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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탄핵사태, 선비정신 회복의 계기로 삼자

김진수 선비리더십 아카데미 회장·전 현대차 부사장

김진수 선비리더십 아카데미 회장·전 현대차 부사장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탄핵, 파면사태가 발생했다.

탄핵사건에 대한 헌재 선고장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위 선고문의 결론은 헌법수호 차원에서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헌법수호는 헌법적 가치관을 수호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 득표(51.6%)를 한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희망찬 기대는 하루아침에 실망과 좌절로 추락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집기도 한다”라는 경전의 말이 실감 나는 현실이다. 물은 국민이고 배는 지도자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 개인에 국한된 탄핵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지도자 전원에게 내려진 탄핵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나라에 ‘나는 헌법적 가치관을 수호하고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킨 정치인’이라고 스스로 양심에 손을 얹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국민의 시선으로 보면 많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판결을 정치권 전체에 대한 탄핵판결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평생을 민주주의 연구로 보낸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시민이, 스스로 뽑은 통치자를 해고할 수 있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자유 민주체제 수립 이후 우리나라는 대규모 시민저항운동이 정치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60년 4.19 민주화 학생운동, 1980년 봄 민주화 시민운동, 1987년 6월 민주화 시민항쟁운동이 정변을 동반했고, 자유민주화로 변화를 가져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아무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패거리 소모전만 하고 있었지만, 촛불집회라는 대규모 시민저항운동이 일어난 뒤에, 비로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만 보아도 시민의 힘이 ‘배를 뒤집은데’ 결정적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사태에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라는 상반된 시민집회가 3개월이나 계속됐다. 두 집회의 공통점은 헌법수호와 법치주의확립이라는 자유민주가치관과 공정성을 외쳤다는 데 있다. 다만 관점과 시각에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관점과 시각이 다르면 목표와 과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헌법수호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서로 포용하고 합심해야 할 때다. 누가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되든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망루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선비정신이 나라의 위기를 구해왔다. 선비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집(仁:사랑)에 살고, 세상에서 가장 옳은 자리(正:예의)에 서며, 세상에서 가장 큰 길(義:정의)을 걷는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길을 걷기 위해서는 연대를 해서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사회공동체를 건강하고 온전하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요구하는 것은 정치지도자와 고위관료의 도덕성 제고다.

도덕이 전제되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사회를 건설할 수 없고 진정한 시장경제도 이룰 수 없다. 도덕실천은 우리의 삶과 우리 사회를 존립하게 하는 중추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치권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도덕실천의 새로운 각성으로 무장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를 선비정신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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