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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롯데 향해 사드반대 시위 벌일 때인가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건양대 교수. 전 통일연구원장




최근 몇 차례 사드 문제를 놓고 세미나에서 중국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어차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 연예인의 출연 금지, 한국상품 불매, 중국인의 한국여행 금지 등 강도를 더해가는 사드 보복에 우울함만 더해갔다. 한국산 자동차에 벽돌이 날아들고 롯데 매점들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국내에서 우리 국민이 롯데마트 앞에서 ‘사드 반대’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까지 접하고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창피스러웠다.

한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사드 반대는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열차와 같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북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국가생존을 도모하는 것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안보주권이며, 미·중이 세력경쟁을 벌이는 신냉전 구도에서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도광양회(韜光養晦)와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넘어 이제 공공연하게 주동작위(主動作爲)와 대국굴기(大國屈起)를 외치는 중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반길 리가 없다.

이렇듯 중국은 사드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드를 운용하는 미국을 의식한다. 한국이 아무리 “방어용”이라고 해봤자 듣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며, 공식적으로는 북핵을 제재하면서도 뒤로는 북한정권의 생존을 지원하는 이중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벌이는 광란의 핵질주를 뻔히 보면서도 이에 대한 방어수단에 불과한 사드를 시비하는 억지를 부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한국은 1년에 군함을 20척씩이나 찍어내는 중국에 맞설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한중 간 비적대 우호관계 유지발전’은 여전히 한국의 중요한 목표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이 때리는 매를 맞으며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두 가지는 명심해야 한다.

첫째, 어떠한 여건에서도 안보주권은 수호해야 한다.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국가생존과 동맹관리에 필수적이라면, 한국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며, 여기에 이설(異說)이 있어서는 안된다.



둘째,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중국이 왜 미국과 담판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비적대국인 한국에게 이토록 고압적이고 무례한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민감성으로 따지면 일본에 배치된 미국의 X-밴드 레이더가 훨씬 더하지만 중국이 이를 문제삼은 적은 없다. 미국이 유럽에 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하면서 러시아가 이를 나토(NATO)의 동진(東進)으로 간주하여 미러 간에도 신냉전이 점화되었지만, 러시아가 미국 군사시설을 수용한 국가들에게 경제제재를 가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중국도 사드가 그토록 싫다면 직접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맞고, 굳이 한국의 안보문제에 간섭하고자 한다면 먼저 북핵을 방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적극적인 핵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순리다.

중국이 이러한 전후맥락을 무시하고 한국을 압박하는 데에는 한국 스스로 자초한 이유들이 많다. 베트남은 1979년 중국이 버릇을 가르치겠다면서 침공하자 총동원령으로 맞섰고, 2011년 도서 영유권과 해상자원 개발권을 둘러싸고 충돌했을 때, 베트남에 거주하던 중국인들이 인근국으로 피신해야 했을 만큼 거센 국민적 저항을 보였다. 오늘날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의 교역상대국이다. 여기에 비하면, 내분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은 중국이 보기에 너무나 만만한 나라일 것이다. 이래 가지고는 중국이 쉽게 압박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한중관계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방법도 아니다.

지금은 사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한국 국민이라면 한 덩어리가 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도 롯데상품 사주기 운동을 벌이기는커녕 롯데를 향해 항의 시위를 벌인다면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정말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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