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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로봇세 도입 - 반대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세계는 흔히 증기기관과 기계화의 1차산업혁명,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의 2차산업혁명, 인터넷이 이끄는 정보화의 3차산업혁명에 이어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이끄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4차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500만개이상의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대량실직을 대비해 로봇세를 거둬 사회복지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부과를 하더라도 도대체 누가 세금을 내야 할 지에서부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어쨋든 로봇세 도입 찬성 측에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로봇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도입을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로봇세가 로봇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세수를 부과해도 많지 않으며 과세보다 오히려 로봇기술개발에 집중할 때”라고 주장한다. 양측의 견해를 소개한다.





인공지능(AI)이 내장된 로봇을 소유한 기업이나 로봇 자체에 대해 로봇세(Robot Tax)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거론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로봇이 인간의 일거리를 대체할 것이므로 이를 재원으로 실직자에게 기본소득이라도 지급하자는 뜻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로봇세 도입 주장은 로봇을 개발하는 업체나 인간을 위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첫째, 로봇산업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은 인간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함에 따라 위험한 일,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면 남는 시간에 독서나 여행 등 취미생활을 즐기며 삶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개발도 되지 않은 로봇에 세금을 추가적으로 부과한다면 로봇 개발자에게는 세금 이상의 부담으로 작용해 로봇산업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세금은 곧 비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17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로봇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로봇세 도입 안건을 부결시킨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둘째, 인간과 로봇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세금은 법상 인격이 있는 자만이 납부할 수 있다. 현행 법체계상 자연인과 법인만이 인격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로봇에게도 전자적 인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유럽의회는 로봇에게도 전자적 인격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로봇시민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공상과학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인간에 대든다거나 ‘아이 로봇’의 경우처럼 로봇 3원칙(로봇은 사람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스스로 보호할 권리가 있다)의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인격 부여 차원이 아니라 민법과 형법 등 인간 위주로 구성된 법체계의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제 겨우 엄마 뱃속에 아이가 잉태된 정도인 로봇에게 로봇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은 ‘세금 만능주의(세금으로 모든 세상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적 발상으로밖에 볼 수 없다. 로봇세 부과 문제는 로봇에 대한 법적, 윤리적 문제에 관한 규정 제정 등 여건이 성숙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셋째, 로봇세 세수(稅收)가 생각하는 만큼 많지 않다. 유럽의회의 조사위원인 매디 델보의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로봇이 활동하게 될 주된 분야는 자율자행차, 드론, 산업용 로봇, 간호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이다. 이들 분야에서 로봇과 경쟁하는 인간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할 경우 얼마나 징수할 수 있을까? 현행 소득세법 체계상 연봉 4,000만 원 이하의 근로자(4인 가족 기준)는 소득세 부담이 거의 없다. 기존의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는 로봇 운전자에게 4,0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주는 경우에만 소득세 징수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과연 로봇에게 이 정도의 급여를 주는 게 가능할까. 어렵다고 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 실직하는 인간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에서 로봇세를 거론했다고 하니 다들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정도일 것이다. 로봇세로 실직자의 기본소득 재원마련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로봇세가 아니라 로봇기술 개발에 더 집중할 때다. 로봇은 인간이 만든 첨단기술의 집합체다. 로봇을 구성하는 많은 기술은 특허권 등록 대상이다. 기술 수준으로 볼 때 로봇 관련 기술은 구글이나 MS가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삼성이나 LG가 로봇을 만든다고 해도 그 안의 대부분의 기술이 외국의 것이라면, 우리나라 기업은 막대한 사용료(로열티)를 미국 기업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2011~2015년 5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기업에 지급한 사용료는 약 24조원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푼의 세금도 매기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미조세조약상 한국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는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대로 거둔다면 3조6,000억원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불평등한 조세조약을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로봇세보다는 오히려 로봇에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국부(國富)가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로봇세보다 로봇기술 개발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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