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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공공개혁’ 한다더니 늘어만 가는 공공기관, 332개 '사상 최대'

■미처 다 쓰지 못해 다시 쓰는 [뒷북경제]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기능조정 추진했지만 공공기관 5년간 46개 늘어

기능 중복되는 곳 수두룩

부처, 낙하산 자리 만들고 ‘영토’ 확장 위해 공공기관 ‘기획’ 지정

공공기관 지원 세금 5년간 40%↑, 전체 예산 증가의 2배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332개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기관 간 기능조정,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뒤로는 공공기관의 수가 빠르게 늘며 공공부문 비대화를 낳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는 낙하산 자리를 만들고 부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공공기관 지정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이 빠르게 늘다 보니 지원되는 세금도 5년간 40%나 급증해 전체 예산 증감률을 2배나 웃돌아 다양한 기회비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작은 나라에...공공기관만 330개 넘어=지난달 열린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공공기관은 11개 늘어난 332개가 지정됐다. 2007년 관련 법률이 시행된 후 최대다. 공운위는 매년 1월 공공기관을 지정한다. 공공기관의 수는 “작은 정부‘를 외친 이명박 정부 때는 줄어들었다. 2008년 305개였던 것이 2010년 286개로 감소한 후 2012년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MB정부 때 너무 눌려 있었던 탓일까. 2013년부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늘기 시작했다. 그 해 9개가 늘더니 매년 10개 안팎으로 불어나 올해까지 5년간 총 46개가 늘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라별로 통일된 공공기관 분류 기준이 없어 공공기관 수의 국가별 직접 비교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공기관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곳이 수두룩하고 작은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330개가 넘는 것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미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지난해 유사한 기능을 하는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이 공공기관(준정부)으로 새롭게 지정(모두 특허청 산하)됐다. 이는 정부의 ‘공공개혁’ 정책 기조에 반하는 현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4대 개혁(금융, 노동, 교육) 중 하나로 공공부문을 제시하고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단행해왔는데 공공기관이 오히려 늘었다.



◇공공기관 ‘기획’ 지정을 아시나요=공공기관은 공운위에서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지정된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부처는 산하의 공공기관이 많아지면 합법적으로 기관장 임명권한을 사실상 가질 수 있다. 퇴직한 고위공무원을 ‘낙하산’으로 보낼 자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기관장 뿐만 아니라 고위 경영진 인사권도 가질 수 있다”며 “한번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조직이 사라질 가능성이 줄어들고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주무 부처의 영향력도 확대돼 부처들이 공공기관을 기획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부처가 ‘민간법인 설립→보조금이나 연구용역 발주→공공기관 지정요건(수입 중 정부 지원액 절반 이상) 충족→공운위 압박 등으로 결국 지정’의 경로를 따른다. 올해 공공기관이 된 ‘한국기술자격검정원(고용노동부 산하)’이 단적인 예다. 2011년 고용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고 탄생했다. 이후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국가기술자격 업무를 ‘재위탁’받다 올해 지정됐다. 관련 업무를 산업인력공단이 수행하면 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결국 신규 지정됐다.



국회를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만들려는 부처는 공운위의 사전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운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로부터 거절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법안을 청탁(청부입법)해 각종 지원 및 육성법을 통과시켜 조직을 만든 뒤 공운위를 압박해 공공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예산 지원 5년간 40% 껑충...본예산 증가속도의 2배=물론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순기능도 있다.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임원 연봉,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주무부처 감사 결과, 결산서 등이 공개된다. 관리가 필요한 조직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감시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곳을 보면 가장 느슨한 감시를 받는 ‘기타공공기관’만 늘어났다. 공공기관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공운위의 경영평가를 받는 반면 기타는 주무부처에 받아 감시가 덜하다. 올해 신규 지정된 13개 공공기관은 모두 기타공공기관이었다. 지난 2012년 176개였던 기타공공기관은 올해 208개로 18.2% 증가한 반면 준정부기관과 공기업은 110개에서 124개로 12.7% 불어나는 데 그쳤다. 관리를 위해서였다면 준정부, 공기업이 늘었어야 했다.

반면 공공기관으로 가는 세금 지원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36조9,000억원(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에서 올해 52조1,000억원으로 41%나 뛰었다. 같은 기간 정부 전체 예산이 22.9%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에 정부 지원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이를 성장잠재력이 높은 곳이나 복지 부문에 투입한다면 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수영 바른사회시민연대 경제팀장은 “퇴직 고위공무원들의 자리를 만들고 부처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늘리고 있다”며 “행정력 및 예산의 낭비, 민간영역 침해 등의 문제가 있는데 제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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