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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탄핵-원로 제언] 하나 되면 희망이 있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고신대 석좌교수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하기로 결정했다. 탄핵을 반대했던 시민들이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그동안 대통령 측도 헌재의 심의에 참여한 것은 헌재의 권위를 인정했음을 뜻하고 따라서 전원일치로 내려진 헌재의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경기에 참가해 열심히 뛰어놓고는 경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비신사적이고 불공정하다. 울분을 참고 잊어야 하며 이제는 미래로 눈을 돌려야 한다. 곧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하고 그 후보의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이다. 만약 탄핵에 불복해 사회가 분열되면 그동안 그렇게 강조했던 안보도 큰 위협을 당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전략은 ‘분리시키라 그리고 파멸시키라(divide and destroy)’이고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통치할 때 주로 사용한 정책도 ‘분열시키라 그리고 지배하라(divide and rule)’였다. 애국자 안창호 선생도 “우리가 일본에 수모를 당하는 것은 우리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고, 우리에게 힘이 없는 것은 단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한말 조정이 친청파·친로파·친일파로 사분오열됐기 때문에 나라를 빼앗겨 35년간 온갖 수치를 다 당했다. 반면 가난한 베트콩은 단결했기 때문에 낡은 무기로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인 미국을 축출할 수 있었다. 단결하지 못하는 약점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갈등을 겪고 있고 그 때문에 240조원 이상을 낭비하고 있다. 지금 북한·중국·일본·미국 등 우리 주위의 나라들과는 무력으로, 경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으로 갈라져서 서로 물고 뜯으면 그들 자신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다 희생되고 만다.



갈등만 어느 정도 봉합되면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탄핵 찬반 시위 참가자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았던 것은 공익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며 그것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특징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그리고 그렇게 격앙돼 시위했는데도 폭력충돌을 전혀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자제력과 준법성은 전 세계가 탄복할 정도였다. 그것은 헌재의 권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더불어 우리 사회에 법치가 자리 잡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번 탄핵은 무엇보다도 권력부패에 대한 처벌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탄핵은 투명성지수가 세계에서 52위인 부끄러운 상황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모든 힘은 부패하고 절대적인 힘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액턴의 경구는 이번 사건에도 다시 증명되었다.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지금의 헌법을 그대로 두면 이런 비극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그러므로 부패와 부패로 인한 사회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헌법을 바꿔야 한다. 다음 선거 전에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면 적어도 2년 내에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다음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건강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발전하느냐, 아니면 이 자리에 주저앉아 북한의 위협, 중국의 무시, 일본의 경멸에 시달려야 하느냐는 요 며칠 안에 판가름날 것이다. 태극기 쪽이 어느 정도 분노의 감정을 억제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태도를 바꾸는가가 결정적 요인이다. 촛불 쪽은 부디 좀 조용해져서 다른 쪽을 자극하지 말기 바란다. 승리에 도취해 경거망동하는 것은 탄핵 불복 못지않게 해를 끼친다. 우리는 어차피 같은 배를 타고 가야 하고 같은 리듬으로 함께 노를 저어야 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분열을 조장하는 자는 이완용과 같은 매국노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런 인식에 근거해 다음 대통령도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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