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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R&D 혁신 '천천히 서둘러야'

이신두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글로벌 저성장 경제 환경에서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 둔화와 성장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미래 잠재력을 과학기술 혁신으로 되찾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기초·원천 연구를 강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연구자 중심의 연구개발(R&D) 시스템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하나둘 드러난 성과를 짚어보고 정부 R&D의 지속적 혁신방안을 찾아보자. 대표적 성과로 정부 R&D 과제의 수행 과정에서 각종 행정 서식과 평가를 간소화한 것은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연구몰입 환경 조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연구의 지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보통 3년 단위로 진행되던 정부출연연구소의 기관 고유사업에 장기 6~9년의 ‘빅 과제’가 도입돼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또 대학의 기초연구 저변을 확대하고 미래를 선도할 신진 연구자 지원제도를 강화한 것도 바람직한 변화다. 연구 주체인 대학, 출연연, 기업이 집중해야 할 기초연구, 중장기적 원천연구, 단기적 산업 트렌드에 적합한 연구에 대한 역할 분담과 아울러 연구 주체 간의 생태계 혁신과 개방성 강화가 성과 창출과 확산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추진해온 R&D 혁신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더욱 체계적으로 다듬어야 할 정책과제는 무엇인가. 민간 R&D 투자와 비교해 정부 R&D는 고위험 부담의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연구에 대한 지속성, 대내외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 대응에 대한 시의성, 국가 연구역량을 고려한 추진 타당성을 바탕으로 투자 효율화 및 전략 분야 투자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 R&D정책의 성공은 정부, 전문 관리기관, 일선 연구자 간의 소통과 긴밀한 협조, 사명감과 자기 주도 혁신에 대한 노력이 좌우할 것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을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해 단기간에 중점 투자하는 것도 옳은 방향이지만 정부 R&D 혁신정책을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의 철학으로 접근해보자. 이 말은 얼핏 논리적 형용의 모순이고 역설적 표현처럼 느껴진다. 기원전 27년 고대 로마의 황제에 올라 수많은 대개혁을 추진해 이후 200여년간 이어진 ‘로마에 의한 평화(Pax Romana)’ 시대를 연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말이다. 조급한 서두름보다 신중은 기하되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책 방향을 분명히 인식하고 해야 할 일을 빠짐없이 챙기되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 및 전문 관리기관과 대학, 출연연, 기업 등 일선 연구자 간의 이해관계를 상호 조정하며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정부 R&D 혁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 R&D 패러다임을 바꾸는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웠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어떤 혁신이든 전시행정이 아니라 실제로 일선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책 수혜자들과 소외자들을 모두 꼼꼼히 살펴 연구 일선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선도형 R&D 시스템으로 시장지향형 고부가가치 성과를 창출해 국민적 공감대와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바로 ‘천천히 서둘러 가는’ 전략으로 R&D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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