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진해운 파산] 해운 치킨게임 파고에 침몰…만개 못한 조중훈의 '수송보국 꿈'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싣고

오대양 육대주 누볐지만…

불황시대 저가운임 경쟁 속

'적자의 늪'서 계속 허우적

업계 "정부 구조조정 과정서

수익성만 따져 회생 판단 땐

'한진해운 사태' 재발 불보듯"





“1966년 6월 조중훈은 베트남 퀴논항에서 미국 화물선의 하역을 지켜보며 넋을 잃었다. 기관차만 한 철제 궤짝을 하나씩 부두에 내려놓고 있었다. (중략) 조중훈은 100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다 내려질 때까지 꼼짝도 않고 지켜보았다. 충격이었다.”(‘정석 조중훈 이야기, 사업은 예술이다’)

육해공 수송그룹 경영을 통해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꿈을 이루겠다던 고(故) 조중훈 한진 창업주의 꿈이 꺾였다. 베트남 퀴논항에서 ‘충격’을 받고 컨테이너선 사업 진출을 마음 먹은 지 반세기 만이다.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글로벌 해운 업황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법원은 17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 선고를 내린다. 경영 상황이 악화한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문을 닫고 남아 있는 자산을 팔아치워 ‘빚 잔치’하는 게 채권자들에게 그나마 이득이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법원의 파산 선고로 한진해운은 창립 40년 만에 회사 간판을 내리게 됐다. 한진그룹으로서는 육해공 3개 수송 축 가운데 해(海)를 잃었다. 조 창업주가 그렸던 ‘수송보국’ 꿈의 한 축이 무너진 셈이다. ‘한진(HANJIN)’ 로고를 달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한진해운 선박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단순히 ‘잘 나가던 어느 기업의 파산’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한진해운이 지난 40년간 전 세계 곳곳에 뿌려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를 세계로 잇는 대동맥 역할을 했다. 한진해운 선박이 들르는 곳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수출됐다. 수출 코리아의 밑바탕에 한진해운이 있었다.

이제는 한진해운이 실어 나르던 컨테이너 상당수를 해외 선사들이 차지하게 됐다. 국가적 손실이다.

지난 1977년 조중훈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선사로 설립한 한진해운은 1978년 중동 항로, 1979년 북미 서안 항로, 1983년 북미 동안 항로를 연이어 개설하면서 한국 원양 해운업의 역사를 써내려 갔다.

1986년 불황이 닥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조 창업주의 악착같은 구조조정 노력 덕에 위기를 넘겼다. 그 이후 1992년 국적 선사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순항했다.



본격적인 위기는 조 창업주의 셋째 아들 조수호 회장이 타계한 2006년 이후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조수호 회장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부인 최은영 회장 체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2011년부터 3년 연속 한진해운은 적자를 기록한다.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해 소폭 흑자 전환에 성공, 부활에 나서는 듯했으나 이번엔 글로벌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본격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초대형 선사들의 저가 운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조 회장이 계열사 등을 통해 쏟아부은 1조7,000억원도 밑 빠진 독에 부은 물처럼 사라졌다. 결국 조양호 회장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2016년 4월 조양호 회장은 창업주의 수송보국 꿈을 완성 시킨 한진해운 경영권을 포기했다.

한진해운의 운명이 오너가(家)의 손을 떠나 채권단에 넘어갔지만 손 쓸 방법은 많지 않았다. 호황기가 이어질 것으로 오판한 옛 경영진이 고가에 맺은 장기 용선 계약이 부메랑이 됐다. 채권단이 내건 △용선료 조정 △채무 재조정 △얼라이언스(해운동맹) 가입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9월 채권단도 손을 놓고 회사를 법정관리로 보냈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운업의 특성을 정부와 채권단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만 회생 여부를 판단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 한진해운 파산과 같은 비극적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