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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유전체 진단으로 암 치료 패러다임 바뀔 것"

유전체 진단 도입되면 암 치료 패러다임 ‘큐어’에서 ‘케어’로

"마크로젠 기술력, 세계 최고 기업과 1주일 차이밖에 안나"

비용 낮춰 빈부격차없이 누구나 유전체 분석 혜택 누리게할 것

유전체 분석 보편화돼도 노력,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불변

"유전자 데이터 강점 바탕으로 바이오산업의 구글될 것"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가 22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본사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마크로젠은 ‘큐어(완치 목적의 치료)’에 머물러 있는 암에 대한 인식을 ‘케어(관리)’ 수준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암 큐어를 위해 병상에 누워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유전체 진단 기술을 통해 암이 악화되지 않도록 케어한다면 환자들도 더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22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는 회사의 유전체 진단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묻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암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33년간 한국인 사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질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암 사망률)는 폐암 34.1명, 간암 22.2명, 위암 16.7명, 대장암 16.4명에 이른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질병이 정복된 오늘날에도 많은 암 환자들이 힘겹게 항암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완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치료를 위한 항암제 투여로 암세포에 내성이 생기거나 나쁜 쪽으로 변이가 돼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도 많다.

마크로젠은 이런 암 환자를 비롯한 일반 소비자에게 유전체 진단을 통해 질병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암의 원인 유전자와 개인의 유전체를 함께 진단해 암 환자별로 맞춤형 예측 치료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암 환자들의 병원비는 대부분 사망 1년 전에 집중된다”며 “마크로젠의 목표는 유전체 진단을 통해 개개인의 유전적 기질을 파악해 암을 관리함으로써 완치하지는 못해도 암으로 죽거나 병상에서 고통받으며 수명을 연장하지는 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크로젠이 가진 유전체 진단 기술을 통해 DNA 분석이 일상화되면 꼭 암을 완치하지 않고도 천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진단 기술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마크로젠은 지난 2015년 11월 유전관련 불임 분야를 중점 연구해온 함춘여성크리닉과 공동으로 차세대 산전 유전체 검사인 ‘패스트(faest)’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부모의 유전체를 분석해 태어날 아기의 유전 질환 보유 여부를 예측하는 ‘팜플랜(famplan)’, 임산부 혈액에서 검출한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어부바(ABOOBA)’ 서비스를 추가했다. 전 세계 유전체 진단 서비스 시장은 2013년 약 20억달러(2조원)에서 오는 2018년 약 74억6,500만달러로 연평균 32% 성장(2014년 BCC 보고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수년 전부터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유전체 진단 서비스를 이용,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꿔 왔다. 가격을 대폭 낮춰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부유층 일부만 이용할 수 있는 고가의 기술이 아니라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기술로 만들자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열어줄 시장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크로젠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유전체 진단을 하기 위해 2014년 1월 미국 차세대 시퀀싱(DNA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늘어서 있는지 분석하는 서비스) 장비업체인 일루미나가 발표한 최신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기(HiSeq X Ten)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21대를 도입했다. 이 기기는 기존 제품보다 10배 이상 향상된 성능을 바탕으로 하루 8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 1인당 유전체 분석 비용을 1,000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게 해준다.



정 대표는 “게놈 분석 1,000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는 기술개발로 100달러에 유전체 분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누구나 부담 없이 유전체 진단 기술을 이용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크로젠과 세계 최고 기업의 기술격차는 1주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유전체 진단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열어줄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몇 년 안에 시퀀싱 서비스 기기가 스마트폰에 탑재될 정도로 작아져 스마트폰에 침을 뱉거나 얼굴을 갖다 대면 유전체 진단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지금 마크로젠이 구매하는 장비들은 비싸고 전력 소모도 엄청나다”며 “하지만 삼성 같은 기업이 뛰어들어 나노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머잖아 그런 미래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전체 분석 기업의 대표인 그에게 유전자란 어떤 존재일까. 유전체 진단은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획기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계급론’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우려와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사람에게 유전자는 잠재력일 뿐”이라며 “유전자가 발현하기 위해서는 유전체가 처한 환경이나 교육, 노력과 같은 부분이 더 크다”며 일축했다. 그는 “유전자를 연구하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다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개인의 장·단점을 만드는 유전자는 있지만 이들 유전자 간의 우열은 없고 사회적 교육이나 환경이 유전자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로젠의 비전은 ‘바이오 산업계의 구글’이다. 정 대표는 “구글의 아이디어는 초기 인터넷이 연결될 때 사람들의 필요를 파악, 필요에 따라 정보에 가중치를 두고 이를 활용해 진짜와 가짜 정보를 솎아내는 것”이라며 “인간 유전체 진단 데이터를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가진 마크로젠이 인간 유전체 진단 데이터 중 진짜와 가짜, 혹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골라낼 수 있다면 구글처럼 생태계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갖춘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면 데이터를 이용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보편적 의료복지를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도 재차 밝혔다. 그는 “통신과 데이터가 함께 발달하면 원격진료와 같은 보편적인 혜택이 가능해진다”며 “유전자 정보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약력>

1968년 서울 △1988년 서울 대원외고 △1992년 서울대학교 미생물학 박사 △1993년 목암연구소 연구원 △1999년 마크로젠 입사 △2007년 마크로젠 미주법인 대표 △2014년 마크로젠 게놈사업본부장 △2015년 신성장창조경제협력연합회 서울지역 지회장 △2015년 마크로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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