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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공채 잇단 축소·연기…"채용 빙하기 오나" 혼돈의 취준생

대기업 10곳 중 7곳 올 대졸공채 계획 확정 못해

"삼성마저 안뽑나" 공채 취소 소문에 대학가 패닉

공공채용 확대따라 취업 대신 공직 도전 늘기도

삼성그룹 2016년 하반기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수험생들이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 마련된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서울경제DB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인 박모(26)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취업 포털사이트와 기업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의 채용공고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들의 상반기 채용공고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일부 기업은 아예 공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에 초조하기만 하다. 박씨는 “일단 공고가 나온 회사들 위주로 가리지 않고 넣어볼 생각인데 채용 규모 자체가 줄어들어 서류전형이나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공무원을 많이 뽑는다고 하는데 차라리 이참에 노량진 고시원에 들어가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게 더 빨리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취업시즌인 3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취업준비생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겹쳐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곳이 많아 취업 걱정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기업발(發) 취업 한파가 몰아치면서 취준생들은 하염없이 길어질 구직 활동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대학가에서 만난 취준생들은 하나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채용공고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경계열의 김모(26)씨는 “원래 대기업 재무팀을 가고 싶어 학교 취업센터에서 상담도 받고 인적성시험 준비와 면접 스터디를 해왔는데 삼성이 상반기 채용을 미룬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하다”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의 영향을 받아 상반기 채용을 미루게 되면 채용 빙하기가 언제 풀릴지 몰라서 금융 공기업도 같이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턴 활동을 하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 유모(29)씨는 “대기업 채용공고가 뜨지 않아 불안하고 답답하다”면서 “요즘은 기업 채용공고가 언제 나는지를 공유하기 위해 정보교환 스터디도 따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준생들은 채용 규모가 축소돼 경쟁이 심화되는 것 못지않게 채용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데 더 힘들어한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아직 올해 대졸 공채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4년제 대학 졸업 정규 신입직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312개사 중 34.3%(107개사)만이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한다고 밝혔고 아직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은 21.2%(66개사)로 조사됐다. 44.6%(139개사)는 아예 신입 채용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7개사의 총 채용 계획 인원은 8,46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채용 규모 총 9,286명보다 8.8% 줄었다.



취준생들이 선망하는 10대 그룹의 경우에도 현대자동차와 SK·LG 정도만 올 상반기 대졸 공채 일정을 대략 확정한 상태다. 현대차는 오는 28일부터 대졸 공채와 인턴 채용에 나서고 SK와 LG는 다음달부터 공채에 나선다. GS는 그룹 공채가 없고 계열사별로 뽑는다.

초미의 관심사는 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상반기 공채가 미뤄지고 아예 그룹 공채가 없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취준생들은 패닉 상태다. 재계 관계자들은 ‘인재 제일’을 강조하는 삼성이 상반기 공채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1·4분기 안에는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과 2월 말 일반 직원 정기인사를 거쳐 계열사별 필요 인력을 파악한 뒤 3월에 그룹 공채를 진행했지만 앞선 일정이 계속해서 지연됐기 때문이다. 또 매년 1만~2만명씩 뽑던 삼성의 채용 규모가 올해는 1만명 이하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해의 사업전략을 짜고 이에 맞는 필요 인력을 뽑았지만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아 국내외 전망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취준생 규모는 역대 최대인 7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갈 자리는 적으니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해 공기업과 공공기관 채용을 늘리기로 하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공기업과 공공기관 채용 규모 확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침체로 채용 규모 축소는 하반기부터 점차 풀리겠지만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에 따른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한 취업·구직난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다”면서 “취업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 재계가 함께 노력할 때”라고 말했다.

/성행경·임지훈·이두형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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