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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것이 포퓰리즘] 150만명 빚 탕감·이자율 대폭 인하…"이러면 누가 빚 갚겠나"

■ 금융에도 선심성 공약 봇물

대선주자 이어 당국도 연체이자 감면 등 맞장구

정권 바뀔때마다 되풀이..도덕적해이 확산 우려

"가계부채 해결 위해 원칙 깨면 금융산업 무너져"





국민의당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지난 26일 가계부채 해결 종합세트를 내놓았다. 신용불량자 150만명에 대한 사면과 빚 갚기 어려운 이들의 부채 탕감, 법정 이자율 대폭 인하 등을 담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지난해까지 56만명의 빚을 줄여준 데 이어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은 최대 90%까지 채무를 탕감해주는 식으로 제도를 바꿨음에도 또다시 감면책이 등장한 것이다.

금융계의 고위관계자는 27일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가계부채가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채 탕감을 해주면 누가 돈을 갚겠느냐”며 “최고 이자율과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은 되레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도덕적 해이만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이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성 금융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중심을 잡아야 할 금융 당국도 연체이자율 감면과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 같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계부채 연착륙도 중요하지만 금융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은 실제 앞다퉈 금융 관련 공약을 내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3일 중소가맹점 기준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를 1.3%에서 1%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후보가 수수료 인하목표치까지 제시한 것이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캠프 대변인인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원리금을 제때 갚으면 추후 이자를 깎아주는 성실이자 환급제와 채무자 대리인 제도 확대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중 채무 재조정과 빚 탕감은 2002년 이후 신용회복지원제도(개인워크아웃)가 생긴 후 꾸준히 이뤄져왔다. 최대 60%까지 원금이 탕감되는 개인워크아웃은 지난해까지 139만4,495명이 혜택을 봤다. 법원이 해주는 개인회생의 경우 지난해 신청자 수만 9만400명이다. 최근 숫자가 줄고 있지만 5년 전인 2011년(6만5,171명)과 비교해보면 38%나 많다. 2013년에 국민행복기금으로 취약 계층을 지원했는데 신용불량자 사면과 부채 탕감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빚은 안 갚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수수료 인하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해 1월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0.7%포인트 낮춰줬다.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론 영업 강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해 카드론이 전년 대비 11%나 급증했다. 카드사가 손실을 내지 않는다면 영세 가맹점의 부담을 대출 고객이 지게 되는 꼴이다.

정부마저 포퓰리즘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의 연장선이지만 당국은 연 11~15% 수준인 연체이자율을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벌칙 성격인 연체이자를 감면해주면 결국은 연체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당국 내부에서도 “왜 조사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도덕적 해이 논란이 큰 정책상품 공급도 계속 늘어난다. 지난해 41조원 공급된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디딤돌대출’은 올해 44조원으로 불어난다. 4대 정책서민자금도 올해는 7조원이 나간다. 낮은 금리에 적용 대상이 확대된 정책상품은 돈을 갚지 않는 문화를 더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바꿔드림론’의 지난해 7월 기준 연체율은 무려 27.9%에 달한다. 금융계의 고위관계자는 “대출을 받고 정해진 원리금을 제때 갚는 게 금융의 기본원칙”이라며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면서 금리와 수수료를 마구잡이로 낮추고 빚을 줄여주면 금융산업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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