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창업자의 네이버 지분은 4.64%이며 특수관계인 까지 포함하면 4.98%다. 지분율로만 보면 이 의장 측은 국민연금공단(10.56%)과 외국계 펀드인 블랙락펀드(5.03%)에 이은 3대 주주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네이버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해진 의장의 위상은 계속되는 실적 상승세로 되레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오는 17일 열리는 네이버 주주총회는 이 의장의 이 같은 자신감이 잘 드러나는 무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포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틀 뒤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 경영진을 교체하고 이해진 의장이 후선으로 물러나는 등의 대대적 개편을 단행한다. 8년간 네이버를 이끌던 김상헌 대표는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출신인 한성숙 부사장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준다. 또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해진 의장은 유럽 등 해외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의장직을 내려 놓는다. 이외에도 웹툰 사업부를 신설 법인인 ‘네이버웹툰’으로 분할 해 관련 부문에 확실히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 의장의 이번 뒷선 후퇴는 네이버 경영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로 성장했으며 최근 인공지능(AI)과 자체 웹브라우저까지 선보이며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해진 의장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네이버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안정돼 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및 이사진을 중심으로 경영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라며 “이 의장이 향후 내놓을 성과물에 대해서도 확신이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창업자 프리미엄을 감안 하더라도 지분율이 낮으면 언제든 경영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해진 의장은 창업 초기부터 낮은 지분율을 뛰어난 리더십으로 극복하며 네이버를 시가총액 27조원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실제 이해진 의장은 창업 초기부터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경우가 잦았다. 네이버는 지난 19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지분교환 방식으로 외부 투자를 받았으며 2000년대 초에는 벤처투자회사인 한국기술투자(KTIC)가 이해진 의장(12.13%)보다 많은 14.07%의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2002년 코스닥 상장 당시 이 의장의 지분은 7.82%에 불과했으며 상장 과정에서 새롬기술과의 분쟁 해결 차원에서 이 의장 개인 주식 1%를 새롬기술에 매도하기도 했다. 이후 이 의장은 각종 이유로 지분을 팔아 2009년 이후 4.64%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창립 멤버인 김범수·이준호 등이 회사를 떠나면서 지난해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도 지난해 7.02%에서 4.98%까지 떨어졌다.
이 의장은 이 같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하고 본인은 이사회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창업 초기 게임 산업이 활황일 때는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가 네이버를 이끌었으며, 온라인 뉴스의 영향력이 커가던 2005년에는 언론인 출신인 최휘영 씨가 수장이 됐다. 네이버의 규모가 급속히 커져 대관 업무가 중요해진 2009년에는 판사 출신인 김상헌 대표가 조타수를 맡았다. 이번 한성숙 대표 선임은 외부에서도 인정할만한 내부 실력자 발탁이라는 점에서 네이버 특유의 실력주의 문화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이 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이사회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내년 3월 19일까지 등기이사 자리를 유지하며 신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한 신임대표와 변 회장 또한 이 의장이 발탁한 인물이기 때문에 이 의장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 의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지지의 목소리가 높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지난달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네이버가 한국 경제에 새로운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며 “재벌 회장이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인식돼왔지만 네이버 같은 기업이 새로운 물길을 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한 때 실적 부진을 이유로 애플에서 쫓겨났듯이 이 의장 또한 실적 부진 시 언제든 자리에서 내려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역대 네이버 대표
| 대표 | 재임기간 | 주요경력 |
| 이해진 | 1999~2000 | 네이버 창업자 |
| 이해진·김범수 | 2000~2004 | |
| 김범수 | 2004~2005 | 한게임 창업자 |
| 최휘영 | 2005~2009 | 연합뉴스 기자, 야후코리아 |
| 김상헌 | 2009~2017 | 서울지법 판사, LG법무팀 부사장 |
| 한성숙 | 2017~ |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네이버 부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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