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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Story] 추나요법 건보 적용 이끌어내..."청춘 바친 과업 이뤄 감개무량"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대학 동료들과 고전 훑고 전국 돌며 척추질환 비수술 요법 연구

통증완화 효과 과학적 입증...'추나요법은 의료행위' 인정 받아

의료진 재교육·노하우 공유로 의료서비스 개선·환자 부담 덜어

해외 특강·국제진료센터 등 통해 '한의학 글로벌화'도 힘쓸 것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권욱기자




“자생의료재단 산하 19개 자생한방병원·한의원 의료진은 주 2회 1시간씩 화상으로, 매달 넷째 주 일요일에는 본원인 강남 자생한방병원에서 교육도 받고 노하우를 주고받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표준화된 고품질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표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화를 거듭한다고 믿습니다.”

신준식(64·사진)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은 무엇보다 한의학의 표준화·과학화를 강조한다. 자생한방병원 자체의 표준화를 넘어 한의계 전체의 노력을 주문한다. 안전성·유효성(효과)은 기본이고 한의사들이 진료 표준으로 활용해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지고 이는 곧 소비자의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장점이 많지만 표준화 정도가 미흡해 한의사마다 치료법이 다르거나 수치·영상 등 객관적 검사 결과보다 감(感)으로 환자 상태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행이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신 이사장의 판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의사의 의료행위 중 건강보험 적용 비율은 4%에 그친다.

하지만 비방을 중시해온 한의계에서 표준화와 건강보험 적용은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다. 신 이사장은 명맥이 끊겨가던 수기(手技)요법인 추나요법을 발굴하고 현대화·표준화해 건강보험 궤도에 올려놓았다.

밀 ‘추(推)’, 당길 ‘나(拿)’라는 한자어에서 알 수 있듯이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으로 밀고 당겨 잘못된 자세나 교통사고 등으로 어긋나거나 비틀린 관절·근육·인대 등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해준다. 이를 통해 자세와 체형을 교정하고 염증·통증을 줄여주는 한방 물리치료법이다. 지금은 12개 한의대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추나의학·한방재활의학·근골격학 등의 교과목으로 추나요법을 가르치고 있다. 침술·약물요법 등과 결합해 허리·목이 뻐근하고 뜨끔뜨끔 아프거나 퇴행성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으로 통증이 심한 경우 등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

시작은 초라했다. 신 이사장은 경희대 한의학과에 다니던 지난 1980년대 동료들과 자생의학회를 만들어 척추질환 등 치료에 도움이 되는 수기요법을 연구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한의학 고전을 샅샅이 뒤지고 전국을 돌며 수기요법의 달인들을 찾아다녔다.

1988년 한의원을 연 그는 1991년 대한추나학회(현 대한척추신경추나의학회)를 설립하고 카이로프랙틱(미국), 튜나요법(중국), 정골요법(일본)의 장점을 접목한 추나요법을 만들어냈다. 1994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추나요법은 의료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이후 국내외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로 통증완화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쾌거도 달성했다.

척추질환을 비수술 요법으로 잘 치료한다는 입소문에 한의원은 일 평균 진료 환자가 150명에 이를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거동 못하는 환자들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환자들의 부탁에 1999년 서울 신사동에 한 동짜리 자생한방병원을 열었고 이는 이후 4개 동으로 늘었다. 2013년 사재 617억원과 병원 자산 등을 합한 653억원을 출연해 국내 최대 한방 의료법인으로 재출발한 자생의료재단은 현재 서울(강남), 성남(분당), 부천, 대전, 대구, 울산, 창원, 광주, 부산(해운대) 등지에 19개 자생한방병원·한의원을 아우르고 있다.

학회 산하 ‘추나의학아카데미’를 통해 126시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필기·실기시험을 통과한 정회원 3,500여명을 배출하는 등 한의사 재교육을 실시해 저변도 넓혔다. 월 2회 추나 치료사례를 발표·토론하며 회원들과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달 중순 15개 한방병원과 50개 한의원에 근골격계 질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신 이사장의 숙원이던 건강보험 적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비스 가격은 단순추나·전문추나(관절교정)·특수추나(탈구) 등 3단계 난이도와 4개 신체부위(두경부, 흉·요추부, 상지부, 골반·하지부) 중 몇 개 부위에 실시하는지에 따라 1만6,000~6만4,000원으로 책정됐다. 환자는 이 가격의 40%(한방병원) 또는 30%(한의원)만 부담하면 된다.

20년간 붙박이 학회장으로 일하며 건강보험 적용에 온 힘을 기울인 신 이사장은 “청춘을 바쳤던 평생 과업 중 하나가 달성돼 감개무량하다”며 “다른 한의학 의술들의 과학화·표준화와 건강보험 적용의 촉매제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의학의 글로벌화에도 열심이다. 틈틈이 해외 학회나 의대에서 특강을 하고 방송에도 출연한다. 급성 허리 디스크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환자들, 몸이 한쪽으로 틀어져 심각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동작침법·추나요법으로 치료하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 의대가 2002년 추나요법을 선택과목으로 채택했고 미국정골의학협회(AOA)가 2015년 추나요법과 동작침법 등 한방치료법을 회원 보수교육 과목으로 인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작침법은 약침·일반침으로 엉덩이 쪽 근육을 풀어준 뒤 목 뒤와 팔꿈치·발 쪽 5~7곳에 침을 놓아 걷거나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응급치료법이다. 이후 각종 침과 추나요법 등으로 본격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탁월한 치료효과에 힘입어 2006년 8월 문을 연 자생한방병원 국제진료센터에는 지난해까지 총 1만6,300여명의 외국인 초진 환자들이 다녀갔다. 출신국도 미국·러시아·몽골·일본·독일·카자흐스탄 등 70여개국에 이른다.

자생한방병원은 오는 9월 강남구 논현역(지하철 7호선) 인근 새 둥지로 이전한다. 의료시설의 연면적과 입원병상이 지금의 1.4배로 늘어나고 접근성도 좋아진다. 지금의 신사동 본원은 압구정역(3호선)과 제법 떨어져 있는데다 입원·외래병동 사이에 폭 4m쯤 되는 이면도로가 있어 환자들에게 불편·위험요인이었다. 의료시설이 당초 1개 동에서 4개 동(연면적 8,965㎡)으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다. 외국인 환자 진료공간이 넓어지고 전용 접수·수납창구도 생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신준식 명예이사장은

△1952년 충남 당진 △경희대 한의대(박사)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자생한방병원장 △자생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척추신경추나의학회 회장 △2006년 국민훈장 동백장 △2015년 국민훈장 모란장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현)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현) △대한척추신경추나의학회 명예회장(현) △2011~ 미국 미시간주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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