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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행 신탁업 확대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품 선택 폭 넓혀줘 운용산업에 활력

은행과 증권업계가 은행의 신탁업 확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자본시장법에 포함된 신탁업 관련 규정을 8년 만에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은 ‘특정 금전신탁’으로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가져다 판매만 한다. 금융위는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기관이 알아서 굴려주는 ‘불특정 금전신탁’을 신탁업법 제정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만약 향후 불특정 금전신탁도 은행에 허용되면 은행은 큰 수익원이 생기고 증권사는 기존의 수익원을 뺏기는 셈이 된다. 찬성 측은 은행의 신탁업 확대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금융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궁극적으로 자산운용산업에 활력을 넣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업역 확대보다 투자자의 권리 보호가 우선될 수 있도록 신탁업법 제정 대신 기존의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를 은행에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허용을 주장하는 은행권과 이에 반대하는 금융투자업계의 갈등이다.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지난 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신탁업에 관한 내용을 분리해 별도의 ‘신탁업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전국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은행업계는 이번 기회에 과거 은행이 영위했던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를 다시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금융투자업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불특정 금전신탁은 위탁자인 고객이 수탁자인 신탁업자에게 금전을 맡기면 신탁업자가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고객이 금전 운용 방법을 지정하는 특정 금전신탁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불특정 금전신탁은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라고 불리는 펀드 상품과 거의 유사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는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을 제정하면서 은행이 취급하고 있던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를 금지한 바 있다. 이번에 신탁업법 제정 움직임을 계기로 은행의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 허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에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 허용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전에 왜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가 부활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불특정 금전신탁은 신탁의 정의에 충실한 전형적인 신탁상품이다. 신탁이라는 것이 재산을 가진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기의 재산을 맡겨 운용하도록 위임하는 법률관계다. 결국 신임(信任) 관계에 기초해 수탁자는 위탁자의 재산을 잘 관리 운용해 수익을 위탁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신탁이다. 불특정 금전신탁은 이러한 신탁의 정의에 잘 부합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신탁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상품이 불특정 금전신탁인 것이다. 고령화와 초저금리 시대에 자산 관리 수단으로 점점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신탁상품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신탁산업의 육성이 필요한데 불특정 금전신탁은 이에 잘 부응하는 상품인 것이다.

또 금융소비자의 상품 선택권 확대라는 점에서도 허용될 필요가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조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펀드 상품에서 금융소비자들이 떠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불특정 금전신탁 상품은 소비자의 투자 욕구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불특정 금전신탁의 허용은 자산운용업계에 경쟁과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산운용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운용 수익 극대화를 위한 여러 혁신적인 운용 기법을 개발하려는 유인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불특정 금전신탁을 허용한다면 현행 관련법상 신탁업 영위가 가능한 은행, 증권회사 및 보험회사에도 공히 허용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업권 간 갈등이 덜할 것이고 신탁산업이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은행업과 금융투자업을 겸영할 수 있는 겸업주의 제도 도입에 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전업주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업권 간의 업무 영역 다툼은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은 금융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 이번 기회에 영국이나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겸업주의 제도 채택을 깊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탁업법 제정 논의에서 불특정 금전신탁 허용 여부 문제를 업권 간의 이해 대립 가능성 때문에 제외하기로 했는데 신탁업 발전이라는 면에서는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에 정부가 별도의 신탁업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정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그동안 학계는 신탁업법 제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한 바 있다. 신탁업이 자본시장법에 편입돼 규정돼 있다 보니 필요한 법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신탁업이 발전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고령화 사회와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신탁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 신탁업법 제정은 필요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도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의 부활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신탁업 발전의 초석을 다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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