보면 OECD 국가 중 가장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것”이라며 “기업이 내부에 유보해놓은 돈으로 충분한 투자에 나섰다면 4~5년의 시차를 가지고 고용이 늘어날 수 있었지만 사실상 제로금리 상황에서도 기업은 투자보다 저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폭 증가한 반면 총고용에서의 제조업 비중은 대폭 감소했다.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1990년 27.3%에서 2015년 29.5%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제조업의 고용 비중은 같은 기간 27.2%에서 17.3%로 급락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GDP 중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고 주요20개국(G20) 중에서는 중국(35.9%) 다음으로 높다.

법인세 인상, 소득세 인상을 통해 정부가 재분배 정책을 확대하면 국민이 잘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장 교수는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고 판단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예산 증가율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지만 여전히 선진국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의 복지예산을 집행하려면 전체 국가 예산의 50%를 써야 한다”며 “재분배 정책을 확대해나가야 하지만 이것만으로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원천적 분배, 본원적 분배를 확대해야 하는데 여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며 “결국 전반적인 임금 상승이 필요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이 있어야 국민이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분배를 위한 고민에 대한 고견들이 쏟아져나왔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탄생한 것은 많은 국민이 성장률 둔화로 내 삶이 어려워졌다는 잘못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성장을 통해 잘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공약을 믿고 사기를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조기 대선이 될지, 정기 대선이 될지 아직 모르지만 성장과 분배의 괴리에 대해 대선후보들 간 충분한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소득 불평등 문제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 간의 불평등 문제 역시 중요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노력이 있어야 국민이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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