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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노조의 몽니

분할법인 '4社 1노조' 주장...사측 "분사 의미 없어져 수용 불가"

24일 분사(分社) 반대를 주장하며 이틀째 전면파업에 나선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번에는 ‘4사(社) 1노조’라는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사업영역이 완전히 다른 계열사 노조가 하나로 뭉쳐 임금단체협상 등의 교섭을 회사 측과 벌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런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분사를 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분사가 계획대로 추진되더라도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에 분사 후에도 주요 사안에 대해 사별이 아닌 단일노조 지위를 통해 교섭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해양·엔진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4개의 분할 법인 노조가 연봉·성과급 지급 기준과 고용 형태 등에 대해 분사 전과 마찬가지로 모두 동일한 조건을 적용받겠다는 요구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별노조 형태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단일교섭 형태를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고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단일노조 주장을 접지 않고 회사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회사별로 진행될 각종 교섭은 시도도 되지 못한 채 엉망진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체제인 LG그룹의 경우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이노텍 등 계열사별로 매년 임단협을 벌인다. 사업영역은 물론 실적과 고용형태 등 회사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계열사가 따로따로 교섭을 한다.

분사를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4사 1노조’ 주장을 같은 지주사 체제인 LG그룹에 대입하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LG화학·LG이노텍 등 4개 계열사 노조가 연합해 계열사 대표자들을 상대로 임단협을 벌이는 꼴이 된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모비스를 제외하고는 개별협상을 한다.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로템지부와 현대위아지부는 현대차지부와 별개로 사측과 연봉·성과급 지급 수준을 협상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 정도가 현대차지부 산하 현대모비스위원회 형태여서 현대차 임단협이 적용된다. 하지만 모비스 매출의 대부분이 현대차에서 발생할 정도로 사업적 연관성이 크다.



노동법 분야의 한 기업 전문가는 “기업 노조가 산별 등 상급단체에 가입해 연합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사업 분야가 완전히 다른 기업이 뭉쳐 단일노조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사례가 있고 없고를 떠나 노조 주장대로 교섭이 이뤄진다면 분사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영역이 전혀 다른 사업이 ‘현대중공업’이라는 울타리로 묶여 개별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각종 사업 전개에 제약을 받아왔고 이런 비(非)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분사를 추진하는데 노조의 ‘4사 1노조’ 주장은 분사 목적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분사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지난 23일 23년 만에 전면파업을 벌인 데 이어 24일에도 파업을 했다. 노조는 오는 27일 분사 승인을 위한 주총 당일에도 전면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장외투쟁과 함께 주총장 내에서도 분사 저지에 나선다. 노조는 우리사주를 보유한 주주 조합원 1,369명을 주총에 직접 참여시켜 주총 의사진행에 최대한 개입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합법적인 주총 개최를 물리력을 행사해 저지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구성원들의 이해가 충분히 구해질 때까지 분사 승인을 연기하자는 게 노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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