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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 아파트 재건축 35층 제한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경관 '조화의 미학'서 찾아야

서울시의 재건축 아파트 35층 높이 제한을 놓고 해묵은 갑론을박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 최고 50층 높이의 잠실 주공 5단지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되고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49층 재건축 계획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재건축 조합과 부동산업계에서는 35층 기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운영 중인 기준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35층 제한에 후퇴가 없음을 재천명했다. 35층 제한 찬성 측은 개별 단지의 이익과 쾌적성보다 도시차원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고층·고밀로 도심의 직주(職住)근접의 효율성과 주민 주거 질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획일적 기준은 재고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요즘 아파트 높이를 두고 소리 없는 공중전이 한창이다. 초고층이 필요하다는 것과 적절한 높이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필자는 초고층을 주장하는 의견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다른 방법은 없는가 고민해 보고자 한다. 대체로 초고층 주장에는 세 가지 정도의 논리가 있다.

첫째, 랜드마크론이다. 초고층아파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으레 도시에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랜드마크는 꼭 높은 건물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는 상식이지만 굳이 높은 건물이어야 랜드마크가 될 수 있고 또 자기 아파트단지가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솔직히 말해 서울과 같이 600여년 전 도시입지부터 아름답고 좋은 산을 중요하게 여긴 곳에서는 산들이 이미 랜드마크다. 굳이 높은 건물 지어 랜드마크를 만들지 않아도 도시의 정체성은 잘 드러나고 길을 찾는 데도 부족함이 없다. 그럼에도 만일 아파트를 높이 지어 랜드마크를 만든다고 할지라도 어느 위치의 지역이 얼마 만한 높이로 랜드마크를 세워야 하는지는 개별 단지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 좀 더 넓은 범위를 고려하는 도시계획의 과제다. 단지마다 나서서 랜드마크가 되겠다고 초고층으로 짓는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랜드마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제작에서 누가 주연을 하고 누가 조연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은 감독이나 기획제작자이지 배우 스스로가 아닌 것과 비슷하다.

둘째, 스카이라인론이다. 초고층 아파트를 주장하는 경우 대체로 스카이라인의 변화를 잘 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카이라인은 보통 멀리서 보는 것으로 건물들이 하늘과 만나서 이뤄지는 실루엣의 모습이다. 서울과 같이 산과 구릉지가 많은 도시에서는 건물뿐 아니라 산의 능선들이 매우 중요한 스카이라인 구성요소다. 이런 특성으로 한 아파트단지만 가지고 스카이라인의 변화를 구사한다고 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여러 개 단지의 연속이나 주변· 후면의 시가지나 산 등과 함께 고려하고 구상해야 하는 것이 스카이라인이다. 스카이라인을 개별 단지가 나서서 변화를 주겠다는 것은 자기 단지를 아주 높이 짓고 주변 단지는 낮게 지으라고 요청하거나 반대로 자기 단지는 낮게 지을 테니 주변단지에 높이 지으라고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단지별로 초고층을 추구하며 스카이라인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결국 허구다. 물론 강변 등을 향해 좀 더 낮은 건물을 배치하고 멀어질수록 좀 더 높게 짓는 것은 단지 내 스카이라인 변화를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그 출발은 강이라는 외부적 여건의 요구에 따라 그와 접하는 대부분 단지가 공조하도록 단지 외적인 원칙과 기준을 수많은 개별 단지들이 받아들여야 가능한 것이다. 이같이 스카이라인의 변화나 주변 산과의 조화 등도 단지를 벗어난 좀 더 넓은 범위를 고려해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도시경관계획을 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다.





셋째, 조망론이다. 앞서 초고층아파트건설을 위한 두 가지 이론이 사실은 매우 자기중심적이라는 점을 살펴봤다. 초고층 주장의 요체는 조망이다. 그동안 주택 내부나 단지조경에 머물던 아파트의 상품가치에 밀도의 증가와 함께 추가된 것이 조망이다. 초고층화는 바로 조망상품을 만드는 중요한 키로 등장했다. 주택 내부, 조경, 조망 등은 잘 되면 아파트 거주자에게는 삶을 풍요하게 만드는 참 좋은 요소들이다. 문제는 그 거주자들을 위한 상품요소들이 그 단지 밖에도 좋게 영향을 미치느냐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초고층 조망은 주변에 강이나 산 또는 저층 주거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주변의 덕으로 조망이 담보되는 것이다. 만약 주변 지역도 점차 초고층아파트로 채워진다면 조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조망권을 주장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초고층아파트의 답답함을 조망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답답해져만 가는 고밀 시가지에서 조망이란 중요한 요소이고 상품이다. 그러나 조망을 주변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얻는 방법에서 떠나 상생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주변을 고려하는 적정한 높이에서도 건축가의 설계에 따라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도 다수의 좋은 건축가들이 있다. 아파트와 단지설계가 예전과 같이 3~4개의 아파트 평면형을 만들고 이를 복사해서 쌓아 놓듯이 짓는 값싼 설계만을 갖고 대응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단지 내 아파트 동들의 형태와 배치에 따라 각동 주변의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 조망과 일조를 확보하는 세심한 주변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32평형 아파트평면형이 두세 가지가 아니라 각 위치에 따라 열 가지도 넘게 만들어져 조망 등 품질을 충분히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창의적 건축설계를 위해 충분히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러쿵저러쿵 아전인수식으로 도시계획의 변경이나 완화를 주장하며 층수나 높여 쉽게 해결하려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 좋은 건축가들의 다양하고 세밀한 설계아이디어로 한국 건축계의 발전과 우리 도시의 품격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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