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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임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도전 과제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재무 건전성 회복<br>'위대한 포스코' 비전 달성 박차 가할 듯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포스코의 경쟁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 회장에 다시 선임된 건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임기 2기째를 맞는 권 회장이 만들어갈 포스코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리튬 생산 공장을 방문한 권오준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취임 당시 제시했던 ‘위대한 포스코’라는 비전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포스코는 올해 1월 25일 열린 이사회에서 CEO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로부터 권 회장이 차기 CEO 후보로 적합하다는 자격심사 검토 결과를 보고받았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혔고,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후추위가 그동안 강도 높은 심사를 진행했다.

후추위는 권 회장이 취임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철강사업 본원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에도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권 회장 취임 전년인 2013년 2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 6,000억 원으로 1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7.3%에서 10.8%로 늘어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당초 권 회장은 경영 성과만 놓고 봤을 때 연임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의혹에 연루되며 연임 전망이 어두워졌다. 이에 대해 후추위는 권 회장의 해명과 함께 포스코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각종 의혹들이 근거가 없거나 회장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다. 외부 법률 전문가 자문 절차도 거쳤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3월1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회장으로 재선임되면 본격적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사실상 포스코 회장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이지만 걸림돌이 남아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특검)의 칼날이 여전히 권 회장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일단 수사 상황을 기다려 봐야 한다. 만에 하나 특검 수사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주주총회에서 권 회장 재선임이 거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스테인리스강. 우수한 내식성을 갖춰 공업지역이나 해안지역의 외장재로 적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는 제품이다.


어려운 경영 환경 극복한 공로 인정
포스코는 지난 3년간의 업적을 인정해 권 회장에게 다시 한 번 회사의 운명을 맡겼다. 2014년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포스코는 현재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한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장과 기술총괄 사장(CTO·Chief Technology Officer)을 거쳐 포스코 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회장 취임 초기 ‘연구소 출신이 대기업 경영을 잘할 수 있겠나’, ‘제철소 등 현장 경험이 적다’ 등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 또 회장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전임 회장이 벌여놓은 사업 다각화 후유증을 해소하는 등 골치 아픈 시절을 보내야 했다. 당시 회사 상황도 좋지 않았다. 취임 1년 차 때엔 순이익이 1조 원을 넘지 못했고 이듬해엔 포스코 창업 47년 만에 첫 순손실(당기순이익 962억 원 적자)을 낸 회장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철강사업 본원 경쟁력 강화’,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육성’, ‘사업구조 효율화와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조직과 제도·프로세스·기업문화 등 경영 인프라 쇄신’ 등 4대 혁신 어젠다를 내세우며 우직하게 본인의 의지대로 밀고 나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재무구조 개선과 계열사·자산 구조조정 성과다. 권 회장은 구조조정 목표를 149건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자회사 매각 등 126건을 완료했다. 이로 인해 누적 재무개선 효과만 5조8,000억 원에 달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덕분에 포스코의 재무 건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순차입금을 7조1,000억 원 가까이 줄였고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74%로 뚝 떨어졌다. 특히 포스코의 개별 기준 부채비율은 17.4%로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결 기준 차입금 역시 전년 대비 2조5,152억 원이 감소했다.

구조조정으로 빚만 줄인 게 아니다. 철강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몰두해 본원 경쟁력, 즉 철강제품으로 돈 버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른바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이 그 선봉에 서 있다. WP 제품이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거나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제품, 고객 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이 모두 높은 제품을 통틀어 일컫는다. 권 회장은 일반 제품에 비해 이익률이 10% 가량 높고 덤핑 공세를 벌이는 여타 업계와 격차를 벌리는 데 WP 제품만 한 게 없다고 보고 일찌감치 이들 제품 개발과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WP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6만3,000톤이 늘어난 1,597만3,000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판매를 달성했다. 이로써 포스코의 WP 제품 판매 비중은 47.3%가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상황이 어려웠지만 포스코는 WP 제품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 활동으로 1조 원, 비용 절감으로 4,000억 원 등 내부 수익 창출 활동만으로 1조4,000억 원을 확보함으로써 2015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4,000억 원 이상 늘었다”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0.8%까지 올라 2011년 이후 5년 만에 연간 기준 두 자릿수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포스코는 올해 WP 제품의 매출 비중을 47.3%에서 52%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의 국제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됐다. 3대 국제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월 16일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S&P는 포스코가 향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경쟁업체보다 훨씬 높은 매출 대비 20%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포스코의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운영 효율이 향상되었으며 철강 제품 공급과잉이 완화된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S&P는 포스코 재무 위험도에 대한 평가도 ‘상당한’에서 ‘보통’ 수준으로 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국제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최근 몇 년 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증가 등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오른쪽)이 포스코ESM 양극재 공장을방문해 작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리튬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서 성과
포스코 안팎에선 권 회장이 임기 2기째를 맞아 보폭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권 회장은 올해 2월 초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살펴보면 포스코 중장기 성장을 위한 권 회장의 경영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인사는 소폭에 그쳤다. 조직 안정을 위해 대부분의 사장단을 유임했다. 대신 권 회장은 철강부문장(COO·Chief Operating Officer)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오인환 사장을 앉혔다. 오인환 사장은 기존 철강사업, 철강생산, 기술투자, 경영지원 등 4개 본부를 총괄해 철강사업 중심의 포스코 운영을 책임진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지난 3년 동안 눈에 띄게 성과를 낸 철강부문은 책임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본인은 신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포스코는 올해 투자비를 3조5,000억 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2조5,000억 원에 비해 1조 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 가운데 4,000억 원은 리튬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추진에 투입된다.

최근 권 회장은 사업 현장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사업 현안을 챙기고 있다”며 “근래 들어 경영 현안 챙기기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현장이 근본’이라는 권 회장의 평소 경영철학과도 무관치 않다”며 “연임 결정 이후 비철강 사업 부문을 키우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 글로벌 R&D센터에 전시된 전기자동차용 철강 차체 모습.


권 회장은 지난 2월 7일 전남 광양제철소 리튬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포스코는 독자 기술 개발 7년 만에 국내 처음으로 리튬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연간 2,500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한다. 이는 노트북용 배터리 7,0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리튬 상업 생산은 포스코가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노트북, 스마트폰, 전기차 등의 확산으로 리튬이온 2차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리튬을 전량 수입해왔다. 시장조사 업체 맥쿼리 리서치는 전 세계 배터리용 리튬 수요가 2015년 6만6,000톤에서 2025년 18만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2월 10일에는 경북 구미에 위치한 포스코ESM(Energy Storage Materials)의 양극재 공장을 방문했다. 포스코ESM은 광양제철소 리튬 생산공장에서 생산한 리튬을 받아 2차전지용 양극재를 생산한다. 양극재는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소재로 2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포스코가 연간 2,500톤 규모의 리튬 공장을 준공해 올해부터 이 시장에 가세하면 철강재 못지않은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측이다.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의 비철강사업 부문 중 하나인 경량소재 사업에도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 1월 자작(自作) 자동차대회 출전 대학생들을 초청해 마그네슘 성형과 용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포스코 자동차 강판과 더불어 차량 경량화에 탁월한 기능을 가진 마그네슘 강판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인공들에게 포스코 마그네슘 소재의 우수성과 가공성을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세계 무역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철강 제품 공급과잉 문제도 완전히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철강업계 구조조정 소식은 권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호재다. 지난해 중국은 가동하지 않는 설비들을 폐쇄하고 비규격 철강 제품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시행해 공급과잉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될 경우 포스코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포스코에서 ‘시즌 2’를 맞게 된 권 회장이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포스코가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변신했다지만 여전히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초 후추위도 권 회장에게 후계자 육성과 경영자 훈련 프로세스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성과를 인정받은 만큼 권 회장이 앞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위대한 포스코’는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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