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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외국인 고용의 허실] "外人 매달려선 미래없다"...이민 확대보다 '이중 노동시장' 바꿔야

<갈등 해소하려면>
싼 임금 의존 → 外人유입 → 내국인 기피 '악순환'
비정규직 이어 外人 문제 겹치면 시장 불균형 심화
부처별 흩어진 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하고
정착한 外人은 사회일원으로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

  • 서일범 기자
  • 2017-03-14 17:17:33
  •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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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외국인 고용의 허실] '外人 매달려선 미래없다'...이민 확대보다 '이중 노동시장' 바꿔야
서울 대림2동 차이나타운 골목이 중국어 간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지역은 체류 중국인이 많아 ‘서울 속 차이나’로 불리지만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밤에는 내국인의 발길이 뜸하다. /송은석기자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국내 젊은이 중 누구도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기도 김포 석정리의 금속주조 업체인 갑산메탈의 김태헌 대표는 앞으로 회사 경영 방향에 대해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국내 청년들이 오려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그의 언급은 임금 부담이 적은 외국인 근로자 확대만을 외치는 다른 중소기업 사장들과는 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는데 이대로 저임금에만 매달려 있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실함 때문이다. “혁신을 외면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에 미래가 없다. 외국인 근로자가 당장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기업으로 돌아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김 대표의 말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200만 외국인 고용의 허실] '外人 매달려선 미래없다'...이민 확대보다 '이중 노동시장' 바꿔야
◇노동시장 구조 개선 우선돼야=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 중 이러한 인식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 오히려 중소 업계에서는 인력난 완화를 위해 저임금 근로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 이민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경우 가뜩이나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왜곡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저임금 심화로 더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저임금 의존→외국인 유입 확대→저임금 심화→내국인 고용 회피’라는 악순환인 셈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기준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초임 연봉은 4,350만원에 이른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 연봉은 2,490만원으로 대기업의 절반 정도인 57%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70~80% 선인 점과 비교하면 노동시장 불균형이 이미 한계점에 이른 셈이다. 여기에 대기업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외국인 근로자까지 가세한다면 불균등 심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규용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민자가 3D 업종에 집중 유입될 경우 노동시장이 교란돼 사회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200만 외국인 고용의 허실] '外人 매달려선 미래없다'...이민 확대보다 '이중 노동시장' 바꿔야
◇외국인 정책 총괄부서 만들어야=외국인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정책은 법무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행정자치부 등 19개 부처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관련 사업도 지난 2015년 기준 206개나 된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기도 어렵고 설령 장기계획이 나와도 책임지고 실행할 리더십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사중복사업이 37%에 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 김포에서 산업용 칼을 만드는 대성정밀의 이문수 상무는 만나자마자 “중복행정이 너무 많다”는 불만을 첫마디로 토로할 정도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소신 있는 외국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요 대선주자들의 캠프 내에서도 이민 정책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반(反)외국인 정서를 의식해 어디에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 세계 국가들이 이민을 국가의 중요 발전전략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은 전략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로(0) 수준”이라며 “법령 개폐권을 가진 중앙정부부처인 이민처를 설립해 이민 관련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도 사회 일원’ 인식 바꿀 통합정책 필요=그럼에도 늘어나는 외국인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지난해 200만명을 넘어선 체류 외국인 수가 5년 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 원장은 “서비스업은 물론 건설·제조업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이민자 노동력이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지금은 맞느냐 틀리느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과 함께하는 사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인식도 이와 비슷하다. 유엔은 지난해 9월 ‘뉴욕선언(New York Declaration)’을 통해 “질서 있고 안전한 이민이 전 지구적인 불평등과 빈곤 등을 해결하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민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도 반(反)외국인 정서를 완화해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통합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지적이다.

결혼 등 장기체류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서울 영등포구 등 체류 외국인들이 밀집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 및 환경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결혼 이민자 및 한국 국적 취득 가구 중심이라 50만명에 달하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여기서도 소외된 존재다. 정 원장은 “국제결혼이 잦아진 농촌에서는 노령층을 중심으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정관념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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