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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놀러가고·쇼핑하고·먹고 마시고…사소한 즐거움이 사회 발전 이끌었다

■스티븐 존슨 지음, 프런티어 펴냄

재미추구 문화행위의 '벌새효과'

경제·사회 등 각 분야 변화 유도

박물관서 기계에 매료된 배비지

'컴퓨터 시조' 발명에 영향 미쳐

백화점, 보고 즐기는 공간 탄생

커피, 근대 언론사 출범에 도움





백화점 구경하기, 면화로 만들어진 옷 입기, 커피 마시기, 자주색 옷 입기, 체스게임 하기, 영화 보기….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아닌 이런 ‘사소한’ 문화 행위들은 그동안 경제의 관점에서 논의되고 비판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인도산 면화와 커피를 구하기 위한 서구인들의 노예무역이라든지, 화려한 볼거리로 소비를 자극하는 백화점의 마케팅이 어떻게 사치를 조장했는지 등으로 말이다.

그러나 책 ‘원더랜드’는 이러한 오감을 재미있게 하고 즐겁게 하는 문화 활동을 무관해 보이는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과정인 ‘벌새 효과’로 설명하며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총망라하며, ‘즐거움’이 역사적 변화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또 책은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 등 6개의 장으로 구성됐는데 우리가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입고, 놀고, 쇼핑하던 모든 것들을 산업혁명 전후와 비교하며 흥미진진한 역사 속으로 끌어들인다.

미국 최초의 쇼핑몰 사우스데일 센터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경제, 문화, 사회 발전의 결과물이 아닌 기폭제가 됐는지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찰스 배비지의 멀린박물관 관람기를 들었다. 1801년 당시 여덟 살이던 꼬마 배비지의 이 경험은 훗날 산업 기술을 분석한 독창적인 저서 ‘기계와 제조업의 경제에 관하여’를 탄생하게 하고, 이 책은 또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기계에 대한 관심으로 ‘미분기’라는 일종의 계산기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이는 발명품은 수년 후 분석기의 발명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의 시조라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이 박물관에서 본 ‘기계 무용수’는 걷는 기계에 대한 로망과 환상을 자극했다. 이때 본 기계에 대해 멀린은 “팔다리의 움직임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했다”고 회상했으며 기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

전설적인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의 작업실




또 사고파는 상점에서 보고 즐기는 화려한 공간인 백화점에 대한 이야기도 시선을 끈다. 17세기의 막바지를 향해가던 런던. 세인트 제임스, 러드게이트 힐 등 런던의 일부 지역에서는 직물, 보석, 가구 등을 파는 상점들이 생겨나는데 백화점의 시작이다. 이 상점들은 정면을 큰 유리로 만들고, 상품들을 보기 좋게 진열했는데 이를 본 이들은 “흠잡을 데 없이 화려하게 장식한 공연장”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한편 신비의 세계로 초대받은 듯 매료됐다. 그러나 전에 없던 이런 화려한 장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는데, ‘로빈슨크루소’를 쓴 대니얼 포는 영국의 상업 관행에 대해 개관한 ‘영국 상인 대전’에서 화려하게 꾸며진 상점에 대해 한 장에 전체를 할애해 설명하며 겉치레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시대보다 이 시대에 분명 멍청이들이 더 많다. 틀림없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겉치레에 이렇게 집착할 수가 없다. 상점을 칠하고 꾸미면, 상점 주인이 재력이 탄탄한, 많은 물건을 점유한 상인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겉치레를 할 리가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W.G. 테일러의 동력 직기와 특허받은 옥양목 방직기


이 외에도 근대 언론기관의 탄생에 도움을 준 커피의 맛, 우아하게 장식된 포목점이 촉발한 산업혁명, 옷을 기능에서 패션으로 눈을 돌리게 한 ‘자주색의 패션 혁명’ 등 재미와 멋을 추구한 우리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물들은 독자들을 ‘원더랜드’로 안내하기에 충분하다.1만6,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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