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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길 KB생명 사장 "무모한 도전으로 운명 바꿔…4차 산업혁명서 보험업 새 기회 찾을것"

■ CEO & STORY





첫 직장 해운사 그만두고 돌연 美 유학…재무·보험에 눈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제안으로 온라인 車보험 시장 개척



신용길 KB생명 사장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전세금까지 몽땅 정리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시절을 꼽았다. 신 사장은 대학 졸업과 함께 당시 내로라하는 대형 해운사에 입사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4년 여 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냈다.

그러던 1984년 어느 날 불현듯 ‘계속해서 이런 삶을 살아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해운업은 호황이었고 덕분에 직장인으로서 ‘안락한’ 삶도 보장되던 때였다. 그러나 신 사장은 평범한 삶보다는 험난한 도전의 길을 선택했다. “기왕 회사에 들어왔는데 재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는 한 가지 생각에 신 사장의 미국 유학의 꿈은 더 강렬해졌다.

하지만 당시 나이는 서른셋.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좋은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게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더구나 두 돌 지난 첫째 아이와 갓 태어난 둘째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수많은 날을 고심한 끝에 ‘그래, 한번 도전해보자’는 쪽으로 결론 내리고, 아내를 설득했다. 그리고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의 현지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문과생인 그에게 재무학은 너무나 힘든 과목이었다. 신 사장은 “영어도 어려운데, 영어로 된 전문 용어를 배우는 데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결국 지도교수의 코치에 따라 재무학을 따라잡기 위해 학부 1학년 수업을 들으며 학부와 박사과정을 병행해야 했다. 신 사장은 당시를 “다시 고3이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오전7시면 어김없이 학교 도서관으로 출발해 자정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4년 넘게 계속했다. 논문을 쓸 무렵이 돼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무모했던 도전을 중도 포기 없이 완수해낸 그 시절의 경험은 신 사장에게 평생의 자신감으로 남았다. 게다가 신 사장의 과감했던 도전은 그의 운명까지 바꿔놓았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보험’과 긴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신 사장이 미국에서 돌아온 후 투자자문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1992년 어느 날, 한 보험사에서 재무 전공자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보험회사에 큰 관심을 주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보험사 재무제표를 한 번 들여다봤더니 보험사 자산운용도 재미있겠다 싶었다”며 보험과의 첫 인연을 소개했다. 당시 그를 영입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다름 아닌 한국 보험업계의 거목,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였다. 보험사에도 제대로 된 재무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신 창립자는 1992년 신 사장을 재무관리팀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신 사장은 기획·투자는 물론 영업 현장까지 나가며 보험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신 사장은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섰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제안으로 국내 첫 온라인자동차보험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의 사령탑을 맡게 된 것.

“아마도 그때가 살면서 가장 신 나게 일했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남들이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다 보니 늘 ‘혁신’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당시 온라인자동차보험은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신사업이었다. 교보자동차보험이 성공을 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신 사장은 우리나라 정보 인프라와 국민 성향 등을 볼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보생명이 온라인자동차보험 진출을 결정하기에 앞서 사내에서 찬반 논란이 있었을 때도 찬성 의견을 냈던 그였다. 신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가 교보생명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 4년간 사장을 맡는 동안 교보자동차보험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1%포인트씩 늘어났다. 심지어 교보자동차보험의 성장세를 지켜보던 다른 보험사들도 결국 온라인 시장 진출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KB생명선 은행 의존도 줄이며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주력

설계사 정착률 34%로 높이고 불완전판매 민원 절반 이하로

올 미래전략팀 신설…“AI·빅데이터 활용해 상품 경쟁력 강화”



그리고 지난 2015년 교보생명에서 KB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신 사장은 지금도 새로운 미션을 품에 안고 낯선 길을 앞장서 걷고 있다. 국내 첫 온라인자동차보험 회사를 이끌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상 경영에 돌입했던 교보생명을 책임졌던 그가 KB생명에서 부여받은 임무는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주계열 보험사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다.

“KB생명이 그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기대어 편하게 살아왔던 게 사실이다. 태생 자체가 방카슈랑스 영업에 큰 목적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보험사로서 독립적인 이익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짧은 임기 동안 무난한 성과를 내면 사실 편하지만 장기 상품을 파는 보험사의 CEO는 그래서는 안 된다. ”

실제로 그는 KB생명의 조타수가 된 후 지난 2년 동안 회사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은행 지점에 저축성보험을 파는 게 사실상 전부였던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설계사 조직 재건에 힘을 쏟았다. KB생명의 대면 설계사 조직은 가뜩이나 은행 채널에 비해 뒷전이었는데 신 사장 취임 직전 불거진 계열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까지 겹치면서 이탈이 심각했다. 이에 설계사 전담 지원 부서를 신설했고 교육도 강화했다. 그 결과 KB생명의 전속 설계사는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13차월 설계사 정착률이 취임 전 7.9%에서 지난해 34.0%로 개선됐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 건수는 같은 기간 438건에서 197건으로 크게 줄었다. 조만간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점망도 확충할 계획이다. 상품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은행을 통한 저축성 보험상품이 아닌 설계사와 독립대리점을 통한 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에 주력한 결과 보장성 상품의 연간 월납환산보험료가 2014년 35억2,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15억3,000만원까지 늘어났다. IFRS17 시행을 앞두고 저축성 상품보다 보험 부채 부담이 덜한 보장성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은 현재 KB생명뿐 아니라 모든 보험사들의 과제다.

신 사장은 올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신 사장의 경영이 중장기 목표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주에서 잘 알고 연임을 결정했다. 신 사장은 세상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소형사인 KB생명에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는 기존의 지식과 기득권이 무의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은 올 초 미래전략팀을 신설했고 인력도 보강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활용해 채널과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4차 산업이 바꿔놓을 세상은 아무도 모른다. 늘 그렇듯이 완전한 새로움은 도전의 기회를 동반한다. 특히 실무직원들에게 늘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CEO보다 더 오랫동안 회사의 미래를 함께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사진=이호재 기자



●신용길 사장은 △1952년 충남 천안 △1976년 서울대 독어독문학 학사 △1990년 미국 조지아주립대 재무관리학 박사 △1992년 교보생명 입사, 재무관리팀장 △1994년 교보생명 기획조정부장(이사) △2000년 교보생명 자산운용본부장 △2001년 교보생명 법인고객본부장 △2002년 교보자동차보험 사장 △제8회 한국e비즈니스대상 석탄산업훈장 수상 △2006년 교보생명 부사장 △2008년 교보생명 사장 △2015년 KB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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