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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놀라운 '경영 매직'

전략적 M&A 통한 3대 사업 경쟁력 강화<br>12년 연속 최대 실적 경신 '신화'의 주인공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이 2005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의 3대 축으로 구성된 사업구조를 완성했다. 이후 LG생활건강은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차석용 매직’이라고 표현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LG생활건강은 2016년도 연결 기준 매출이 6조94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4%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8,809억 원으로 전년보다 28.8%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5,792억 원으로 23.1%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등 세 가지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던 시장 상황이었지만 화장품을 중심으로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 부문이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화장품은 매출 3조 1,556억 원, 영업이익 5,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6%, 42.9% 뛰어올랐고 생활용품은 매출 1조 5,945억 원과 영업이익 1,8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4%, 9.1% 성장했다. 음료 사업은 매출 1조3,440억 원, 영업이익 1,1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8%, 7.1% 증가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덕분에 외부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특히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의 프리미엄화에 역량을 집중한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는 LG생활건강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으로 사업이 다각화됐고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도 구축하고 있다”며 “우수한 시장 지위와 안정적 영업구조를 바탕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와 산업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LG생활건강의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로 리스크 최소화
LG생활건강은 2005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놀라운 성장을 이끈 동력원으로 13년째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을 지목한다. 그는 2005년 1월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2011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 당시 LG생활건강의 사업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부문으로 나눠져 있었다. 생활용품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6%로 화장품 사업 부문(32.4%)의 두 배 이상이었다. 또한 화장품 사업은 여름철 매출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차석용 부회장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고민하던 그는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음료 사업부를 새롭게 추가했다. 차 부회장의 과감한 도전으로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화장품·음료의 삼각축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LG생활건강은 각각의 사업부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으로 여름에 약한 화장품 사업과 여름이 성수기인 음료 사업이 서로의 계절 리스크를 상쇄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차 부회장의 결단이 처음부터 박수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차 부회장이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위험한 베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시 코카콜라음료는 적자의 늪에 빠져 언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그뿐 아니라 LG생활건강은 식품사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음료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뚝심으로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밀어붙였다. 코카콜라음료는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흑자로 돌아섰다. ‘차석용 매직’이 시작한 순간이다.

그는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에 이어 2011년 일본 아사히맥주가 보유하고 있던 해태음료를 품에 안았다. 인수 전 연간 400억 원 가량의 적자를 보던 해태음료는 지난 201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업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이전까지 생활용품 제조·판매 중심이던 LG생활건강은 음료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성장세를 지속시켜 나갔다. 2005년 당시 전체 매출의 67% 이상을 차지하던 생활용품 사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27%로 떨어진 반면 음료 사업은 23%를 차지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화장품은 현재 LG생활건강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화장품 사업을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과감한 M&A를 시도했다. 그는 2010년 더페이스샵을 3,889억 원에 인수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당시 주위에서는 무리한 M&A라고 우려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고가와 중고가 화장품만 판매하고 있었는데 차 부회장은 과감히 중저가 브랜드를 추가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나섰다. 이후 차 부회장은 더페이스샵을 국내 1위 화장품 브랜드숍으로 키우며 해외 진출 발판을 다졌다.

차 부회장은 화장품 관련 기업 인수를 확대해 나갔다. 2012년 색조 화장품 강화를 위한 전략 사업으로 바이올렛드림(옛 보브)을 인수한 데 이어 2014년 CNP코스메틱스를 품에 안았다. 사업구조를 다변화한 LG생활건강은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2005년 당시 매출액 9,678억 원, 영업이익 704억 원, 당기순이익 719억 원이었던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 취임 후 12년 만에 매출액 6배, 영업이익 12배, 당기순이익은 8배가 증가했다.

[위] 아기전문 브랜드 ‘베비언스’. [아래] 미국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크 시스템즈의 헤어케어 제품들.


인수합병 프로젝트 모두 성공시켜
차석용 부회장이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려 나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최종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는 ‘마케팅’이었다. 차 부회장은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마케팅이란 차별화되고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라며 “그 핵심 요소는 ‘창의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차 부회장은 ‘나를 따르라’가 아닌, ‘내가 도와주겠다’는 경영 방식을 실행하고 있다. 차 부회장의 집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알려졌다. 임원이나 팀장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필요하면 거리낌 없이 들어가 차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LG생활건강 부회장실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LG생활건강의 고유한 기업문화로 정착된 ‘정시퇴근제’와 ‘유연근무제’ 역시 직원들의 창의력을 일깨워 주기 위한 일환으로 꼽힌다.

차 부회장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그는 1984년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위] 애완용품 브랜드 ‘오스시리우스’ 제품들.


1985년 미국 생활용품 회사 P&G에 입사한 그는 1994년 필리핀 P&G 이사가 됐다. 1996년 P&G 아시아본부 종이제품 수석재무담당에 올랐고 이듬해 아시아본부 템폰사업본부 사장에 임명됐다. 1997년 한국P&G가 쌍용제지를 인수하자 그는 1998년 쌍용제지 사장을 맡았다. 이어 1999년 P&G 한국총괄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쌍용제지와 한국P&G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했다. 한국P&G 대표로서 유아용품, 여성위생용품, 식음료 등 6개 사업분야를 총괄했다.

차 부회장이 국내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건 2001년 10월 해태제과 사장에 영입되고 나서다. 해태제과는 1997년 부도가 난 후 외국의 투자 컨소시엄에 인수된 상태였는데, 차석용 부회장이 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회사가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그는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됐다. LG그룹에서 외부 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만큼 차석용 부회장의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석용 부회장에게는 늘 ‘M&A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가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시도한 M&A는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 부회장은 전략적인 M&A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는 M&A 때마다 수천 쪽에 달하는 서류를 챙겨가며 실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의 전문성과 꼼꼼함이 M&A 불패 신화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2011년 12월에는 LG그룹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 중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라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해 해외 시장 확대
LG생활건강은 최근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화장품 사업부가 매출 비중 50%를 돌파하는 등 핵심 사업부로 성장했지만 다시 생활용품 사업에 힘을 실어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춰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이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 온 것은 맞다”며 “하지만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중국과의 정치·외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불안전성도 있기 때문에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 사업 부문에 다시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부의 폭발적인 성장이 반갑긴 하지만, 이는 차석용 부회장이 애초에 구상했던 사업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에 합류한 후 생활용품·화장품·음료 사업부의 매출이 각각 1대 1대 1로 이뤄지는 사업구조를 목표로 했다. 이는 차 부회장의 전 직장인 P&G의 사업구조와 유사하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에서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2위지만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주요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치약 41.2%, 섬유유연제 38.9%, 샴푸·린스 35.7%, 세탁세제 34.4%, 비누 32.6%, 칫솔 27.2%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생활용품의 경우 국내에서 오래전부터 선두자리를 지키며 매년 성장했지만 화장품의 가파른 성장세에 가려져 왔다”며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하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신규 시장 개척 및 판로 확대를 함으로써 생활용품 사업 성장에 속도를 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의 음료 브랜드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2월 존슨앤존슨의 구강 케어 브랜드 ‘리치’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리치는 칫솔과 치실, 구강청결제 등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일본에서는 치실 분야 1위 브랜드로 시장점유율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강관리 관련 상표권 및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기존 진출 지역에서 구강 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헤어케어 전문기업 ‘파루크 시스템즈’와 합작해 ‘LG 파루크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LG생활건강은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서 생활용품 사업을 집중 전개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동, 미주,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리치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업 인수와 미국 파루크와의 합작법인 설립은 생활용품 사업의 프리미엄화와 해외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지난해 ‘오스시리우스’를 론칭하며 애완용품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아기 전문 브랜드 ‘베비언스’는 이유식, 유아용 간식 등 먹거리 제품군을 확대해 영·유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창립 70주년(1947년 설립된 락희화학공업사가 모태)을 맞았다. 차석용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창립 7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를 맞아 100년을 넘어 눈부시게 빛나는 기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며 “벽을 마주하거든 포기하지 말고 뚫고 나갈 문을 만든다는 각오로 새로운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하자”고 말했다.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기존 사업을 돌아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차 부회장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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