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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와치] 돈 몰리는 바이오시장... “투자 받으려면 어떻게 하나요?”

깐깐한 심사도 술술..."그 벤처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시장 상황은

VC, 작년 바이오 투자 4,686억 불구

엄격한 심사에 '부익부 빈익빈' 여전

- VC 어떤점을 주목하나

기술력은 기본 얼마나 '다르냐'에 중점

CEO 역량 갖추고 적극적 홍보도 필수

- 투자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은

브릿지·지피씨알·와이바이오로직스

10년 넘는 업력으로 100억이상 유치





지난해 벤처캐피털(VC) 업체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업종은 어디일까.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바이오 및 의료 분야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해당 분야 투자액은 지난해 4,686억원으로 4,062억원에 그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를 제쳤다. 투자액 또한 전년 3,170억원과 비교해 1.5배가량 많아졌고 VC의 전체 투자액에서 바이오 및 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5년 15%에서 지난해 21%로 껑충 뛰었다. VC들의 전체 벤처 투자액이 2015년 2조858억원에서 지난해 2조1,50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바이오 쪽 활황이 확실히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다만 몇몇 바이오벤처들은 이 같은 활황을 느낄 수 없다는 불평을 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액이 대폭 늘어나 언뜻 ‘눈먼 돈’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투자는 까다롭게 진행되는 탓이다. 실제 바이오벤처 대표들을 만나보면 “바이오 시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기 때문에 여전히 VC들의 투자를 갈구하는 업체가 많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VC들은 어떤 바이오벤처에 투자할까. 투자할 업체를 선정하고 얼마만큼을 투자할지는 VC 업체 대표나 VC에 소속된 바이오 심사역의 손에 달려 있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은 VC의 바이오 심사역 들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VC 심사역들의 깐깐함을 넘어서라
=바이오 전문 VC들이 우선 주목하는 부분은 그 회사가 얼마나 시장 변화를 잘 읽고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기술력을 갖추는 것은 당연히 필수요건이며 얼마나 ‘특별하냐’에 보다 중점을 둔다는 말이다.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14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며 주목을 받은 인터베스트의 임정희 전무는 “기술과 시장의 전망을 본 후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업체에 투자하려 한다”며 “몇 년 전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인체공생미생물) 관련 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해 여러 업체 간 기술력을 비교해본 후 바이오벤처인 천랩에 투자한 것이 대표 사례”라고 밝혔다.

업계 최고 바이오 전문가로 통하는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우선 그 회사가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셔닝(positioning)’을 본다”며 “회사가 업계에서 1등인지 여부보다는 남들과는 다른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본부장은 결국 그 회사의 미래가치는 이미 창업 당시부터 판가름이 난다는 입장이다.



바이오벤처 대표 그 자체에 주목하는 VC들도 많다. K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업계 최대인 1,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오성수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결국 회사를 운영하고 이끄는 것은 사람”이라며 “바이오벤처 대표의 인성은 물론이고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와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또한 “기술력은 괜찮은데 경영진의 자세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성공을 못 하는 회사들이 많다”며 “기술력은 기본이며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벤처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 최소 5년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장기적 투자가 가능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VC들의 입장이다.

◇회사 알리는 데 보다 적극 나서야=바이오벤처들 또한 본인의 기술력만 믿지 말고 각종 투자 설명회나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회사를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이오 심사역들은 투자를 생각할 때 바이오벤처가 제시하는 기술 관련 데이터 외에 업계 내 평판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데 기술력만으로는 가치를 높이 평가받기 힘든 탓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업계 내에서도 담론을 주도하고 서로 간 노하우를 공유하는 나름의 ‘이너서클’이 있는데 이들과 친분을 쌓으면 자연스레 업계 내 평판이 올라가게 된다”며 “연구소에 소속돼 연구만 열심히 하면 됐던 창업 이전과 달리 이제는 본인이 알아서 자금을 유치하고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벤처 창업자들은 연구원 등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교수나 유력바이오벤처 대표들과 친분을 쌓으며 창업 관련 사전 작업을 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어느 정도 준비한 상태에서 바이오벤처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투자유치에 성공한 바이오벤처는 어디인가=그렇다면 지난해 100억원 내외의 투자를 이끌어 낸 바이오벤처 대표들은 누구일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창업에 몇 차례 실패하거나 대기업 등에서 연구원 등의 경험을 거친 경우가 대다수다. 이전의 실패 경험이 자양분이 돼 재창업시 보다 확실한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한다는 점이 VC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시켰다.

2015년 창업해 이듬해 VC로부터 업계 최고수준인 14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낸 신약개발업체 브릿지바이오의 이정규 대표는 LG화학 연구원으로 출발해 한때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 멤버로 활약했으며 이후 렉스바이오를 창업하기도 했다. 현재는 ‘판교혁신신약살롱’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바이오 업계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도사로 활약 중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미국 법인을 세워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바이오벤처 성장 지원 시설인 ‘제이랩’에 입소하는 등 알음알음 성과를 내고 있다. 브릿지바이오에 투자한 VC 업체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난 몇 년간 사업 실패 등으로 부침을 겪었는데 현재 사업모델은 그때의 실패 경험 등이 바탕이 돼 향후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게 봤다”고 밝혔다.

기존 약물을 활용해 새로운 약물을 만들어내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문 업체인 지피씨알의 신동승 대표 또한 뉴로제넥스 대표와 마크로젠 이사 등을 거친 바이오 업계 베테랑이다. 사업 실패 등으로 힘든 날도 있었지만 지난해 10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창업 3년 만에 주목받는 바이오벤처로 성장했다. 투자자들은 지피씨알이 아직 성과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신약개발과 관련한 짜임새 있는 계획과 신 대표가 업계에서 보여준 평판 및 신뢰 등을 투자 이유로 꼽고 있다. 이외에도 와이바이오로직스·압타바이오·툴젠·SCM생명과학 등이 지난해 VC들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냈으며 창업자 대부분이 업력 10년 내외의 베테랑이다.

한 바이오 심사역은 “바이오벤처창업은 교수나 의사 출신이 아니라면 연구원 생활은 필수인데다 연구개발 기간도 훨씬 길기 때문에 여타 산업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높다”며 “재창업 사례가 많고 40대나 50대가 생태계의 주축이 되는 것은 산업의 특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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