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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카리(KARI)' 백선엽 대표 ... 영어책 저술가서 외식사업가로…"초창기 큰 손실, 커리 만나 재기했죠"





잘나가던 영어책 저술가이자 대학교수가 레스토랑을 창업하며 외식사업에 뛰어들어 5개 직영점을 내고 해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여기까지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외식업계 진출기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창업한 아이템이 ‘커리(curry)’로 대표되는 인도 요리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백선엽(48) 카리(KARI)그룹 대표는 지난 1990년대 ‘박경림 영어 성공기’ 등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였지만 안정된 위치에서 인도 음식점 프랜차이즈에 새롭게 도전했다. 앞서 중국에서 외식사업을 했다가 20억원 이상 손해도 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도라는 키워드를 통해 반등했다. 인도인 요리사를 고용하고 현지에서 향료와 화덕을 공수하는 등 인도의 오리지널 맛을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였다.

백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커피·치킨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는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했다”며 “이들 업종에 비하면 커리는 잘 알려지지 않아 어려운 분야였는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몇 가지 고비만 넘기면 승산이 작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창업배경을 설명했다. 청년 시절 인도를 여행하면서 자원봉사를 하다 인도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때 맛본 커리가 떠올랐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지 요리사 채용하고 향료·화덕 등 직접 공수..오리지널 인도 맛 구현

백 대표가 창업하면서 가장 중시한 차별화 요소는 인도 본연의 맛과 문화를 최대한 현지에 가깝게 구현하는 일이었다. ‘카리’라는 이름도 인도에서 커리를 의미하는 호칭이다. 커리라는 단어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카리를 영국식으로 바꾼 것이라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인도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요리사를 직접 인터뷰했다. 요리경력이 최소한 10년을 넘는 요리사들과 만나 현지에서 받는 월급의 5~10배를 주겠다고 제의한 다음 카리 레스토랑으로 데려왔다. 백 대표가 도움을 청했던 주인도 한국대사관에서도 직접 인터뷰 후 요리사를 영입하자 놀랐다는 후문이다.

조리에 필요한 향료와 화덕도 인도에서 직접 구했다. 그는 5년째 두 달에 한번꼴로 인도 남서부 타밀 지역을 방문해 향료를 직접 구입해왔다. 백 대표는 “향료를 파는 상인이나 화덕을 만드는 장인, 현지인 요리사들 모두 외국인, 그것도 아시아인이 인도까지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이 시장에서도 호응을 얻어 본점 외에 직영점으로만 추가로 3곳을 냈다. 지난 2011년 경기도 성남 분당 신도시에서 시작한 카리 레스토랑은 경기도와 대전에 4곳의 직영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이면에는 백 대표의 탁월한 영어 실력이 한몫을 했다. 그는 ‘365단어로 코쟁이 기죽이기’ ‘영어회화 핵심패턴 233’ ‘박경림 영어 성공기’ 등을 쓴 인기 저술가였다. 미국 유학 중이던 1997년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20대가 가장 많이 쓰는 영어BOX’를 쓴 게 시작이었다. 그는 “영어가 정복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재미있는 존재로 만들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영어책을 쓰지 않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꾸준히 개정판을 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도 사회 도움주고파 초등학교 인수..사비로 리모델링·한국문화 알려

카리 창립 6년째 ‘카리’의 이름은 인도 현지에까지 퍼졌다. 백 대표는 2015년 11월부터 인도 수도 뉴델리 교외에서 ‘카리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받는 소액의 학비를 제외하면 모든 운영비를 백 대표가 댄다. 카리가 점점 수익을 내며 안정을 찾자 자신이 성공하도록 영감을 준 인도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을 통해 인도 쪽에 도움을 줄 곳을 물색하다 그는 수도 뉴델리 남서부 교외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를 알게 된다.

그는 “당시 대사관에 근무하던 차용호 영사(현재 베이징총영사관 근무)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학교를 여러 곳 소개했는데 그 중 한 곳을 골랐다”며 “3년 반가량 후원금을 내며 돕다 법적 절차를 밟아 아예 학교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 후 학교 이름을 카리초등학교로 바꿨다. 사비를 털어 학교를 리모델링한 것은 물론 교육과정을 서양식으로 바꿨고 인건비를 올리고 정수기도 여러 대 설치했다. 학생들의 건강문제를 고려한 결정으로 현지에서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워 전염병에 걸리고 기생충에 감염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백 대표는 전했다.



이 학교에서는 매달 한국 돈으로 2,500원 정도의 학비만 내며 한국 문화도 배울 수 있어 해마다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한국 문화 교과는 태권도. 다음달에 시작하는 새 학기부터는 한국어도 정식 교과과정에 포함된다. 태권도로 한국 문화를 전파하면서 학생들이 정신수양과 체력단련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권도를 배우는 모습은 현지 매체에도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조현 주인도대사가 지난해 9월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올 방콕·내년엔 호찌민 진출..“주요 도시마다 카리 점포 하나씩 낼 것”

백 대표는 “학교가 이제 카리 레스토랑을 잘 운영해야 하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에 지출하는 자금이 한 달에 8,000달러(약 1,000만원)에 이르지만 이제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됐다.

그는 “카리 레스토랑의 수익규모가 더 커지면 인도의 다른 대도시와 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 커리를 먹는 다른 국가에도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또 다른 꿈은 글로벌 진출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넓히는 한편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태국 수도 방콕의 한 대형쇼핑몰에 올해 입점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베트남 호찌민의 ‘랜드마크81’ 건물에도 카리 매장을 낸다. 베트남 진출과정에서는 현지 대기업인 빈컴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빈컴 자선재단과의 교류도 확정했다. 그는 세계 주요 도시마다 한 곳에만 점포를 내는 일본의 일식 프랜차이즈 ‘노부(NOBU)’의 예를 들며 “서울·방콕·호찌민 등 주요 도시마다 카리 점포를 하나씩 내 카리를 알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ukkwon@sedaily.com



●백선엽 대표는

△1968년 서울 △미국 아이오와대 신문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 △2011년 카리(KARI) 창립 △2015년 10월 인도 뉴델리 카리초등학교 대표(CEO) △주요 저서:‘영어회화, 365단어로 코쟁이 기죽이기’ ‘영어회화 핵심패턴 233’ ‘네이티브 스피킹 대박패턴 300’ ‘박경림 영어 성공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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