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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사회 문제 해결·공익 실현 추구하는 '착한 기업'
소셜 벤처 활성화 위한 '임팩트 투자'도 증가세

  • 김병주 기자
  • 2017-02-15 16:36:47
  •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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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새해를 맞아 좋은 일을 해보겠다고 다짐한 당신. 연탄 기부, 학용품 기부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본다. 그런데 난관에 봉착한다. 당신의 지갑에는 단돈 2만 원이 전부다. 기부를 하기에도, 물품을 구매하기에도 약간 부족하다. 그럼에도 당신은 2만 원을 뜻 깊게 쓰고자 마음먹었다. 당신이 가진 2만 원은 과연 어떠한 ‘따뜻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바로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저개발국가 장애인을 위한 ‘인공 무릎 관절’이다. 인공 관절은 제작 과정이 복잡해 고가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최고급 인공 관절이 부착된 의족의 가격은 1억 원대에 육박하기도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출신 조엘 새들러와 에릭 토셀은 지난 2007년 ‘리모션 디자인(re:motion designs)’이라는 소셜벤처(Social Venture)를 창업했다. 그리고 플라스틱과 볼트, 너트, 베어링 등으로 구성된 인공 관절 ‘자이푸르니(JaipurKnee)’를 개발했다. 리모션 디자인은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인공 무릎 관절인 자이푸르니를 개발도상국의 다리 절단 장애인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놀라지 마시라. 자이푸르니의 판매 가격은 고작 20달러, 한화로는 약 2만 원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성능은 일반 인공 무릎 관절 못지않다. 이처럼 혁신적인 인공 무릎 관절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리모션 디자인은 소셜벤처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소셜벤처는 사회적 문제 해결과 공익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리모션 디자인과 같은 수많은 소셜벤처들이 따뜻한 사회 구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소셜벤처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은 많지 않지만 사회 변화를 꿈꾸는 창업가들의 도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투자기관과 대기업들은 소셜벤처 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한

‘임팩트(Impact)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천편일률적인 사회공헌 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포춘코리아가 새해를 맞아 창의성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 소셜벤처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매서운 추위가 절정에 다다른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1번 출구 앞. 빨간색 조끼를 입은 노인 한 분이 지나가는 행인들 속에서 잡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잡지는 노숙인 자활을 위해 발행되고 있는 ‘빅이슈(Big Issue)’였다.

빅이슈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숙자’라는 개념으로 일컬어지는 홈리스(Homeless) 생활을 경험했다. 대다수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며든 노숙자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못하다. 한 손에 소주병을 든 채, 지하철 역 구석에 박스를 깔고 누워 잠을 자는 모습. 하지만 빅이슈 판매원, ‘빅판’들의 모습에서는 노숙자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좌] 리모션 디자인이 개발한 ‘자이푸르니’ 모습. [우] 인공 무릎 관절

‘자이푸르니’가 부착된 의족을 착용한 인도 청년이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고 있다.
◆ 혁신적 아이디어로 사회적 문제 해결
빅이슈는 지난 1991년 영국의 화장품 기업인 ‘더 바디샵’ 의 창업자 아니타 로딕의 남편 고든 로딕이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창간한 대중문화잡지다. 빅이슈는 철저히 주거 취약계층에게만 잡지 판매권을 부여한다. 서점이나 온라인 마켓, 흔히 볼 수 있는 가판대에서는 빅이슈를 구매할 수 없다.

빅이슈가 제공하는 홈리스 재활 지원 방식은 대략 이렇다. 빅판을 원하는 사람은 우선 판매와 관련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이 끝나면 ‘임시 빅판 ID’와 빅이슈 10권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최초 제공받은 10권(권당 5,000원)을 모두 판매하면 5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이는 종잣돈으로 활용된다. 빅판은 빅이슈에서 잡지를 권당 2,500원에 구매해 5,000원에 판매하는 과정을 2주간 거친다. 2주간 성실하게 판매를 한 빅판은 비로소 ‘정식 빅판 ID’를 발급받게 된다.

현재 빅이슈는 영국,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10개국에서 발행되며 홈리스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그리고 빅이슈는 ‘소셜벤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소셜벤처의 개념은 빅이슈의 창간 목적과 유사하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고 나아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벤처가 바로 소셜벤처다. 크게 보면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기업’과 유사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는 아주 작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과연 무엇일까?

김창현 한국사회적기업협회 과장은 말한다.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는 공통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작은 차이가 발생해요. 사회적 기업이 당장의 문제 해결, 혹은 완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소셜벤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점이죠. 쉽게 말해 사회적 기업이 ‘나눔’과 ‘봉사’처럼 무형의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면, 소셜벤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기부, 봉사 등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는 기업을 우리는 ‘착한 기업’이라고 부르잖아요? 소셜벤처는 처음부터 ‘착한 기업’이라는 뚜렷한 설립 의도를 갖고 출발한다고 볼 수 있죠.”

소셜벤처는 기존 벤처기업과도 차별점이 뚜렷하다. 벤처기업은 개인 또는 일정 집단이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상업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다. 하지만 소셜벤처는 이러한 벤처기업의 정의에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내용이 추가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소셜벤처가 갖고 있는 뚜렷한 특징이다.

국내에서 처음 소셜벤처라는 단어가 등장한 시점은 2000년대 중반 무렵이다. 당시는 얼어붙은 경기 불황에 따른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일반 스타트업과는 또 다른 의미인 ‘소셜벤처’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취업난을 해결함과 동시에 ‘사회적 기업’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창업 열기를 북돋우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2009년 ‘제 1회 소셜벤처 경연대회’가 열리면서 공식적으로 ‘소셜벤처’라는 단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당시 1회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기업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교육 분야 소셜벤처 ‘공부의 신’이었다.

현재 국내 소셜벤처 업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집계 자료는 없다. 다만 소셜벤처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국내 사회적 기업 현황을 통해 대략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곳은 총 1,713개다. 이 중 약 1,600여 곳이 여전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소셜벤처로 출발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곳도 여럿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년간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장을 만들어낸 국내 주요 소셜벤처의 면모를 살펴보자.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2009년 열린 제1회 소셜벤처 전국경연대회 시상식 모습. 당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오르그닷’은 지금도 친환경 패션이라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소셜벤처
딜라이트는 국내 소셜벤처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다. 지난 2010년 대학생 3명이 뭉쳐 만든 딜라이트는 ‘들을 수 있는 자유’를 표방하며 보청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100만 원대의 비싼 가격 탓에 보청기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어르신을 위해 30만 원대의 저렴한 보청기를 출시했다. 또 청각장애가 있는 최저 소득층에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해 무료로 보청기를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현재 딜라이트는 대원제약의 계열사로 편입돼 국내 대표 보청기 회사로 성장했다. 그리고 딜라이트 창업자인 김정현 대표는 회사 매각 후 또 다른 소셜벤처 ‘우주’를 창업해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현 대표는 말한다.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여러 가지 좋은 방안이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소셜벤처가 기업의 방식을 통한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효율성과 확장성을 모두 가진 아주 매력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소셜벤처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사회적 취약 계층 중 신체적인 장애 혹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벤처는 딜라이트뿐만이 아니다.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화’를 활용한 영상도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열린책장’도 착한 소셜벤처로 주목받고 있다. 강화평 열린책장 대표는 말한다. “처음 제가 생각한 사업모델은 취약계층에게 책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그 와중에 우연히 농아인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분들에게 제1 언어는 무엇일까요? 같은 한국인이지만 농아인들에게 한국어는 제2의 언어예요. 첫 번째 언어는 바로 수화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수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돕는 동시에 그분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죠.”

현재 열린책장은 국내 주요 도서관에 수화영상 도서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각장애인 지원을 위해 엄지장갑을 제작·판매하는 공익 프로젝트 설리번(Sullivan)을 후원하며 또 다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는 소셜벤처 업계에서 보기 드문 한류 브랜드다. 한류 스타인 배우 박보검, 가수 겸 배우 수지가 마리몬드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중화권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마리몬드가 특별한 이유는 비단 한류 브랜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리몬드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은 ‘잃어버린 존귀함의 회복’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있다. 마리몬드를 창업한 윤홍조 대표는 “대학 시절 우연히 접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압화(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 작품을 접하고 이를 응용해 제품을 만들어보면 괜찮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지금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겨울철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난방텐트를 제조·개발하고 있는 ‘바이맘’, 도시 양봉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어반비즈’, 환경문제 해결을 목표로 ‘전 세계 1억 그루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트리플래닛’ 등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소셜벤처로 자리 잡았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지면에 소개하지 못한 수많은 소셜벤처가 각자가 꿈꾸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수화 영상도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소셜벤처 ‘열린책장’ 관계자가 대전 장애인 미디어 축제에 참석해 수어(수화언어)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 소셜벤처의 씨앗 ‘임팩트 투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소셜벤처. 하지만 이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금전적인 부분이다.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 구조상 초기 투자를 받는 것은 필수다.

소셜벤처가 떠오르면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투자가 바로 ‘임팩트 투자’다. 임팩트 투자는 일종의 ‘착한 투자’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 투자자들의 목적이 완전한 ‘수익 창출’이라면 임팩트 투자는 수익 이상의 가치 창출을 추구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임팩트 투자 규모가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규모는 70조 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오는 2020년에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규모가 400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0여개의 임팩트 투자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설립한 ‘소풍’을 포함해 ‘D3쥬빌리’, ‘크레비스’,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소셜벤처에게 임팩트 투자기관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특히 ‘죽음의 계곡(데스밸리·Death Valley)’이라 불리는 창업 3년차를 넘긴 소셜벤처들은 일반 투자기관에서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과연 무슨 뜻일까?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소셜벤처 대표 A씨는 말한다. “민간 투자기관들은 데스밸리를 넘긴 소셜벤처를 더 이상 ‘소셜벤처’로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사업 방향성은 무시한 채 일반 벤처기업과 동일한 선상에서 ‘수익’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죠. 솔직히 일반 벤처기업에게 기대하는 수익률을 소셜벤처가 달성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설사 우여곡절 끝에 투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수익이 담보되는 영역으로의 진출을 강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애초에 추구했던 소셜벤처라는 방향 자체가 틀어져 버리게 되죠. 이러한 상황에서 소셜벤처의 가치와 방향성을 알아주는 임팩트 투자기관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임팩트 투자는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 마련에 고심하는 대기업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에게 임팩트 투자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SK그룹이다.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지난 2015년 시작된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보상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에 따르면 1차 프로젝트에 선정된 44개의 사회적 기업은 1년간 총 104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44개 기업에게 평균 6,000만 원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최태원 회장은 인센티브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번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는 사회적 기업의 단기적 성장을 이끄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큰 사회적 가치를 꿈꾼다”며 “세상에 그 꿈을 전달하고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언어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같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은 비단 SK그룹에 그치지 않는다. LG전자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지난 2011년부터 ‘LG 소셜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친환경 분야 사회적 기업의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LG 소셜펀드’ 조성을 위해 LG전자와 LG화학은 각각 20억 원을 출자했다.

커피 찌꺼기에 버섯균을 배양할 수 있는 키트를 제작해 사업화한 친환경 사회적 기업 ‘꼬마농부’, 근로 능력이 있는 취약 계층을 고용해 자립 의지를 심어주는 한편 버려지는 유용 폐기물의 효율적인 재활용을 통해 환경보존에 이바지하는 ‘강산리사이클링’ 등이 LG 소셜펀드를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소셜벤처다.

이밖에 현대자동차는 교통 약자들의 지원을 위해 지난 2010년 설립된 교통 소셜벤처 ‘이지무브’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특히 이지무브의 경우 현대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자회사가 아닌 독립된 기업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이지무브는 현재 현대차의 든든한 지원을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가며 2018년 매출 100억 원 달성이라는 목표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면 임팩트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대다수 임팩트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예비 창업자들이 소셜벤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활성화의 열쇠라고 말한다. 임팩트 투자업계 관계자 B씨는 말한다. “저는 소셜벤처가 독립기업으로서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창업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일반 벤처기업은 성장할수록 대기업의 타깃이 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회사를 성장시켜 매각한 뒤 그 돈을 기반으로 또 다른 창업을 시도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는 또 다시 불확실성 속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반면 소셜벤처는 상황이 달라요. 소셜벤처가 일종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대기업의 임팩트 투자가 늘어나면서 소셜벤처가 개척한 사업영역을 대기업이 앞장서서 보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도 해요.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기에는 소셜벤처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죠. 저희는 언제나 소셜벤처 창업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지난해 4월 열린 ‘제1회 사회성과 인센티브 어워드’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행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비즈니스 모델 마련이 ‘생존의 열쇠’
취재 도중 오랜 만에 3년여 전 벤처업계 취재차 만났던 모 회사 대표 C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기부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소셜벤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새롭게 건넨 명함에는 과거에 알고 있던 소셜벤처가 아닌 다른 회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시원하게 말아먹었다”는 말과 함께 웃는 C씨에게 그간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솔직히 소셜벤처라는 끈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응원도 많이 받았거든요. 무엇보다 스스로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에 포기를 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저희가 내건 철학은 분명 ‘올바른 일’이었지만 기업 존속을 위한 전략의 방향은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공익성만 추구하다 보니 수익 모델도 부족했고, 프로젝트 하나의 성패에 따라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기도 했으니까요.”

소셜벤처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시장 영역이다. 하지만 C씨의 말처럼 그저 ‘올바른 일’이라는 목표에만 집착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올바른 길’ 로 가기 위해 소셜벤처 생태계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은 과연 무엇일까?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LG 소셜펀드 페스티벌에 참석한 최이현 모아댄 대표가 자동차 폐기물로 만든 액세서리를 소개하고 있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말한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우선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옳은 일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어느 순간 존속 자체를 고민하는 시점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물론 그 순간에는 민간 차원의 임팩트 투자나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죠. 하지만 결국에는 위태로운 회사에 호흡기를 부착하고 억지로 숨 쉬게 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어요. 소셜벤처도 엄연히 하나의 사업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소셜벤처는 착한 기업이다. 착한 기업은 사회를 착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소셜벤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미처 보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소셜벤처 생태계의 활성화를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착하고 멋진 소셜벤처가 꾸준히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해외 유명 소셜벤처 3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글로벌 사회문제’ 풀다
이미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소셜벤처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앞세운 소셜벤처가 연이어 탄생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해외 소셜벤처들은 자국의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주목받고 있다. 세상을 바꾼 해외 소셜벤처의 주요 사례를 간략히 살펴보자.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1. 딜라이트(d.light)
등유 랜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전등 기구 ‘포에버 브라이트(Forever-Bright)’를 개발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제3 세계 지역에 거주하는 16억 명에게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에버 브라이트는 석유 기반의 조명보다 저렴하면서도 화재 예방, 연소로 인한 실내공기 악화 방지를 통해 건강증진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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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쿠아덕트(Aquaduct)
물을 실어 나르는 운송 수단의 기능과 물 저장 장치, 정수기 역할이 동시에 가능한 자전거를 개발해 저개발 국가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밟은 페달에서 얻은 동력으로 정수를 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기술이 아닌 작은 아이디어로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3. BTTR(Back to the Roots) 벤처스
미국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원두 찌꺼기를 활용해 버섯을 재배함으로써 쓰레기 배출 감소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원두 찌꺼기로 버섯 재배 키트를 제작해 주로 레스토랑과 일반 가정에 판매한다. 버섯을 기르고 남은 찌꺼기는 지역 농장에서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재배 환경 마련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 나은 세상 꿈꾸는 '소셜 벤처'가 뜬다
디웰하우스에 거주하는 2030 체인지 메이커들이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30 체인지 메이커들의 꿈이 자라는 ‘디웰하우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은 최근 소셜벤처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20여개의 소셜벤처와 사회적 기업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탓에 최근 ‘소셜벤처밸리’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는 조금은 특별한 공간이 있다. 한적한 주택가 가운데 위치한 3층 건물에는 소셜벤처를 통해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이른바 ‘체인지 메이커(Changemaker)’들이 살고 있다. 이 공간의 이름은 ‘디웰(D-well)하우스’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마련한 디웰하우스에는 사회적 기업 운영자, 소셜벤처 및 비영리 활동가 등 다방면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체인지 메이커 20여명이 살고 있다.

입주 시 고려되는 유일한 부분은 연령이다. 디웰하우스 입주민의 나이는 20~30대의 미혼으로 한정된다. 지난해 기준 디웰하우스 입주민의 평균 연령은 29세다. 물론 다른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입주가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건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자유롭게 입주할 수 있다. 월 임대료는 35만원 수준이다. 위치와 시설을 고려하면 꽤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정다현 루트임팩트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말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려는 의지, 잠재적 역량, 긍정적인 사회적 임팩트를 추구하고자 하는 태도만 갖추고 있다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습니다. 많은 체인지 메이커들과 교류하며 영감과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디웰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체화시킨 사례도 있고요.”

실제로 디웰하우스는 새롭게 소셜벤처 세계에 뛰어드는 창업가에게 기회의 공간으로 불린다.

선배 입주민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노하우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자를 활용한 디자인 상품을 개발하는 도트윈(Dotween)의 박재성·박재형 대표는 말한다. “저희가 처음 디웰에 입주했을 당시는 이제 막 사업을 준비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사업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었죠. 그때 다른 선배 입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 정재성 로앤컴퍼니 공동 창업자, 김수진 위워크 코리아 커뮤니티 매니저 등 많은 분들이 경영 전략, 디자인, 패키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죠. 완성품에 대한 피드백도 얻을 수 있었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닷윈을 어엿한 주식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는 “디웰하우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2030 청년 체인지 메이커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돕는 커뮤니티 하우스”라며 “오는 하반기에는 체인지 메이커 500여 명이 업무를 보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무공간 ‘헤이그라운드’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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