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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女와 비혼주의 男의 연애? 잘될수가 없죠"

가치관 기반 온라인 데이트 2ulip

김윤혜·김윤형 공동대표 인터뷰

"경쟁상대는 친구가 해주는 소개팅"

화이트데이가 코앞이다. 옆구리가 허전한 솔로들은 모두 그리고 나이가 많은 솔로는 모두 연애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좋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들 한다. 눈이 높아져서라기 보다 가치관이 확고해지기 때문이란다. 이같은 2030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키워드로 ‘조금 특별한 소개팅’을 들고 나온 부부를 지난 12일 인터뷰했다. /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 ‘아, 이 사람 내 운명인 것 같아’

1년간의 열렬한 연애 끝에 여자는 확신한다. 좋아하는 음식, 음악 취향, 영화 장르까지 어느 하나 삐걱댄 게 없었으니까. 완벽하게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짝’을 만난 여자는 이제 ‘다음 단계’를 꿈꾼다. 좀 더 진지한 관계, 그러니까 결혼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 여자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왜 프러포즈를 하지 않는 거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여자가 “나랑 결혼 안 할 거야”고 묻자 남자의 대답.

“나 비혼주의자야. 앞으로도 너랑 연애만 하고 싶어”

여자는 이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이 남자도 내 짝이 아니었네. 또 시간 낭비했다’

서로에게 맞춰가는 게 연애라지만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이를테면 결혼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 연인의 이성 친구는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등 가치관의 차이와 관련된 문제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알 길이 없고 관계가 무르익기 전까지는 고민하지 않지만 특정 시점이 되면 피해 갈 수 없는 질문들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던져질 질문, 먼저 던지자. 애초에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이라면 시간 낭비했다며 후회하는 일은 줄어들 테고 그게 현명한 연애의 시작일 테니까.’ 가치관 기반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2ulip(튤립)’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015년 5월 설립된 2ulip(튤립)은 얼굴·키·나이·직장 등 소위 스펙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온라인 소개팅 업체다.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신념 등을 파악해 잘 맞을 것 같은 이상형을 소개해 준다. 두 사람 모두 ‘대화’를 수락하면 사진·키·직업·학교 등의 정보가 공개된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온라인 소개팅을 기획한 부부 김윤혜(29·왼쪽), 김윤형(31·오른쪽) 공동대표를 지난 12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가치관 기반 온라인 소개팅 서비스를 기획한 김윤혜(왼쪽), 김윤형 대표. /사진제공=튤립


‘2ulip’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30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온라인 데이트가 주는 ‘가벼움’과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 결과다.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최근 어플을 출시하기도 했다. 2ulip 어플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모두 다운로드 후 이용 가능하다.

2ulip의 가장 큰 특징은 50가지 가치관 질문이다. 연인과의 관계, 가족, 커리어, 라이프 스타일, 신념 등 각 분야별로 마련된 10가지 질문을 통해 ‘나’를 드러내야 한다. ‘평소 주말에 연인과 얼마나 자주 만났으면 하나요?’, ‘공공 장소에서 연인과 애정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부터 ‘명품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침실에 TV를 둬야 하나요?’까지 사소한 듯 보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 나랑 잘 맞는 사람 찾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정반대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도 은근히 잘 맞을 수 있지 않나?

‘잘 맞는 사람과 연애하세요’ 라고 하면 그게 한계가 될 수 있다. 정반대인 사람에게도 끌리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ulip이 던지는 질문들은 중간 지점을 설정하기 힘든 것들이다. 달라서 좋을 게 없는 질문들만 뽑았다. ‘나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와 ‘1~2년내 결혼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공존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 식의 질문들이다.

■ 질문이 재밌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같은 다소 철학적인 것부터 누군가 물어보지 않으면 생각해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질문들이 꽤 많던데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다양한 연령대의 커플들을 대상으로 많이 묻고 들었다. 책이나 논문에서 작위적으로 뽑은 질문들이 아니다. ‘사귈 때 뭐가 중요한가’라고 수도 없이 묻는 과정을 통해서 보완을 거듭했다. 사용자들의 피드백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50가지 질문 중에 ‘핵심 질문’을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의 가치관을 가장 잘 드러낸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50가지 가치관 질문 중에 최대 5가지 ‘핵심 질문’을 선택할 수 있다. ‘인연 찾기’ 버튼을 누르면 핵심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한 상대방 중 두 사람이 무작위로 매칭되는 방식이다.) 연애가 결혼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사 분담, 신혼집 마련, 자녀 교육과 관련된 질문만 선택하는 식이다.

■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질문’이 다를 것 같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깊이 있는 대화에 대한 욕구가 높다. ‘평소 연인/지인과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을 선택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아진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자가 ‘연인/배우자가 다른 이성 친구와 단둘이 만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소유욕과 관련된 질문을 상대적으로 많이 선택한다. 여자의 경우 1~2년 이내에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를 확인하는 비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결혼에 대한 압박감을 더 심하게 느끼는 쪽이기 때문인 것 같다.

2ulip 앱의 스크린샷


■ ‘외모·직업 같은 스펙보다 가치관이 먼저’라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결국 소개팅 상대방의 외모, 직업에서 판가름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왜 연애를 할까. 행복하기 위해서다. 2ulip은 그런 행복, 연애를 잘 하기 위한 서비스다. 연애가 잘 되기 위해서는 생각이 잘 맞아야 한다. 외모, 직업은 만나기 전부터 확인할 수 있고 뻔히 드러나는 것들이다. 그러나 생각은 그렇지 않다. 가치관이 잘 맞는가 아닌가에 대한 질문 자체가 연애의 과정에서 결핍되어 있다. 그 결핍에서 시작된 서비스가 2ulip이다. 출발점이 다른 것이지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상대방 사진이 딱 한 장뿐이고 얼굴만 겨우 나올 정도로 아주 작더라. 외모가 주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인가?

그보다는 사생활 보호 측면이 강하다. 프로필 사진을 교환할 때 내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오는 거부감을 최소화는 데 주력했다. 상대방의 가치관을 먼저 확인하고 서로가 OK를 해야 사진을 교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사진 공개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경우 위험하다고 인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ulip은 각각의 사용자에게 내 얼굴을 공개할 것인가와 관련된 일종의 통제권을 줬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친구가 50명 이상인 실사용 페이스북 계정이 있어야만 한다. 가짜 사용자를 가려내고 지인과 매칭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기능들 덕분에 다른 소개팅 어플에 비해 여성 사용자가 많은 편이다. 2ulip의 사용자 성별을 비율로 보면 남성 대 여성 비율이 1.3:1 정도다.

■ 외로움이 가장 커지는 시간이 있나?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대가 궁금하다.

매일 ‘인연 찾기 1회권’이 무료로 주어진다. 오후 6시에 지급되는데 6시 1분부터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직장인 비율이 전체 사용자의 2/3 정도 되는데 퇴근 시간쯤인 6시에 무료권도 지급되기 때문인 것 같다. 퇴근하는 기쁨과 새로운 인연을 찾으려는 설렘은 밤 12시까지 지속된다.

■ 1회 대화권이 9,900원이다. 비싸다는 평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상대방에 대한 진실성이 있다면 약간의 부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9,900원은 적은 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신 100% 대화를 보장해준다. 다른 서비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인 ‘복구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OK하고 대화가 시작되어야만 대화권이 차감된다. 대화 신청권을 판매하는 서비스의 경우 상대방이 OK를 하지 않으면 대화도 못해보고 돈만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2ulip은 친구 초대로 가입하는 비율이 20~30% 정도로 꽤 높다.

■ 2ulip의 라이벌은 누구인가. 결혼정보업체인가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인가.

둘 다 아니다. 결혼정보업체는 너무 올드하고 무겁다. 온라인 데이트는 지나치게 가볍다. 그래서 2ulip의 라이벌은 ‘친구가 해주는 소개팅’이다. 내 친구에게 짝을 찾아준다는 생각으로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골라서 연결해준다는 취지다. 지인이라는 연결고리 없이 내게 잘 맞는 사람을 찾으려면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결혼을 위한 진지한 만남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 2ulip은 순수하게 연애를 위한 서비스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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