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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 "미술관을 소통의 공간으로...'에코뮤지엄 도시' 실현할 것"

창작지원·커뮤니티 친화공간 거점별 운영

도서관·기록관 결합 '특화 미술관' 추진도

日 가나자와선 지역민 정서 파고들어 성공

사회공헌 등 기업 문화마케팅과 접점 모색

최효준 신임 서울시립미술관장/권욱기자




“서울시 전역에 위치한 각각의 미술관이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고 지역주민과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 소통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에코뮤지엄’을 실현하겠습니다. 하드웨어 건립에 치중하던 기존 관행을 버리고 미술관이 대중의 생활과 미술을 연결해 그 삶 속으로 파고드는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되고자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더불어 국내 미술계 양대 산맥인 서울시립미술관의 새로운 수장이 된 최효준(65·사진) 관장의 일성이다. 5년간 미술관을 이끌었던 김홍희 전 관장의 뒤를 이어 공모를 거쳐 지난달 취임한 최 관장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최근 만났다. ‘에코뮤지엄’은 지역 전체가 통째로 미술관·박물관을 이루는 것으로 ‘오픈에어뮤지엄’이라고도 한다. 독일의 폐광도시가 미술로 활기를 띠고 옛 광부들까지 큐레이터로 일하게 된 것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의 주요 전시뿐 아니라 남서울미술관은 아름다운 근대건축물(옛 벨기에 영사관)인 공간을 살리는 전시로 서울 남부권 시민들에게 미술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북서울은 상대적으로 문화 소외지역이었던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친화적인 미술관으로, 난지 창작스튜디오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운을 뗀 최 관장은 “은평구 서울혁신센터 내 ‘세마창고’는 이미 지역 내 작은미술관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곧 개관할 ‘백남준기념관’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백남준을 그가 살던 창신동 집터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며 복잡한 도심에서 숨통을 틔워줄 ‘여의도 벙커’는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도서관·기록관·미술관을 결합한 라키비움(Larchiveum)으로 특화될 ‘평창문화특구(2019년 개관 예정)’를 비롯해 도봉구 창동 쪽 ‘사진미술관’, 금천구 서서울미술관 등을 순차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그야말로 미술관 확장의 원년을 최 관장이 열어가는 셈이다.

이는 도시 전체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들어 ‘예술이 삶이 되는 도시, 생동하는 도시, 미술로 아름다워지는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한다.

전국 규모의 사생대회에서 3번 이상 수상할 정도로 그림을 곧잘 그리던 소년은 학년이 바뀌면 어김없이 ‘미화부장’을 맡았다. 한번은 폴 고갱의 대표작인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의 복사본을 구해 교실 뒤편에 걸었다가 선생님의 지적으로 뗀 적도 있다. 그림 속 나부와 아랫도리만 가린 인물들의 형상이 초등학교 교실에 부적절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꼭 그 탓은 아니었을 테지만 소년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경제학도가 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그는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외국 기업의 플래닝매니저가 됐다. 강(江)만 건너면 세계 미술계의 심장부인 뉴욕이었다.

최효준 신임 서울시립미술관장/권욱기자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뉴욕의 미술계는 경이롭고 역동적이었습니다. 관심이 생겨 ‘아트스튜던트리그오브뉴욕’에서 코스를 밟고 결국 전직(轉職)해 좋아하던 것을 직업으로 삼았죠.”

당시 최 관장은 국내와 일본의 현대미술 전시를 돕는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미국의 거장 프랭크 스텔라, 로버트 라우션버그, 줄리언 슈나벨을 비롯해 이탈리아 조각가 밈모 팔라디노 등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귀국한 그는 삼성문화재단에 공채로 입사해 수석연구원 겸 국제미술부장으로 일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현대미술 소장품 수집 과정에서 그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두루 거친 그는 미술관의 얼개를 짜고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일명 ‘개관 준비 전문’으로도 통한다.

“삼성문화재단에서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한 14층 고층 미술관의 프로그래밍에 3년간 매달렸고 이곳 서울시립미술관을 옛 대법원 건물의 파사드(전면)만 살리고 신축 이전하는 일을 맡았죠.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개관을 준비해 초대 관장으로 있었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서울관의 프로그래밍과 아이디어 공모를 담당했습니다.”

이처럼 시스템 구축과 조직 구성의 다양한 경험과 ‘프로그램 기획자’로서 탁월한 역량이 그를 ‘관장으로 뽑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앞서 2015년에는 공석이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에서 최종 후보가 됐으나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결정했다. 납득할 이유가 없었고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장관을 ‘문화 사이코패스’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최 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자기가 속한 회사를 붕괴시켜놓고 자신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코퍼릿 사이코패스’가 지적됐다”면서 “그런 조짐을 봤기에 문제 삼았던 것이고 그 후로 최근까지 예술과 사회에 관해 많이 생각하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미 취임사에서 “편안하고 즐겁고 기분 좋은 휴식의 장소로서의 미술관, 관람객의 심리적·경험적 측면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mindful) 미술관”을 강조한 최 관장은 공립미술관의 바람직한 사례로 일본 가나자와시의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을 첫손에 꼽았다. 2004년 개관한 이 미술관에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인상주의 미술품은 없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현대미술만 소개하는 곳이다. 그러나 미술관은 매년 가나자와 인구 46만명의 세 배꼴인 130만명 이상을 연간 방문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 경제효과만 328억엔(약 3,317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최 관장은 그 저력의 이유로 “10년에 걸친 개관 준비기간에 100회 이상의 시민포럼을 통해 소통하며 건립을 추진한 곳”임을 강조하며 “작품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잠시 멈춰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미술관, 즉 난해한 현대미술을 다루면서도 편히 쉬고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전북도립미술관 관장 시절에 그가 사회적 주제의 현대미술을 다루면서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9세기 근대서화를 중점적으로 전시한 것도 호남 서화 전통을 중시하는 지역 관람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이 같은 생각의 결과였다.

“공공미술관이 비영리 기관이라고 해서 ‘비경쟁기관’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조직 운영의 패러다임이나 프로그램의 내용과 형식 면에서 삽상한 혁신을 도모할 겁니다. 요즘은 좋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많으니 건실한 문화마케팅에 관한 제안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반응할 생각입니다.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니까요.”

/대담=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정리=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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