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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국의 분열, 미국의 분열

손철 뉴욕특파원





“진실은 미국이 어느 때보다 분열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저널리즘의 상징적 매체인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7년 만에 재개한 TV 광고의 첫머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YT를 향해 연신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자 대응 차원에서 나온 이 광고는 “그래서 진실이 어느 때보다 미국에서 중요해졌다”고 끝을 맺는다.

NYT의 지적이 아니라도 미국 사회의 분열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웃사이더’ 열풍을 몰고 왔을 때부터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심해진 빈부격차와 불평등, 정치 기득권층에 대한 엄청난 불신 등이 이유로 꼽혔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분열은 더욱 도드라지는 형국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70여년간 주도해온 자유무역·이민 자유화를 내팽개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임에도 역대 최저수준의 지지율에서 헤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철통 같은 4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미국의 분열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反) 트럼프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고 트럼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설에 탄핵여론까지 고개를 들었지만 트럼프의 잘 계산된 좌충우돌 ‘마이웨이’는 인종주의와 소수자 차별을 자극하면서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수 대 진보의 오랜 갈등이 일방적인 상호 배제에서 급기야 ‘상대편 죽이기’로 확대된 한국 사회의 분열 역시 배경은 다르지만 미국을 능가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과 가계 부채가 계층 분열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어떤 이슈보다 휘발성이 강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온 나라와 국민은 완전히 두 동강 난 모습이다. 탄핵 찬성여론이 약 80%로 반대의 20%를 압도하는 것이 진실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을 만큼 광장은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져 있지만 ‘트럼프의 나라(?)’에서 지낸 경험을 돌아보면 정치적 분열의 선동이 얼마나 쉬우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지 알기에 놀랍지만은 않다.



반 년 가까이 이어진 무정부 상태 속에 한국을 둘러싼 안보·경제 환경은 나날이 불확실성을 키우며 악화했다. 해외 교민들은 종종 “나라가 정말 괜찮은 거냐”는 걱정 섞인 질문도 많이 한다. 하지만 한국은 간단히 무너지지 않는다. 현명한 국민과 저력 있는 기업이 버팀목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한국여행 금지 등 치졸한 보복을 하고, 무능한 외교부는 뒷북 대응으로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할 때 명동의 한 상인은 본지 인터뷰에서 “당장 힘들지만 1년 넘게 갈 수 있다고 보고 새 고객 유치에 힘을 쏟겠다”며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방송·연예 제작자들도 “우리가 언제부터 중국을 쳐다보고 작품을 만들었느냐”며 더 새롭고 강한 한류 만들기에 다시 힘을 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보복 공세를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꿋꿋이 받아내고 있는 롯데를 보면 2000년대 초 마늘 파동과 부실한 외교력이 새삼 떠올라 장한 마음이 든다.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11시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를 판결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갑론을박과 갈등·충돌이 없을 수 있을까. 헌재 판결에 승복과 새 미래를 향한 통합이 중요할 텐데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위기와 주변국의 태도를 냉정히 살피는 것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위협을 증대하는데 중국은 사드 배치만 놓고 한국을 향해 으르렁대고 있다. 과거사를 부정으로 일관하는 일본은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며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즐기는 모습이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이지만 트럼프가 밝혔듯 오직 미국을 우선하며 중국 견제에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 물러서기도 기댈 곳도 찾기 어려운 외부의 어려운 형세가 헌재 판결 이후 원심력이 남발할 난세를 수습하는 구심력이라도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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