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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칼럼] 신문·방송 vs 유튜브 누가 이길까

이신우 논설실장

SNS가 萬人의 記者化 시대 열어

1인 미디어들 신문·방송 독점 해체

팩트에 목마른 대중이 주된 소비층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등장하기까지 라틴어 성경은 오로지 성직자들만 들여다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경전이었다. 일반 신도는 단지 교회에 나가 성직자의 입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성직자들은 이 같은 정보 독점을 악용해 면죄부를 팔아먹는 등 사기행각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인쇄술 보급과 함께 대중 언어로 번역된 성경이 일반인에게 개방되자 신도들은 스스로 읽고 해석하고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이를 ‘만인(萬人)의 사제화(司祭化)’라고 표현했다.

요즘 다른 버전으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만인의 언론인화’다. 그 통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1인 미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유튜브다. 오랜 세월 정보를 독점해왔던 신문·방송이 지금 이들 각종 SNS와 1인 미디어에 의해 여지없이 기득권을 해체당하는 중이다.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언론 왜곡, 조작, 오보 총정리’라는 영상 파일이 있다. 지난해 12월4일 게시됐는데 1월12일 정확히 40만1,119회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후 다시 확인한 결과 이상하게도 조회수가 현저히 낮게 집계되고 있다. 어떤 조화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영상 파일은 미국 대선 중에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유세 장면으로 시작된다. 연단에 선 트럼프의 모습이 나오고 그가 TV방송을 비난하는 연설을 쏟아낸다. “저들(방송사 카메라맨들)은 여기 모인 관중들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아요. 저들은 정말로 부정직한 사람들입니다. 중앙에 있는 카메라맨 보세요. 카메라를 돌려요, 돌려요!”

(그래도 방송국 카메라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보세요! 카메라를 돌리지 않습니다. 한심합니다, 한심해요….”

그 직후 관객석의 한 카메라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직접 비춰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이런 유세 장면을 하루에 세 번씩 연출한다고 폭로한다.



그럼 미국 대선의 최종 결과는 어떻게 전개됐나. 유력 언론사가 모조리 한통속이 된 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95% 이상이라고 외쳐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존 언론이 철저히 외면했던 트럼프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 승리의 원동력은 바로 SNS와 유튜브의 힘이었다. 스마트폰 한 대로 가능한 1인 미디어와 유튜브는 신문·방송과 달리 마구 퍼 나를 수 있고 무한대로 증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기성 언론은 외면했어도 이들 1인 미디어가 대신 팩트(사실)를 실어 날랐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춰진 진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유튜브에서는 1인 미디어들이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상당수가 조회수 몇 만씩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만든 주범은 물론 기존 언론이다.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조작할수록 일반 시민은 유튜브로 몰려간다. 그곳에서 팩트(진실)를 확인하고 의견을 공유하며 집단여론을 형성한다.

그 파급력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12월31일 유튜브에 오른 ‘고등학교 학생의 애국, 진실 시국발언’은 올해 1월3일 조회수가 무려 61만6,418회를 기록했다. 한 증권분석가가 운영하는 가치넷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지난해 12월17일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의 예언과 2017년 대선 대예측 공개’라는 제목의 시황 및 정국 분석이 소개됐는데 2월9일 현재 57만6,294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언론을 믿지 않아서 유튜브를 봅니다”라는 짧은 댓글이 눈길을 잡아끈다.

‘정규재의 박 대통령 인터뷰’는 1월25일 게시 후 9일 현재 조회수가 195만이다. 거기에 이런 시청자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이제는 메이저 언론 필요 없다. 인터넷 때문에 빠르고 짧은 시간에 광범위하게 싼 가격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1인 미디어라도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브랜드 가치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대를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이 이번에 테스트한 거다.”

일제 치하에서 태극기로 삼천리 방방곡곡을 뒤덮었던 3·1운동을 가능하게 했던 메신저는 신문 등 기존 언론이 아니었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사발통문이었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여론 형성에서 신문·방송은 과연 사발통문의 21세기 버전 유튜브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shinwo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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