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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AG] 14년전 29점차 참패 딛고…'빙판 우생순' 눈물의 애국가

여자아이스하키 중국 3대2 제압

7전 7패 후 동계AG 사상 첫 승

피아니스트·대학원생 등 외인구단

외국인 감독과 우생순 신화 재연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역대 첫 승을 거둔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애국가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하키포토




지난 2003년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에 출전한 우리나라 대표팀은 다른 나라 선수들의 장비를 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카본 소재 스틱으로 무장한 팀들을 우리 선수들은 전원이 나무 스틱으로 상대했다. 선수가 부족해 엔트리 22명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장비와 전력에서 모두 상대가 되지 않던 우리 대표팀은 4경기에서 80골을 내주는 동안 단 한 골을 넣는 데 그쳤다. 사상 처음 꾸려진 대표팀이 1999년 안방에서 열린 강원동계아시안게임을 위해 급조된 팀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첫 메이저급 국제대회 출전이었던 아오모리동계아시안게임은 그렇게 아픈 추억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14년 뒤 다시 선 일본의 아이스링크. 23일 일본 삿포로의 쓰키사무체육관에서 열린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4차전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의 얼굴은 감격의 눈물로 뒤범벅됐다. 아이스하키는 경기 후 이긴 팀의 국가만 연주된다. 애국가를 따라부르는 선수들의 눈가는 이미 퉁퉁 부어 있었다.

한국은 이날 중국과 일진일퇴의 접전 끝에 3대2(1대1 1대1 0대0 0대0, 슛아웃 1대0)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999년 강원동계아시안게임에서의 첫 맞대결에서 1대15로 졌던 바로 그 중국을 넘어선 것이다. 2003년 아오모리에서는 우리에게 1대30 대패의 치욕적인 기록을 안기기도 했던 중국이다. 이후로 다섯 차례 만났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던 한국은 처음으로 중국의 골망을 두 번이나 갈랐다. 역대 전적 7전 전패 뒤 눈물의 1승.

실업·초중고·대학 팀도 전무한 국내 여자 아이스하키는 등록선수가 200여명뿐이다. 대표팀 구성도 피아니스트 출신부터 의대 대학원생까지 대부분 뒤늦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져 태극마크까지 단 선수들이다. 열여섯부터 서른세 살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이 외인구단은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목표로 2013년부터 협회 지원이 체계화됐고 2014년 부임한 외국인 감독 새러 머리(캐나다)의 지도력과 해외 전지훈련, 유학 등으로 짜임새를 갖췄다.



이날 경기는 중국이 달아나면 한국이 악착같이 쫓아가는 양상이었다. 1피리어드 종료 직전 박종아의 골로 동점에 성공한 한국은 2피리어드에 다시 리드를 내줬으나 15분 뒤 박은정이 균형을 맞췄다. 3피리어드부터는 한국이 오히려 거세게 밀어붙였고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진행된 슛아웃(승부치기)에서 역사가 완성됐다. 중국 열 번째 슈터의 슈팅을 골리(골키퍼) 신소정이 막아냈고 이어 박종아가 통쾌한 슈팅으로 대접전을 매듭지었다. 대표팀 주포 박종아는 협회가 지원한 캐나다 유학을 통해 한 단계 더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장과 슛아웃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승리를 이끈 신소정은 “메달은 생각하지 말고 중국에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는데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감격해 했다. 2007·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각각 0대20, 0대10으로 중국에 참패할 당시 대표팀의 신소정은 무명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 프로리그를 밟은 대표팀 간판이다. 2승2패가 된 한국은 오는 25일 홍콩과 최종 5차전을 치른다. 세계랭킹 23위의 한국(중국 16위)은 비록 메달은 멀어졌지만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첫 승을 거두면서 1년 뒤 평창동계올림픽 전망도 한껏 밝혔다. 대표팀의 올림픽 목표는 1승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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