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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음주 거부 팔찌’





‘22’.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음주 사고로 죽은 대학생 수다. 대한보건협회의 통계이니 알려지지 않은 사고를 감안하면 이보다 많지 싶다. 만취 상태에서 몸을 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2~3월에 술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학회·동아리를 중심으로 오리엔테이션(OT), MT 같은 모임과 술자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몇 년을 보더라도 ‘술 강권하는 대학문화’ 탓에 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반복되고 있다. 2014년에는 충북에서 술에 취한 신입생이 기숙사 지붕에서 추락사했다. 이듬해에는 광주 모 대학 신입생이 MT에서 술을 마시다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엊그제 강원도의 한 콘도에서 수도권의 한 대학교 OT에 참석한 신입생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생겼다.

이 학생은 전날 선배·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후 잔뜩 취한 채 사라졌다고 한다. 낌새가 이상해 동료들이 찾아 나선 끝에 6층 엘리베이터 기계실에서 오른손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채 쓰러져 있는 학생을 발견했다. 응급처치 후 봉합전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니 그만하기를 천만다행이다. 이 신입생은 술에 취한 채 배정된 방을 찾다가 기계실에 잘못 들어가 움직이는 와이어에 손가락이 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기가 찰 일이다.



대학가에서도 잘못된 술 문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근절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 신입생이 이런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새내기 배움터 때 선배들로부터 술을 한 잔씩 받아먹어야 한다더라. 이게 당연한 일인가.” 후배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군기를 잡아 선배의 권위를 세우려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비뚤어진 음주문화를 바로잡으려는 대학가의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동국대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학생들이 술자리에서 차도록 ‘인권 팔찌’ 5,000여개를 제작해 학생회와 단과대에 배포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음주 거부 팔찌’다. 이런 노력이 확산돼 안타까운 젊은 죽음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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