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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갓세븐 박진영, “연기돌이요? 열심히 달리고 있는 신인 배우입니다”

박진영은 천상 배우이자 가수였다.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아이돌 그룹 GOT7(갓세븐) 멤버로 활동 중인 박진영이 영화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멤버 JB, 마크, 잭슨, 영재, 뱀뱀, 유겸이 “영화 배우, 박 배우님”이라고 부를 때만 살며시 못들은 척 한다고 말하는 박진영은 “연기 생활을 즐겁고 길게~” 내다보고 있었다.

배우 박진영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아이돌이 배우 활동을 겸할 때면 부르는 ‘연기돌’이란 소개에 진영은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신인 배우일 뿐이다.”고 겸손함을 내비쳤다.

“제 소개요? 흔히 ‘연기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전 가수로 활동 할 땐 아이돌이지만 정확한 명칭은 가수이자 보이밴드 갓세븐의 멤버입니다. 물론 누군가의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아이돌로 불리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저에게 아이돌은 배우 선배님이 될 수 있구요.

그렇게 가수활동을 할 땐 가수 이고, 배우로 활동 할 땐 신인 배우로서 열심히 달려가고 싶은, 정말 열심히 하고 싶은 배우입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을지로 카페에서 만난 박진영의 인터뷰는 답답한 속을 뚫어줄 정도로 시원했다. 귀 기울여 경청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은 배우 본연의 올바른 가치관과 위트 있는 입담에 있었다. ‘진국 배우’를 만나는 날은 인터뷰 현장도, 인터뷰 글을 정리하는 작업도 행복해지기 마련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조재민 감독의 영화 ‘눈발’로 주목받는 신인 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박진영은 연기의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연기를 즐기는 자를 누가 이길 수 있을까. 연기 천재가 아닐까 싶었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요. 연기란 것을 했을 때 ‘힘들다’ 보단 신기한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와요. 분명히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자책을 하거나 실력에 대한 고민은 있어야겠지만, 이걸 하니까 힘들어요. 그런 건 없어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기자님들도 (업무적으로)글 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당연히 있겠지만 매번 ‘하기 싫다거나 두렵다’는 스트레스는 안 받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좋아서 하는 일인데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잖아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아닐까 싶어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취재진이 공감의 눈빛과 제스처를 보이자, 귀여운 사과 멘트가 이어졌다. “죄송합니다. 오지랖이 넓어서(웃음)”

박진영이 출연한 영화 ‘눈발’ 은 누군가의 고통을 방관했던 죄책감에서 출발한 영화이다. 한번쯤 느껴봤을 상처와 죄책감의 기억을 건드리며, 스스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눈발’은 개봉 첫 주말에 누적 관객 수 1만 명을 돌파했다. 상업영화, 다양성영화를 막론하고 모두 200개 이상의 스크린 수를 확보한 영화들이 개봉한 극장가에서 60여개의 소규모 스크린 수로 일궈낸 1만 관객이기에 ‘눈발’의 성과는 남다르다.

눈이 내리지 않는 시골 마을로 이사 온 이방인 소년 민식(박진영 분)은,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 때문에 왕따를 넘어 마녀사냥을 당하는 소녀 예주(지우 분)를 만난다. 모두가 예주의 고통을 방관하고 집단적 폭력에 동참할 때, 민식만은 연민의 손을 내민다. 하지만 민식은 마지막까지 예주의 손을 잡아주진 못한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이해가 안 됐어요. 민식이가 예주를 도와주기도 했다가, 도망치기도 하잖아요. 이 친구를 분석하기 어려웠어요. 외부에서 봤을 땐 ‘방관자’라고 할 수 있는데, 민식을 연기하는 저는 그 친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작업을 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바라보니 아주 평범한 친구가 위험하고 극적인 상황에 놓여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영웅처럼 앞에 나서서 어떤 행동을 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이 갔어요.”

배우 박진영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배우 박진영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배우 박진영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그럼에도 민식의 행동이 벼랑 끝에 몰린 친구에게 희망의 빛을 잠시 보여주다, 다시 한번 암흑 속으로 안내한 듯 해 마음이 편치 않다. 진영의 아버지 역시 ‘네가 잘못했다’ 란 한마디 평을 남길 정도.

“아버지께서 우울한 영화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신데, 제가 나온 영화를 보시고선 “네가 잘못했다”고 말 하셨어요. 방관자적인 태도가 되게 잘못된 걸 알기 때문에 저 역시 ‘죄송합니다’고 답했어요. 아무래도 친구를 비극적인 상황에 놔두고 아들이 도망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힘드셨던 것 같아요. “

정의감이 강한 경상도 사나이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은 진영은 “저 같으면 돌이라도 하나 들고 위협이라고 했을텐데, 저보다도 더 겁이 많은 민식이라면 덜컥 겁이 나서 뒷걸음질을 쳤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속에선 예주와 민식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염소가 등장한다. 진영이 해석한 ‘염소’는 예주 그 자체 이상이었다. “예주와 염소가 비슷해 눈길을 주고 애착을 느껴요. 염소가 바닥에 홀로 떨어져 위로 나오지 못하고 있듯, 예주가 온전한 제 위치에 있지 못했던 것과 통하는 게 있어요.”



가장 문제적인 장면은 염소즙을 파는 염소 아저씨가 등장해 인간으로서는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르는 장면이다. 이는 곧 예주와 민식의 얼굴에서 곧 웃음과 희망을 빼앗아 가게 된다. 그 장면 속에 있던 배우 역시 결코 쉽지 않았을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정말 힘이 들었어요.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그 장면을 목격을 하는 건데... 민식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선 실제로 봐야 하는 거라 현장에서 찍는 걸 봤어요. 또 모니터로도 보는 것 만으로도 힘들었어요. 정말 지금 (극장에서) 다시 봐도 너무 힘들어요.”

민식은 목사의 아들로 등장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인 예주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목사로서의 본질보다는 교회의 이미지를 더 중요시 여기는 인물이다. 이에 진영 역시 “아들의 친구에게 ‘기본은 돼야지’라며 기본을 따지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진 것에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을 보듬어주는 게 목사님인데, 아들의 친구를 보고 아버지 이름부터 물어봐요. 그 뒤엔 ‘교회 이미지를 생각해라. 기본이라도 있어야지’ 란 말을 해요. 친구에게 기본을 따지는 건 뭘까요? 부조리한 어른들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해요. ”

하나 하나 명확하게 잘못된 점을 언급하는 모습에서 ‘바른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자, 다시 그의 유쾌한 멘트가 날라왔다. “바른 청년은 아니고, 사실 글로 배웠어요. 슬기로운 생활이랑 윤리 시간을 좋아했어요.”

‘눈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지우 배우와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연기 선배인 지우 선배의 대본을 보며 엄청난 노력에 많이 배운 것은 물론, 핫팩 나눔 일화도 들려준 것.

“지우씨 대본을 봤는데, 빽빽하게 메모를 써놨어요. 전 대본을 받고 따로 출력을 뽑아서 거기에다 분석한 걸 써놓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대본엔 안 썼어요. 그런데 지우씨 대본은 너덜 너덜 할 정도로 다 줄이 그어져있었어요. 형광펜 흔적도 어마 어마 하던걸요. 아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많이 배웠어요.”

“쑥팩 나눔도 잊을 수 없어요. 경험이란 게 역시 중요해요. 지우씬 쑥팩을 잘 들고 다녔어요. 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핫팩을 가지고 갔는데, 현장이 너무 추우니 금방 열기가 없어지거든요. 그런데 지우씬 약국에서 쑥팩을 구비해왔더라구요. 엄청 뜨근 뜨근해요. 지우씨가 현장에서 핫팩 나눔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나눠 썼어요. 쑥팩이 되게 많으시더라구요. 추울 땐 핫팩이 아닌 쑥팩을 쓰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좋은 경험이 됐어요.”

사진=무브먼트 MOVement


/사진=JYP


사진=무브먼트 MOVement


2012년 남성듀오 JJ Project에서 주니어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 2014년 갓세븐으로 정식 데뷔한 진영은 데뷔 초부터 가수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해 왔다.

2012년 방송된 KBS2 ‘드림하이2’로 연기를 시작한 진영은 이후 2013년 방송된 MBC ‘남자가 사랑할 때’, 2015년 방송된 JTBC ‘사랑하는 은동아’ 등을 통해 차근 차근 배우의 내공을 쌓아왔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이민호의 아역으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만났다.

“첫 스타트한 ‘드림하이’가 연기자로서 불씨를 지폈다면, ‘사랑하는 은동아’ 가 불씨가 계속 탈 수 있는 지푸라기를 깔아줬어요. ‘눈발’은 연기의 재미를 알게 해줬구요.”

진영의 마음 속에선 용광로처럼 천천히 끓어오르는 열정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인생의 희노애락을 극적으로 표출 할 수 있는 점은 그를 더욱 연기의 재미에 빠져들게 했다.

“많이 살지는 못했지만, 살다보면 너무 힘이 들어 인상만 쓰고 있거나, 힘들어도 웃어야 할 때가 있어요. 속 마음을 표출을 못하는거죠. 그런데 연기는 달라요. 사람의 인생을 한 시간 혹은 두 시간 안에 함축해서 보여줘야 해 극적인 상황을 모아서 보여주는 경향이 커요. 극적으로 화내고 울고 웃으면서, 감정을 표출해요. 그걸 직접 하면서 제 안에 쌓여있는 것들이 해소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영웅을 보면서 통쾌해 하듯이요.

KBS 드라마 ‘김과장’ 속 2PM 준호 형이 저런 모습이 있구나. 놀라면서 봤어요. 너무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보면서 ‘우리 선배님도 잘하는데 나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1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느낀 진영은, 20대 아이돌 가수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올바른 심미안을 갖춘 배우 겸 가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여운이 강했다. ‘눈발’ 이후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저를 보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고 하시던데요. 잔잔한 느낌이랄까. ‘왜 저래?’ 이러지도 않고, 듣기 편한 노래와 평범한 외모가 장점 아닐까요. 요새 아이돌 보면 얼굴도 너무 잘 생기고, 키가 어마 어마해요. ‘아 크다’ 이러면서 항상 올려다보고 있어요. 깔창은 안한다고 자신 했는데 어느 순간 자존심 따위는 버리게 되던걸요. (웃음)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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