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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뇌연구원장 "뇌지도 개발에 집중...질병치료 새 길 열것"

신경세포간 상호관계 파악

치매 등 불치병 원인 규명

완성에 최소 10년은 걸려

뇌과학 연구 출발 늦었지만

후두정엽 등 특화땐 경쟁력

IT산업과 융합도 전망 밝아

김경진 한국뇌연구원 원장이 뇌 지도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와 제약회사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잇따른 실패에 임상실험을 중단한 글로벌 제약회사도 있다.

치매의 원인은 상당 부분 규명됐지만 사람 뇌의 복잡한 인지 과정으로 완벽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저 증상을 완화시킬 뿐. 그러나 이 같은 불치병도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뇌 지도’가 완성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은 최근 서울 미근동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뇌 지도가 막혔던 질병 연구에 새로운 길을 뚫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뇌 지도가 있으면 그동안 원인불명인 퇴행성 질환, 정신질환 등도 어떤 신경세포의 고장으로 발병했는지, 다른 신경세포와 어떻게 연결돼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사람의 뇌는 1,000억개 이상의 신경세포(뉴런)와 1,000조개 이상의 신경세포를 잇는 네트워크(시냅스)로 구성된다. 한국뇌연구원은 이들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 있는 ‘뇌 지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다.

전자현미경으로 수천 장의 뇌 단면을 찍은 후 3차원으로 전환해 신경세포 간 역동적 상호관계를 빅데이터로 모아야 한다. 이후 해당 관계가 신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계에서는 뇌 지도 개발에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일단 뇌 지도가 완성되면 파급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김 원장은 뇌 지도의 경제적 효과를 인간 유전자 지도 연구에 빗댔다. 그는 “1990년 인간 유전자 지도 연구를 시작하면서 애초 목표했던 질병 없는 세상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발병 가능한 질병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26년이 지난 지금 140배의 경제적 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뇌 지도 및 뇌 과학 연구도 이에 못지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 원장이 한국 뇌과학 연구의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이호재기자


현재 한국은 뇌과학 분야에서 미국·유럽 등에 비해 뒤진 편이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뇌 연구 분야가 경쟁은 치열하지만 전자현미경으로 몇 년에 걸쳐 뇌 사진을 찍고 이를 3차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어느 나라나 시일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며 “한국이 모든 외부 감각을 느끼고 신체 행동으로 구현하는 뇌의 후두정엽 부분 등 특화된 영역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춰 시작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 생각·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 치매 질병과 관련이 깊은 해마 등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만큼 다른 분야에 집중해 세계를 선도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선진국보다 발전한 정보기술(IT) 산업과의 융합도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웨어러블 IT 기기, 각종 전자부품 센서를 활용해 모바일 기기로 뇌파를 측정하는 것부터 뇌파만으로 모바일 기기를 작동시키는 것 등을 구현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뇌연구원은 사람의 뇌를 확보해 연구자에 지원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구원장 직속의 한국뇌은행을 운영하며 서울대·부산대·전남대병원 등으로부터 22개 뇌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이 3,000명 이상으로부터 뇌와 뇌 유래물을 모은 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세계 여러 정부가 뇌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가까운 시일에는 유엔 산하에 뇌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브레인 데이터 스테이션’를 설립하고 모든 연구자들이 여기에서 각종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연구하게 될”이라며 “한국도 뇌 연구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세계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신경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뇌과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이다.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 사업의 ‘뇌 기능 활용 및 뇌 질환 치료기술 개발 연구사업단장’을 10년간 역임한 후 2015년 한국뇌연구원장으로 선임됐다.

/문병도·김지영기자 do@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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