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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의 풋볼팩토리(Fact+Story)]덴젤 워싱턴, 게리 올드먼의 공통점은?

<1>훌리건으로 더 유명한 밀월FC

밀월의 훌리건들이 라이벌 웨스트햄 측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인디펜던트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은 오는 12일 오후11시(한국시각)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에 나선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우승은 어려워 보이는 토트넘으로서는 트로피 욕심을 내 볼 만한 대회다. 국내 팬들의 관심은 당연히 손흥민의 출전 여부. 직전 정규리그 경기에 결장하는 등 소속팀 내 입지가 불안해진 그가 FA컵을 계기로 다시 주전 경쟁에 불을 붙일지가 관심이다.

흥미로운 것은 상대가 밀월FC라는 것. 3부리그(리그1) 팀이지만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1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벌이며 리그1 24개 팀 중 6위를 달리고 있다. 2004년 결승 진출을 포함해 다섯 차례나 4강을 밟았을 정도로 FA컵에 강했다. 더욱이 올해는 5부리그 링컨시티가 8강에 오르는 등 하부리그 팀들의 돌풍이 거세다.

웬만한 축구 팬들은 ‘밀월’ 하면 훌리건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선수들의 업적보다 훌리건으로 더 유명한 팀이다. 축구장 안팎에서 폭력을 일삼는 과격한 축구 팬을 뜻하는 훌리건은 19세기 말 런던의 불량배 패트릭 훌리건의 성에서 따왔다는 게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유래다. 밀월의 훌리건은 1970~1980년대 들어 여러 조직(firm)이 생겨날 정도로 집단화하기 시작했다. 밀월 훌리건을 소재로 한 BBC 다큐멘터리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밀월 훌리건의 공격성을 보자면 축구 팬보다는 폭력배에 가깝다. 패싸움은 기본이고 경기 중 모조 수류탄을 던져 관중과 경찰을 패닉에 빠뜨린 적도 있다. 그라운드에 난입해 상대 팀 감독을 위협하고 상대 선수와 심판을 폭행하는가 하면 경찰도 때려눕힌다. 1985년 루턴타운과의 FA컵 경기에서 벌어진 2만여 관중의 그라운드 점령 사건, 2002년 수십 명의 경찰에 부상을 입힌 조직적 패싸움 등 영국 축구사의 굵직한 훌리건 사태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밀월이 등장한다.



밀월의 앙숙은 웨스트햄이다. 웨스트햄 또한 악명 높은 훌리건으로 잘 알려진 팀.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지닌 두 팀의 라이벌전은 ‘다커스(Dockers·부두노동자)더비’라 불린다. 과거 템스 강을 따라 인접한 두 동네의 남자들은 대부분 부두노동자였다. 1899-1900시즌 FA컵에서 성사된 첫 맞대결부터 거친 노동자들은 축구장 안팎에서 서로 으르렁댔다. 밀월과 웨스트햄이 만나면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2009년 리그컵 경기에서 훌리건 간 충돌로 밀월 쪽 한 명이 칼에 찔리는 사건도 있었다. 웨스트햄이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라 요즘에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다행일 정도다.

밀월은 같은 런던 연고인 토트넘과도 앙금이 있다. 2001년 8월 시즌을 앞둔 친선전이 난투극으로 변했다. 두 팀의 훌리건들은 경기 종료 10분 전 약속한 듯 경기장을 빠져나가 패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자상을 입었고 30여명의 경찰이 부상당했다. 재미 있는 사실은 요즘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트라이커인 해리 케인이 2011-2012시즌 임대선수 생활을 한 곳이 바로 밀월이라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훌리건 난동의 원인으로 남일 대하듯 하는 밀월 구단의 대응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단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극소수 팬들의 문제”라며 어물쩍 넘어가고 감독은 “훌리건의 폭력성은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훌리건 간 충돌사태에 밀월이 단골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 측이 싸움을 걸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오리발을 내밀기도 한다. 그러나 매번 경찰의 수배자 명단에 오르는 훌리건의 숫자를 보면 밀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레스터시티를 물리친 지난달 FA컵 16강에서도 밀월 훌리건은 경기 후 의자와 병을 던지며 패싸움을 벌였다.

훌리건이 밀월 구단에 입힌 저돌적인 이미지는 확실한 팬층을 낳기도 한다. 덴젤 워싱턴, 게리 올드먼, 대니얼 데이 루이스 등 주로 선 굵은 연기를 펼쳐온 유명 배우들이 밀월의 열성 팬으로 알려졌다. 프로레슬러와 복싱·럭비선수들 중에도 밀월 팬이 많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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