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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 사람] 행복주택 입주 현장에서

임대료 싸고 편의시설 많아 '多좋은 입주민'…장점 살려 꾸준한 공급을





5년간의 데스크 생활을 뒤로 한 채 최근 취재 일선으로 복귀한 기자는 지난 24일 입주가 한창인 서울 ‘가좌 행복주택’ 현장을 방문했다.

이곳을 기자 나름대로 ‘복귀 1호’ 취재 현장으로 삼은 것은 이유가 있다. 국제부 데스크로 근무하던 지난해 4월, 당시 막 입사한 부서의 막내 기자가 “당첨되면 바랄게 없겠다”며 청약했던 곳이어서 내심 어떤 곳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날 입주현장을 둘러보며 막내 기자가 왜 그토록 당첨을 바랬는지 이해됐다. 전철역이 코 앞인데다 철로 위 데크에 마련된 다양한 편의시설을 둘러보며 10만원대의 저렴한 임대료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그 막내 기자는 아쉽게 낙첨의 쓴맛을 봤다.

초기 시행착오 컸지만

예상보다 만족도 높아

‘朴정부 정책’ 꼬리표 탓

도매금으로 폐기 말고

잘 다듬어 발전시켜야



서울 마포구 성산동 경의중앙선 가좌역 일대 유휴 철도 부지에 지어진 가좌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5월 발표한 ‘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자를 맞는 곳이다.

행복주택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사업이다. 시작부터 만만찮은 시행착오와 진통을 겪었다. 사실 정부가 초기에 내세웠던 구상은 땅값이 거의 들지 않는 ‘철로 위에’ 데크를 설치하고 그 위에 임대주택을 지어 싼값에 공급하겠다는 파격적 계획이었다. 이 같은 구상은 사업성 검토 과정에서 예상을 넘는 과도한 건축비와 안전성 문제 때문에 없던 일이 됐고, 결국 정부의 계획은 시범지구 발표 7개월 만에 전면 수정됐다. 심지어 가좌지구와 함께 시범지구로 지정됐던 목동·잠실·송파 등의 행복주택 후보지는 지역 주민과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막혀 사업이 표류 중이다.



가좌행복주택 전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가좌지구에서 행복주택의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정책 성공 여부의 척도는 결국 수요자의 만족도다. 그런 점에서 이날 현장에서 지켜본 입주자들의 만족도는 예상을 웃돌았다.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이 48대 1에 달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주택의 첫걸음은 성공적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가좌 행복주택은 대단지 아파트 위주 공급에서 벗어나 도심에서 다양한 수요층에 특화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의미있는 변화의 첫발”이라고 자평했다.

한편으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내세운 주거안정 사업들은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시범사업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입지·가격 경쟁력을 잃으며 결국 수요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 것. 이명박 정부 시절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내세우며 초기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난개발 우려만 키우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도시형생활주택이 대표적이다.

행복주택 역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가좌지구 시범사업 만으로 행복주택의 성공을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같은 상품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다.

우려가 하나 더 있다. 최근 탄핵·대선 정국 속에 상당수 정책들에 대해 ‘박근혜 정부’라는 꼬리표를 달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조차 없이 도매금으로 폐기하려는 최근의 정치권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초기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행복주택 정책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무조건 휴지통으로 넣어 버리는 ‘단절’의 정치 대신 잘못된 가지는 쳐내되 취지를 살리고 잘 다듬어 발전시키는 ‘재활용’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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