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씨앗

- 김추인 作





이것은

꽃의 압축파일이다

감 씨를 반으로 따개면

흰 배젖에 감싸여 오뚝 서 있는

고염나무 한 그루

내 아기집 속에 있던 1mm의 아기

초음파 영상 같은

감 씨 속엔

감나무의 숨겨진 전생이 있다

감나무로 성형되기 전

고염나무였다는 DNA

단감을 먹고 씨를 심어보면 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지만, 감 씨를 심으면 고염나무가 된다고 한다. 집개가 풀려나면 들개가 되듯 감나무 또한 쉬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감 씨를 세워 어금니 사이에 끼우고 딱 깨물면 두 조각으로 갈라진다. 어린 배가 삽자루처럼 오뚝하다. 저 여린 날로 두터운 흙 천장을 뚫고 나가 늘늘늘 거대한 감나무가 될 것이다. 거대한 감나무는 가을마다 몽몽몽 손톱만한 감 씨로 들어갈 것이다. 생명의 압축파일 만들기와 풀기는 초록지구별에서 누천 년 일어나는 기적이다.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