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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FEATURE ¦ 워런 버핏, 청정 에너지에 올인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는 최근 성장하는 풍력 분야 주요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주요 재정 지원책들을 폐기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버핏이 진행하는 막대한 투자는 좌초하게 될까?

아이오와 주 서부에 있는 풍력 터빈 꼭대기에 올라 선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CEO 그레그 아벨. 그는 회사의 풍력 에너지 사업 추진을 진두 지휘해왔다.




빌 노스비시 Bill Nosbisch는 고양이 네 마리, 말 한 마리 , 개 한 마리를 키운다. 그는 시시한 농담을 수시로 던진다. 그는 아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척왜건 Chuckwagon-아이오와 주 어데어 Adair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아이오와 육우 목장주 연합(Iowa Cattlemen’s Association)이 버거 체인점 1위로 선정한 곳이다-에서 음식을 기다리던 중 “티슈는 왜 춤추기를 멈추지 못할까요?”라고 자문을 하곤 “그 안에 부기 리듬이 있거든요”라고 자답을 했다. 이 농담에 억만장자 워런 버핏 Warren Buffett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디모인 Des Moines과 오마하 Omaha의 중간 지점인 어데어 외곽 부근에 살고 있다. 주민이 800명도 안 되는 이 마을 조차 노스비시에겐 너무 붐비는 곳이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농부는 아니지만 3만 2,000m2에 달하는 아이오와 주 농장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8년 전부터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거대 신문사 다우존스 Dow Jones와 거래하던 디모인 인쇄공장을 운영했지만, 변화의 바람 탓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일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된 그에게 예전 직장동료가 풍력 발전 단지 운영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왔다. 노스비시가 어디에서 하는 거냐고 묻자 그 동료는 “자네 주변 모든 곳” 이라고 답했다. 1년 만에 그의 저택 정문에는 풍력 터빈 숲이 들어섰고, 노스비시는 ‘풍력 농부’라는 새 직업과 함께 새로운 고용주 버크셔 해서웨이를 맞게 되었다.

노스비시는 지금 아이오와 주에 위치한 버크셔의 에너지회사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MidAmerican Energy에서 엔지니어링 및 자산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자신의 차로 8분이면 근무지에 도착한다(교통체증을 겪은 적이 없다). 그가 이른 아침 햇살 속 수십 개의 터빈을 지나 근무지로 향할 때에도 이미 터빈에 달린 45m 높이의 날개 깃은 그의 머리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공사현장 트레일러 같은 구조물 안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노스비시는 지역 내에 있는 3곳의 풍력 발전 단지인 이클립스 Eclipse, 어데어, 모닝라이트 Morning Light의 발전량을 모니터링하고 다른 운영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차를 이용해 발전 단지 내 170개 터빈 중 하나로 금방 달려갈 수 있다. 도착하면 163개 사다리 단을 15분 동안 올라가 꼭대기에서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확인한다. 저 아래 발 밑으론 녹색과 옅은 갈색의 평원이 쭉 이어져 평소의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다(악천후 땐 엔지니어들이 터빈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의 주변으로 이제는 그의 ‘가축’이 된 날개 달린 기계들이 늘어서 있다. 그는 여전히 매번 이 풍경에 감탄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미국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 최소한 지붕에 얹는 패널 형태의 태양광 발전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몽상가 일론 머스크 Elon Musk가 태양광 지붕재(Solar Shingles)에 대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오와 주에선 청정 에너지를 말 그대로 지평선에서 목격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일로로 뒤덮여 있던 평원이 이젠 풍력 터빈으로 빼곡하다.

아이오와 주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녹색 에너지에 힘을 보태는 중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전 세계 2위 갑부라는 점이다. 버핏과 그의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4년 이후 17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재생 가능 에너지에 쏟아부었다. 그는 2014년 에디슨 전기협회(Edison Electric Institute) 연례 전력 회의에서 이 금액을 2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2016년 현재 아이오와 주 풍력 발전 시설에 투자한 금액만 거의 1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버핏은 차를 운전해 지나친 것 외에는 풍력 발전 단지에 대해 자신이 한 일이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가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햄버거에 대해선 전문가 정도로 잘 알지만, 풍력에 대해선 그만큼 알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버크셔 추종자도 이 기업의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에 대해 같은 말을 할 것이다. 버크셔의 영업이익 중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11%에서 2015년 16%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중 가장 큰 수입원은 서부 해안에 위치한 버크셔의 에너지기업 퍼시픽코프 PacificCorp였다. 하지만 버크셔의 에너지 사업부문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곳은 미드아메리칸으로, 2016년 첫 9개월간 창출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억 200만 달러 증가한 5억 2,400만 달러였다. 풍력 사업이 그 중 3분의 1을 차지했다.

버크셔의 풍력 발전량이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부문 CEO를 맡고 있는 그레그 아벨 Greg Abel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에 따라 미국 재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권 승계는 더욱 미스터리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2015년 버크셔 부회장이자 버핏의 오랜 파트너인 찰리 멍거 Charlie Munger는 아벨(54)과 이사진 중 한 명인 아지트 자인 Ajit Jain이 버핏을 대신할 만한 가치를 지닌 인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아벨에겐 회사에 남을 만한 분명한 대가가 지급되고 있다. 그는 2015년 연봉으로 100만 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실적 보너스로 1,150만 달러, 장기 보상 프로그램으로 일회성 수당 2,800만 달러를 더 받았다.

환경운동가들은 일반적으로 버핏을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에너지기업들은 석탄에 대한 의존도 때문에 비난을 받았고, 버핏은 작년 5월 열린 버크셔 연례회의에서 기후변화에 관련된 주주들의 노력을 차단해야만 했다(보수 성향 웹사이트 데일리 콜러 Daily Caller는 ‘워런 버핏이 녹색 십자군에게 떠나라고 말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럼에도 버크셔 해서웨이-데어리 퀸 블리자드 Dairy Queen Blizzards부터 브룩스 Brooks 러닝화, 벤자민 무어 Benjamin Moore 페인트까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곧 미국 최대 풍력 에너지 발전 기업이 될 듯하다. 2016년 초 버크셔는 자사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아이오와 주에 2,000메가와트급 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36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건설 작업이 올해 시작될 예정이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버크셔는 시간당 1만 1,139메가와트의 녹색 에너지 발전 능력을 갖추게 된다. 라스베이거스 8개 규모, 타임스 스퀘어 24개 규모, 730만 호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그 중 대부분을 풍력으로 발전한다.

버핏의 터빈들이 환경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재정적으로 버크셔에 도움이 될지는 불명확하다. 한 분석에 따르면, 버크셔의 에너지 사업부문은 회사 사업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낮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버크셔의 장기 투자자는 “그레그 아벨이 안타를 친 건 맞다”라고 비유하며 “하지만 공의 가죽이 벗겨질 정도의 장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버크셔의 재생 가능 에너지 투자는 대부분 송전망과 발전망 같은 기간시설에 집중돼 있는데, 전통적인 에너지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버크셔의 에너지 투자가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건 버크셔 풍력 에너지 사업의 성공이 세액공제에 달려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2016년 공제가 인정된 금액은 3억 3,600만 달러였다).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이 세액공제를 점차 폐지할 예정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그 폐지 절차를 앞당길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 주장은 거짓이며 풍력 발전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버크셔 해서웨이는 판도를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상징적으론 에너지 분야의 전망을, 문자 그대론 아이오와의 풍경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버핏이 아이오와 주와 네브래스카 주의 경계 건너에 있는 오마하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풍력 에너지에 푹 빠져있다는 건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아이오와 주는 ‘풍력 에너지의 사우디아라비아’로 볼 수 있다. 북미 대륙 대평원지대인 그레이트 플레인스 Great Plains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에는 강한 바람이 주 북쪽과 서쪽 지역을 관통한다. 테리 브랜스태드 Terry Branstad 주지사는-21년째 자리를 지키며 미국에서 최장 기간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풍력 에너지를 계속 지원했고,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이 되자 아이오와 주에서 발전된 전기 중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35%에 이르렀다. 빌 노스비시를 비롯한 7,000명 이상의 아이오와 주민이 풍력 터빈 유지보수, 풍력 발전 단지 시스템 모니터링, 풍력 발전기 날개깃 생산 업무 등에 고용되어 있다. 버크셔의 에너지기업 미드아메리칸의 터빈은 모두 아이오와 주에 위치해 있고, 새로 들어서는 2,000메가와트급 시설도 주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 개발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그 사이 아이오와 주는 미국 내에서 전기가 가장 저렴한 지역이 되었다. 미드아메리칸이 디모인에서 1킬로와트(1시간 동안 가정 10곳의 전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의 전기에 대해 기업 고객에게 부과하는 요금은 5센트 미만으로 미국 전역 평균을 한참 밑돈다. 그 결과 전기 소비량이 많은 기업들, 특히 IT 기업들이 아이오와 주에 시설을 세우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몇 년간 모든 데이터센터를 아이오와 주에 오픈했다.

기업 소재지 관련 기업 컨설팅을 하는 존 보이드 John Boyd는 “이들 기업에겐 지속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풍력은 이들이 아이오와로 이동하는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이오와 주는 미국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사례인지도 모른다. 2008~2013년 미국 내 풍력 에너지 양은 3배 증가했고, 그 평균 비용은 3분의 1줄었다. 미 풍력 에너지 협회(American Wind Energy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전국에 있는 4만 9,000개 풍력 터빈을 통해 75기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는 2016년 말까지 풍력으로 발전한 미국 내 전기 비율은 7%였으며, 2020년엔 이 비율이 10%까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 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이젠 수많은 주의 풍력 발전비용이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 비용보다 비싸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을 위해 총 500메가와트의 풍력 에너지 구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회사의 에너지 전략 이사 브라이언 야노스 Brian Janous는 “꾸준한 비용 감소를 체감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은 풍력의 전기 변환 효율성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팅이 부분적으론 풍력 발전 비용을 더 낮춰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애널리스트 대니얼 슈레이 Daniel Shurey는 비용 절감의 가장 큰 부분이 “디지털화, 연결성, 데이터, 소프트웨어, 운영자동화 같은 ‘소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 내 풍력 발전의 팽창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아이오와 주만큼 충분히 많은 바람이 부는 주가 거의 없다. 지가가 더 비싸고 인구 밀도가 더 높은 지역에선 급속도로 확장하는 터빈 발전 단지를 둘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을 찾기도 어렵다. 주의 세제 혜택 또한 중요하다. 현재 미국 남동쪽에는 풍력 발전 단지가 거의 없으며, 북동쪽에도 극소수만 존재한다.

풍력의 미래에 있어 가장 불확실한 요인은 바로 연방 세액공제일 것이다. 버크셔의 미드아메리칸 같은 에너지기업은 각 프로젝트당 10년간의 생산 세액공제를 통해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연방정부는 1킬로와트시 발전당 2.3센트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미드아메리칸의 새로운 아이오와 프로젝트만 해도, 완료 시 버크셔에 연간 2,900만 달러의 세액공제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버크셔는 이 공제액을 회사 전체-2015년에 영업이익 280억 달러를 올렸다-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버핏도 공개적으로 “세제 혜택이 없었다면 풍력 에너지에 뛰어들려던 의지가 크게 꺾였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1990년대 처음 도입돼 이후 6번 정도 확대 실시된 연방 세액공제는 풍력 에너지의 장기적 붐에 도움을 주어왔다. 반대로 혜택이 사라진다면 에너지기업과 투자자들은 불안해질 것이다. 1년 단위로만 이 혜택을 재승인하는 의회의 성향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으로선 풍력에 대한 세액공제가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태양광에 대한 유사한 혜택 또한 2019년부터 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 게다가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가 이런 절차를 가속화하는 계획을 발표할지도 모른다. 그는 작년 11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전역에 있는 풍차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없다… 지원금을 지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칼 아이컨 Carl Icahn과 해럴드 햄 Harold Hamm 같은 (각자 석유 기업을 소유한) 트럼프의 최 측근 에너지 고문들도 지원금을 폐지하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세액공제 폐지 자체가 이 업계에 투명성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풍력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특별한 미래에 도박을 건 억만장자는 버핏 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 미래로 가는 길에 마찰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버크셔와 에너지 자회사들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업계 용어로 ‘중앙집중형(centralized)’ 청정 에너지에 주로 집중해왔다. 에너지기업들이 대량의 청정 에너지를 외진 곳에 위치한 대형 발전소에서 발전한다는 개념으로, 현재의 천연가스와 석탄, 원자력 발전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버크셔의 다른 강점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버크셔는 아이오와 주와 네바다 주에 위치한 최대 에너지기업과 함께 1톤 가량의 소위 ‘전력 송전 자산’ -발전소에서 사용자로 전력을 전달하는 전선-을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의 풍력 터빈과 태양광 발전 단지는 이 송전망에 직접 연결돼 있다.

현재까지 풍력은 안전한 도박이었다. 공익사업단지 형태의 태양광과 풍력은 미국 내 청정 에너지의 대부분을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비전이 대안으로서 힘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억만장자이자 테슬라 Tesla와 스페이스엑스 SpaceX의 CEO인 일론 머스크 Elon Musk가 이 대안을 지지하고 있다. 머스크는 소위 ‘분산망(distributed networks)’이라고 불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주택소유주와 기업들이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하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전력 공급 장비를 보유하면서 남는 에너지를 송전망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런 비전은 머스크의 강점에 잘 맞아떨어진다. 체질적으로 혁신가이고, 혜성같이 떠오른 인물이며, 에너지 분야의 이단아인 그는 이런 방식에 상당 기간 도박을 걸어왔다. 머스크는 10여 년 전에 이미 태양광 패널 설치기업 솔라시티 SolarCity의 설립을 지원했고, 그의 친척 린던 라이브 Lyndon Rive와 피터 라이브 Peter Rive는 솔라시티를 30만 명의 태양광 고객을 가진 미국 내 최대 태양광 패널 설치기업으로 키워냈다. 테슬라는 최근 26억 달러에 솔라시티를 인수했다.

물론 청정 에너지 분야는 누군가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다양한 지역에서 각각의 장점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선호하는 분산형 전력 모델은 버크셔가 소유한 공익사업단지에겐 재정적 위협이다. 그리고 버핏과 머스크는 이미 충돌한 이력을 갖고 있다. 네바다 주에서 일어난 마찰이 가장 대표적이다. 네바다는 버크셔가 소유한 엔비 에너지 NV Energy가 공익사업단지 규모의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는 지역으로, 예전에는 솔라시티가 태양광 지붕 패널을 판매하던 곳이었다. 2015년 네바다의 공공 사업단지 위원회는 지붕 태양광 패널 산업에 유리했던 주요 요금을 변경했다. 태양광 지지자들은 위원회가 엔비 에너지 로비스트들의 뜻대로 움직였다고 비난했지만, 위원회는 이를 부인했다. 버핏은 “엔비 에너지가 공익사업단지 규모의 태양광 발전 단지를 통해 지붕 태양광 패널보다 더 저렴하게 전기를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주장은 사실이다). 그는 그건 네바다 주의 비(非) 태양광 고객들이 지붕 태양광 패널 고객들에게 지원금을 대주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솔라시티 등은 이를 부인했다.

머스크와 버핏이 경쟁을 벌이는 곳은 네바다 주 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청정 에너지 지지자들은 가격이 더 저렴해지면 배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며칠간 태양이 보이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동안 전력을 보관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풍력 터빈의 회전시간 중, 전기를 발전할 만큼 충분한 속도로 도는 비율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광 패널도 구름이 낀 상황에선 비슷한 효율을 보인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수년간 자사 자동차 전력 공급용 배터리를 조립해왔다. 최근에는 송전망을 비롯해 기업 및 주택소유주가 전력을 보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공익사업 단지에 배터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파나소닉 Panasonic과 협력해 기가팩토리 Gigafactory라는 대형 배터리 공장을 리노 Reno 외곽에 건설하고 있다. 완공 시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들이 저장할 수 있는 전기는 매년 35기가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도 에너지 저장에 큰 도박을 걸고 있다. 지난 2008년 미드아메리칸은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기업 비와이디 BYD 지분 10%를 2억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2015년 비와이디는 113억 달러 매출을 올렸고, 현재 미드아메리칸 지분은 13억 5,000만 달러 가치를 보이고 있다. 비와이디는 이미 전 세계 송전망에 295 메가와트 규모의 배터리를 연결했고, 현재 매년 전기차 및 송전망 모두를 위해 11 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2016년 말 이전에 4 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추가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테슬라와 비와이디가 생산하는 배터리들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 전기를 보관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공급선을 확대하기 위해선 비용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 현재 이 배터리들은 대부분 다른 발전 방식의 전기가 너무 비싼 지역의 태양광 발전 단지에 판매되고 있다. 예컨대 하와이의 카우아이 Kauai 섬과 아메리칸 사모아 American Samoa의 타우 Ta‘u 섬 등에 팔리고 있다. 많은 지역에선 아직 대부분의 전력망이 풍력에 완전히 의존하거나 기존의 천연가스 혹은 석탄 발전을 중단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배터리를 설치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의 청정 에너지 분야에선 돈을 좇는 버핏의 실용주의가 더 유리한 형국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Berkshire Hathaway Energy는 거대한 규모와 통합성 덕분에 사실상 그 어떤 기업보다도 풍력의 세액공제를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버핏은 그 공을 그레그 아벨에게 돌리고 있다.

아벨이 언젠가 버크셔 CEO에 오른다면, 역사상 최고의 ‘인수합병을 통한 영입(acqui-hires)’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아벨은 CEO로 있던 미드아메리칸이 버크셔에 인수되던 2000년 버크셔에 합류했다. 최근 공개된 재무기록에 따르면, 2003년 당시 매출이 6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버크셔 에너지 사업부문을 연 매출 178억 달러 사업으로 키워낸 주인공이 아벨이다. 버크셔가 풍력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아벨이 혼자 모든 걸 해낸 건 아니지만-퇴사한 버크셔 임원 데이비드 소콜 David Sokol과 버크셔 이사회 멤버인 억만장자 월터 스콧 주니어 Walter Scott Jr.도 기여했다-아이디어를 실제로 수행한 공이 아벨에게 있는 건 사실이다. 버핏은 소비자들에게 요금 인상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도 풍력 에너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아벨을 칭찬하고 있다. 버핏은 “그는 자신이 헌신하는 모든 일에서 절대 실패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공익사업단지는 앞으로 10~20년 후 현재보다 훨씬 더 거대해질 것이다.”

아벨은 앨버타 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를 졸업한 후, 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회계사처럼 행동한다. 아벨과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그가 부드러운 매너로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지난 2002년 버크셔는 어려움에 빠진 에너지 기업 엔론 Enron으로부터 송유관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인수했는데, 이미 오랜 기간 방치된 이 송유관에는 안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버크셔 에너지 사업부 공동 CEO였던 아벨은 송유관 수리 프로젝트를 스스로 시작했고, 몇 개월 만에 이를 정상화시켰다. 찰리 멍거는 “어떻게 우리의 관심이 그에게 쏠리지 않았을 수 있었겠는가? 그가 해낸 일은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며 “그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에너지기업 대표”라고 극찬했다.

아벨이 버크셔 CEO 자리에 오른다면, 버핏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버핏은 자신의 운영진이 스스로 일하도록 놓아두고, 자신이 인수한 기업의 경영진과 자주 연락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벨은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매우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의 경영진 대부분을 퇴출시기도 했다. 자신이 근무했던 칼에너지 CalEnergy가 1990년대 중반 영국의 전력 발전 기업을 인수했을 때, 아벨은 새로 인수한 사업부를 직접 운영하기 위해 가족 모두와 해외로 이주를 하기도 했다.

‘하키의 전설’ 시드 아벨 Sid Abel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아마추어 팀에서 뛰며 하키 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골프에도 능해 프로 투어 수준의 코스에서 최소 한 번의 홀인원을 포함, 여러 번의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버핏과 비교하면 아벨은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버크셔는 이번 기사에 협조적이었지만, 아벨의 경우 단 한 차례의 인터뷰만을 받아들였다. 그는 인터뷰 시작 38분 만에, 여전히 질문이 남았음에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추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대변인을 통해 “물어볼 게 아직 남았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에너지 사업과 그 실질적인 유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열정적이다. 아벨은 “풍력 발전 단지와 그 모든 거대한 터빈을 보면, 우리 팀의 성취에 대해 진정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열정적으로 이 일을 해냈고, 고객에게 요금 부담이 돌아가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으며, 옳은 것임을 알고 그 일을 추진했다.” 버크셔의 후임자가 되는 부분에 대해선 웃으면서 비유를 들었다. 버핏, 제인과 함께 보트를 타고 가다가 배가 뒤집히면 두 사람 모두를 구하려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버핏은 86세가 됐지만 곧 물러날 것 같이 보이진 않다. 그건 풍력에 대한 자신의 애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다. 버크셔는 2015년 자본 지출 예산 중 37%를 에너지 사업부문에 집중시켰다. 버핏이 2015년까지 3년 연속 에너지 사업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소한 한 가지 기준에서만 보면, 버크셔의 에너지 사업분야 투자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예컨대 지난 3년간 버크셔는 에너지 사업 분야에 투자한 현금에 대해 평균 8.2%의 수익을 기록했다. 상당한 규모임엔 틀림없지만, 버크셔가 자체 철도 사업 벌링턴 노던 샌타 페이 Burlington Northern Santa Fe(BNSF)에 투자해 올린 수익 11.7%보단 적은 게 사실이다. 시스캔디 See‘s Candy와 아이스크림 대기업 데어리 퀸을 포함해 소매 및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 올린 13.4%보다도 적다. 게다가 사업에 관한 또 다른 기준-대출에 대한 감가상각과 이자비용을 감안하는 소위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으로 봐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는 2013년 이후 매년 현금을 잃어왔다. 2015년 한 해에만 5억 7,4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회계 전문가이자 어카운팅 옵서버 Accounting Observer 뉴스레터의 필자로 최근 버크셔의 재정 상황을 분석한 바 있는 잭 시에시엘스키 Jack Ciesielski는 “워런 버핏에게 투자할 땐 항상 맹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너지 투자에 있어선 맹신을 하기 어렵다. 수익이 그의 다른 사업 분야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버핏은 수익에 대한 우울한 시각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풍력 사업을 통해 얻는 상당액의 세액공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버크셔는 풍력을 통해 공제 혜택도 얻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풍력 사업 운영확대를 위해 투입한다-감가상각에 대한 장기 세제 혜택도 받고 있다.

또한 스스로 주장하듯 장기 투자자이기 때문에 버핏에겐 특정 사업에 대한 연간 투자와 수익을 보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는 사업을 위해 투입한 금액과 현재 거두고 있는 수익을 비교하는 걸 선호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는 뜻밖의 횡재라고 할 수 있다. 버크셔는 미드아메리칸 인수에 20억 달러 조금 넘는 금액을 썼다. 그리고 버크셔 에너지 사업 분야는 2016년에만 세전으로 30억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다. 반면 BNSF 인수를 위해 버크셔가 투자한 금액은 340억 달러였고, 최근 12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59억 달러였다. 버핏은 공익사업단지에 대해 “위대한 사업은 아니지만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좋은 사업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즐기게 된다. 특히 좋은 경영진을 갖췄을 때 그렇다.”

어느 쪽이든 버핏은 녹색 에너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옳은 일을 하기 때문에 이 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항상 그렇듯 주주들에게 가장 큰 수익을 돌려주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버크셔는 네바다 소재 에너지기업에서 석탄 발전의 비율을 76%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 회사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증설하기 위해 현재까지 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바 있다. 그리고 아이오와 주 시설을 100% 풍력 발전으로 운영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버핏은 자신의 청정 에너지 도박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이는 정부가 유도한 결과로, 사회 전체와 고객에게도 이치에 맞는 일이다. 투자하는 입장에서 버크셔에도 이치에 맞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정 에너지 덕분에 버크셔가 옳은 일을 하면서 실적도 올린다고 말하는 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버핏이 더 이상 회사를 이끌지 않는 시기가 오더라도, 버크셔는 이 사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녹색 에너지 대결을 벌이는 억만장자들
재생 가능 에너지의 최대 지지자인 두 사람은 적대적인 관계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버핏은 송전망에 연결된 거대 발전소에서 전기를 발전하는 공익 사업단지 규모의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했다. 비평가들은 그가 규모를 앞세워 경쟁자들을 밀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태양광 투자자이기도 한 테슬라 창립자 머스크는 ‘분산망(distributed network)’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주택소유주들과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발전하는 방식이다. 버핏의 거대 공익사업단지 매출에겐 위협적인 존재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STEPHEN GANDEL AND KATIE FEHRENB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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